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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舍利)와 사리(事理)

조회 수 2020 추천 수 0 2023.02.17 13: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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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舍利)와 사리(事理)



스리랑카의 칸다시에는 ‘불치사(佛齒寺)’란 사찰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의 치아 사리(舍利, 석가모니의 유골은 사리에 포함)를 모신 곳이다. 그래서 이 사찰은 유명한 관광지이다. 붓다의 사리 앞에서 절을 하고, 소원을 빌고자 숱한 사람이 불치사를 찾기 때문이다.


사리(舍利)는 원래는 신체 또는 석가모니나 성자의 유골을 지칭하는 용어이나, 오랜 수행을 한 스님을 화장한 결과 나오는 구슬을 이르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사리를 오랜 기간 수행한 공덕의 결과물로 이해한다. 사리는 전신사리, 쇄신사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신사리란 온 몸이 사리인 것을 말하고 쇄신사리는 구슬처럼 낱알로 된 것을 말한다. 사리는 보통 절탑 속에 보관되는데 한국의 5개 절에 부처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다. 이 절들을 5대 적멸보궁이라 하는데 양산의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가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사리는 담석의 일종으로 식물성 단백질이 둥글게 뭉친 것이다. 스님은 교리에 따라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며 오랜 시간 결가부좌를 틀고 수행하므로 연골을 쓰지 않는다. 담석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 생기기도 하지만 운동 부족의 결과로 생기기도 한다. 담낭의 수축이 약화된 결과인 것이다. 이렇듯 사리는 오랜 시간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죽었을 때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부 불교계에서는 반드시 오랜 기간하고 그로 인해 공덕이 쌓여야만 그 증거로 사리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사리가 오랜 수행의 증거는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수행을 해야만 사리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진신(眞身)사리’라고 하면 혹한다. 2500년 전에 붓다가 남긴 육신의 일부를 친견(親見)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짝퉁 진신사리’도 적지 않다. 역사적 기록과 근거도 없이 ‘석가모니 진신사리’라고 말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 최근에는 인도의 쿠시나가라(붓다의 열반지)에서 땅을 파다가 나온 사리를 무작정 진신사리라고 우기는 이들도 있었다. 이유는 한 가지이다. 붓다의 권위를 빌어서 사람을 모으자는 속셈이다.

오래된 탑을 열어보면 사리와 경전이 나온다. 어떤 탑에선 붓다의 진신사리가, 또 어떤 탑에선 고승의 사리가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주로 사리에 관심을 쏟는다. 색깔이 어떻고, 개수가 어떻고, 모양이 어떻고, 어떤 재질의 병에 담겨 있는가를 따진다.

이것이 아이러니컬하다. 불교에선 “우리의 육신은 허망하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구성된 몸은 다시 지수화풍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라고 가르치는데도 사람들은 사리에 집착을 하니 말이다.

때로는 절집에서 ‘사리’에 더 집착하기도 한다. 특히 큰스님의 다비식(시신을 화장하는 절집의 장례)을 앞두고 제자들은 뜻밖의 걱정을 한다. “만약 사리가 안 나오면 어쩌나” “혹시 개수가 너무 적으면 어쩌나”하고 말이다.

대체 ‘사리’가 뭘까? 붓다가 남긴 ‘진짜 사리’는 과연 뭘까? 사리는 우리 몸의 기운이 막힘 없이 흐를 때 생기는 골즙의 결정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막힘 없는 흐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2500년 전, 붓다는 눈을 떴다. 나와 세상, 그리고 우주의 이치에 눈을 떴다. 그 눈으로 봤더니 세상은 막힘없이 흘렀던 것이다. 강물을 보자. 막힘이 없을 때 자유롭게 흘러간다. 바위를 만나도, 언덕을 만나도, 들을 만나도, 산을 만나도 굽이굽이 흘러간다. 붓다가 봤더니 세상과 우주가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붓다는 그걸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집착하지 마라. 집착하면 붙들게 되고, 붙들면 막히게 된다. 그럼 흐르질 못한다.” 그걸 끊임없이 설했던 것이다. “네가 집착하는 대상이 실은 비어있다. 삼라만상이 비어있기에 비로소 흐를 수 있는 것이다. 그 비어있음을 봐라.”

제자들은 그런 가르침을 문자로 기록했다. 그게 바로 경전이다. 그러니 경전에는 ‘막힘없이 흐를 수 있는 비법’이 녹아 있다. 지지고 볶는 일상의 번뇌와 스트레스를 몽땅 녹이는 용광로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다시 ‘사리’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붓다의 진신사리, 숨 쉬는 진신사리는 대체 뭘까? 그것은 다름 아닌 경전이다. 경전 속의 이치이다. 경전 속의 이치가 막힌 걸 뚫어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삶이 탐진치(貪瞋痴:욕심과 분냄과 어리석음)로 인하여 집착하여 막혀 있을 때 경전, 즉 경전 속의 이치와 교통하면 그것이 우리의 몸,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삶의 막힘을 뚫어 막힘없이 흐르게 한다. 이러 의미에서 보면 사리(舍利)는 사리(事理)이다.


사리(舍利)는 우리 몸의 기운이 막힘없이 흐를 때 생긴다고 하였다. 집착은 흐르지 못하게 하고 경전, 즉 경전 속의 이치는 흐르게 한다. 우리의 몸,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삶에 흐름이 있으면 사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사리(舍利)를 만드는 것은 사리(事理)이다. 사리(舍利)를 만드는 사리(事理)가 중요하나, 아니면 만들어진 사리(舍利)가 중요하나? 당연히 사리(事理)이다.


사리(事理)는 경전 속에 있지만 그러나 경전은 단지 문자에 불과하다. 경전 속의 참 이치인 사리(事理)는 보이지 않는다. 안광이 지배(紙背)를 철한다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것은 단지 문자이고 그 이치는 문자의 배후에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리(事理)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사리에 집착을 한다. 개수에 집착하고, 크기에 집착하고, 색깔에 집착한다. 설령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 100과를 두 손에 쥐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게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에서 사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뼛조각이 진신사리가 아니다. 사리를 만드는 사리(事理), 그게 바로 진신사리이다.


사리-자작시 


에덴 동산에서

한 강이 발원하여

사방으로 흐르더라.


강의 흐름이 있는 땅에는

금과 진주와 보석이 풍성하더라.


사람의 내면에도

생명수의 강이 있어

오장육부와 사지백해로 흐르는데


사람 안에서 얼마나 흘러야

금과 진주와 보석을 산출할 수 있을까?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3.02.17 20:41:41
*.157.223.56

브니엘남 님은 교회 장로가 아니라 

절집의 큰스님으로 살아도 되겠습니다.

사리의 본래 뜻을 잘 새겨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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