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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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일기305-11.1】 시인 등단
“시집을 또 내셨네요. 전도사님은 등단 안 하세요? 우리에게 시를 열 편만 보내 주시면 등단시켜 드릴께요.”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전화를 해서 시를 보내달라고 하는 분이 계심.
우리나라는 등단을 해야 시인으로 인정해주는 괴상한 제도가 있다.한국문학의 권위주의와 연고주의의 단편이다. 그런 것이 싫어서 등단하지 않은 나는 ‘자칭 시인’이다. 신문사 ‘신춘문예’와 유명한 ‘문예잡지’는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돈(상금)받고 등단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그러다 보니 ‘문예잡지’하나 만들어 놓고 돈을 내면 등단시켜주는 소위 ‘등단 장사’가 생겼다.
각종 ‘문인협회’라는 곳도 ‘그들만의 끼리끼리’ 리그를 벌이는 곳이라 나는 백로는 아니지만 까마귀 노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냥 누가 인정해주든 말든 평생‘자칭 시인’으로 살 것이다.
【여유일기306】 운전면허 합격
밝은이가 서울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양보를 안해줘서 너무 무서워 세종에 내려와 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을 보는 날이다. 학원에 연수신청을 하면 돈이 들어가니까 아빠한테 연수를 시켜달라 한다. “그럼 아빠한테 돈 주냐?”
밥을 못 먹고 내려왔다기에 오송역에서 주먹밥으로 아침요기를 시켰다. 그리고 곧장 시험을 보는 장소로 와서 코스별로 한 번씩 실전처럼 돌면서 연습을 했다.
시험은 오후라 연습을 마치고 가까운 백반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이 12가지나 나와서 각 맞춰 쫙 깔아놓는데 우와~~~! 막상 젓가락을 들고 먹으려고 하니 다 집에서 아침에 먹은 것들이다.
드디어 도로 주행 시험 마치고 학원으로 들어온 차에서 밝은이가 활짝 웃으며 내리는 것을 보니 합격했구나!
이제 우리 식구들 다 운전면허가 있으니 나 혼자 죽어라 운전 안 해도 된다. 야홋!
【여유일기308】 조고각하
삼거리에 새로 생긴 붕어빵 할아버지는 참으로 고지식하고 고집이 쎄다. 어떤 연유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무슨 장사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붕어빵포차에 딱 붙어있는 뒤쪽 옹벽 사이에 쑥이 사람 키만큼 자라 우거져 있는데 길가라 먼지가 얼마나 뿌옇게 앉아 있는지 그 아래서 붕어빵을 만들어 팔면 위생상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 “할아버지, 저 뒤에 풀이나 좀 배어버리고 장사를 하셔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거의 보름이 지났는데 그냥 그대로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살피라는 뜻이다. 나 자신을 살펴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당장 베어버려야 할 지저분한 풀이 있는데 내 고집으로 아직 베어내지 못하고 있는 풀은 없는지 나 자신을 살펴본다.
【여유일기310】 단순함
“전도사님, 햇볕같은야기를 읽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지난 글까지 찾아 읽는 중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 왜 햇볕같은이야기는 한달은 30일인데 24회만 발행하시나요?” 라고 아무개님이 댓글을 달았다.
“제가 쓰는 햇볕같은이야기 발행 스케줄 노트가 한페이지 칸이 24칸이어서 한 페이지에 한 달씩 그래서 24번 발행합니다.” ㅎㅎ
아무개 목사님이 ‘농심라면’만 드신다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집에 있는 남비가 둥근 양은남비인데 농심라면은 모양이 둥글어서 자르지 않아도 쏙 들어가기에 농심라면만 드신다고 하셨다. 다른 회사의 라면은 사각형이라 반으로 잘라야 한단다.
나도 그렇지만 아무개 목사님도 참 단순하시다. 왜 그렇게 하는지 알고 보면 그냥 단순한 이유인 경우가 많다. ⓒ최용우
반찬이 12가지나 나오는 오송역 백반식당을 기억해둬야겠습니다.
올겨울에는 시간도 넉넉할 거 같으니
맛집 기행을 다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