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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카이로스 시리즈 02
생태해방신학: 구원과 정치적 생태론
대니얼 카스티요 지음, 안재형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신국판, 384쪽, 2021년 7월 30일 발행, 값 16,000원
ISBN 978-89-97339-73-0 94230 ISBN 978-89-97339-55-6 94230 (세트)
원서 An Ecological Theology of Liberation: Salvation and Political Ecology (Orbis Books, 2019)
1. 책 소개
구스타보 구띠에레즈가 서문을 쓴 이 책은 오늘날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생명계 전체가 봉착한 절박한 생존 위기들에 대해, 성경과 구원, 해방과 생태론, 정치경제학과 영적 실천을 함께 통합함으로써 신학적으로 매우 치열하게 응답한 역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초래한 전 지구적인 생태계 파괴와 살인적인 기후 재난들,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해마다 수백 만 명씩 목숨을 잃고, 제러미 리프킨의 말처럼, 기후 파국까지 인류에게는 “면도날만큼의 시간만 남았다.” 그래서 인류의 멸종까지 위협받게 된 절박한 현실에서 저자는 어떻게 구원, 해방, 그리고 창조세계 돌보기를 연관시켜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런 전대미문의 비상사태들에 직면하여 저자는 떼이야르 샤르댕과 토마스 베리의 “생태적 우주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성경의 가르침대로 “가난한 이들과 지구 모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하는 “정치적 생태론”을 치밀하게 전개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성경을 정치-생태론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하며, 구띠에레즈의 사상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모두를 확장시킨다. 이처럼 성경의 정치-생태론적 인간 이해와 구원 역사에 비추어 인간중심주의, 구원과 삼중적 친교, 세계 체제, 약탈적 자본주의 역사와 착취적 농법,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구조, 생태적 빚, 인종차별주의, 제자도, 소비문화 등을 분석한다. 특히 지난 500년 동안의 프로젝트, 즉 식민지 프로젝트와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뒤이어 등장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프로젝트가 주장하는 “지속가능한 발전”(녹색성장)이라는 “거짓된 정치적 생태론”의 역사와 동력, 은폐 기술, 영향을 자세히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칼 폴라니, 조지프 슘페터, 토마 피케티를 비롯한 여러 사회과학자들과 특히 월터 브루그만, 월터 윙크, 레오나르도 보프, 제임스 콘, 요한 뱁티스트 메츠, 캐서린 켈러 등의 신학을 검토한다. 이처럼 성경에 드러난 구원의 신비와 역사적 해방을 적극적으로 연결시키며, 또한 세계화 프로젝트에 대한 이데올로기 비판들을 근거로 신앙 공동체의 자유와 구원을 위한 생태해방영성을 발전시키고, 그리스도인들의 해방 실천을 위한 교회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정치-산업-교육-종교계는 그 근본 원인인 생태계 파괴를 중단시킬 절박한 노력은 별로 없이 다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준비에만 분주하며,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과 같은 “기후 악당” 국가인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을 전제로 하여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뉴딜”을 추진하기 때문에 생명계 전체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현실에서, 이 책은 신앙 공동체가 현재의 자기 파멸적 상황을 어떻게 시급하게 돌파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경적 비전과 실천 방법을 보여준다. 특히 점차 거세게 불타고 있는 지구는 우리 자녀들/손주들의 생존과 행복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대다수는 이런 절박한 비상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일에는 매우 태만할 정도로 에고에 집착하고 있으며 시장자본주의의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이라는 집단최면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에 들어 있는 엄청나게 많은 각주들은 저자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신학적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 저자와 역자
대니얼 카스티요(Daniel P. Castillo)는 미국 메릴랜드에 소재한 로욜라대학교의 신학 교수이다.
안재형 선생은 홍익대에서 전자계산학 석사, 총신대에서 목회학 석사, 한동대에서 응용언어학과 번역학 통합 석사를 받았으며,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신앙을 소개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돈 큐핏의 『문명의 위기와 기독교의 새로운 대서사』를 번역했다.
3. 목차
감사의 말 / 8
약어 / 11
서문 (구스타보 구띠에레즈) / 12
서론 / 15
제1부 생태해방운동 담론의 구성 / 35
1장. 생태해방신학을 향해 / 37
2장. 통합생태론 / 94
제2부 하느님의 말씀 해석 / 137
3장. 정치-생태론적 관점에서 창세기 읽기 / 139
4장. 해방의 희년 / 197
제3부 세계화되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실천 / 259
5장. 전 지구적 비상사태의 발생과 지속 / 261
6장. 인도적인 세상 증언하기 / 336
맺음말 / 381
4. 서평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오늘날 신학의 과제를 위한 해방의 언어를 복구하여,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 시급히 지구와 가난한 이들에게로 전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 Gustavo Gutiérrez, A Theology of Liberation: History, Politics, and Salvation 저자
“매우 시의적절하며 돌파구를 마련한 이 책은 환경파괴와 인간의 사회적 고통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들 사이의 통합적 관계를 이해하려는 이들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카스티요의 생태해방신학은 그리스도교 해방신학의 중요한 발전을 대표한다.”
― Roberto S. Goizueta, Christ Our Companion: Toward a Theological Aesthetics of Liberation 저자
“이 책은 중요하다. 광범위하며 치밀한 연구를 통해 저자는 전 지구적 비상사태 시대에 해방을 정치적 생태론과 통합시킴으로써 구원을 이해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노력을 크게 발전시켰다.”
― Willis Jenkins, Ecologies of Grace: Environmental Ethics and Christian Theology 저자
“예언자적이며 깊은 사고를 통한 이 책에서 카스티요는 성경 자료들을 도발적으로 읽어내며 세계화의 지배적인 정치경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하느님의 형상에 대한 인간의 소명, 그리고 ‘동산지기의 길’을 받아들이도록 소환하는 예수의 요청을 분명히 드러낸다.”
― Mary Catherine Hilkert, University of Nortre Dame
“오늘날 가톨릭 신학에서 총체적 해방이 어떻게 통합적 생태론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필수적인 책이다.”
― Christiana Zenner, Just Water: Theology, Ethics, and Fresh Water Crises 저자
“교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카스티요는 지금의 생태적 비상사태에 대해 지적으로 예리하며,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신학적 통찰력에서 매우 깊이가 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이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정독해야 할 책이다.”
― Mary Doak, Divine Harmony: Seeking Community in a Broken World 저자
5. 책 속으로
(12쪽) 오늘날 세계는 생태학적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특히 세계의 가난한 이들이 이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이 비상사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목숨을 위협하고, 불의와 소외가 짓누르는 무게로 이미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압력을 행사한다. 이것이 생태해방신학의 중심 질문을 야기한다. “구원과 해방과 창조세계 돌보기(the care of creation)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구원과 해방과 창조세계 돌보기의 관계에 대한 이런 질문은 교회가 세상과 연대하여 오늘날 시급히 씨름해야 할 문제이다.
(21쪽) 편집자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1년 6월 현재 420ppm이며, 매년 평균 2.3ppm씩 증가한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2도 상승했고, 10년마다 0.2도씩 상승하기 때문에, 파리협약의 제한 목표인 1.5도 상승은 2036년이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WMO]는 450ppm에 도달할 2036년에 섭씨 2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1.5도 상승까지 탄소 예산은 7년 남았다. (섭씨 1.5도 상승하면 산호초의 70〜90%가 죽지만, 2도 상승하면 99%가 죽게 된다).
(23쪽) 편집자주: 섭씨 1도 오를수록 옥수수는 수확량이 17%씩 줄어든다. Lester Brown, The Great Transition (New York, NY: W. W. Norton, 2015), 6쪽. 벼는 개화기 때 한 시간 이상 섭씨 35도 이상에 노출되면 수분에 문제가 생겨 흉작이 된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가뭄으로 인해 2020년대부터 미국 중부와 멕시코 남부의 많은 지역에서 농업이 “실질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Gwynne Dyer, Climate Wars: The Fight for Survival as the World Overheats (Oxford: Oneworld Publications, 2010), 47, 159쪽. 그래서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2040년대에는 “북반구 대도시들에서 식량폭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Naomi Oreskes and Erik M. Conway, The Collapse of Western Civilization (New York, NY: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4), 25쪽. 한편 2019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1%이며, 쌀 자급률은 90%이다(농축유통신문, 2021년 3월 30일). 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 쌀 자급률이 47.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영남일보, 2015년 5월 2일).
(28쪽) 편집자주: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조차 2019년 5월 갤럽조사에서 미국인 43%가 사회주의 형태를 요구하며, 18-24세 연령층에서는 6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볼 정도로 새로운 체제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Fareed Zakaria, 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 (New York, NY: W. W. Norton & Co., 2020), 57쪽; William I. Robinson, The Global Police State (London: Pluto Press, 2020), 132쪽.
(43-44쪽) 생태적 우주론 담론에서 이야기하는 “우주 이야기”는 복잡화(물질이 생명이 되고, 생명이 더 복잡한 형태의 생명이 되는)가 우주 역사의 불가피하고 자연스런 목적인 것으로 기술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고등생물은 우주의 진화 과정을 통해 이들보다 먼저 존재했던 하등생물의 멸종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가차 없이 등장한다. 따라서 지구상의 생명의 경우, 대량멸종을 포함해 생물종 전체에 걸쳐 경험하게 되는 고통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은 이들의 비극을 통해 고등생물이 출현하게 된다는 설명으로 퉁쳐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주 역사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역사의 승리를 기뻐하는 승리주의자의 의견이 된다.
(67쪽) 그러므로 죄로부터 구원받아 그리스도교 신앙의 삶에 참여하게 되는 드라마는 세상으로부터 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향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위해(pro nobis)’ 일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결국 세상 속에서다.
(109쪽) 구띠에레즈의 개념은 역사적 현실의 신학적 차원이 (교회 공동체의 매개를 통해) 문화적/심리적 차원과 사회구조적 차원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구띠에레즈에게 그리스도교 계시와 복음을 선포하고 시행하는 교회 공동체는 총체적 해방 과정의 핵심이다.
(125쪽) 성령은 역사 속에서 인간을 죄로부터 해방시키고 죄가 왜곡한 삼중의 친교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세상이라는 동산을 일구고 돌보는 일로 돌아감으로써 역사 속에서 성령의 사역에 동참한다. 따라서 인간을 하느님의 뜻에 좀더 깊게 개방하는 과정인 자기비움의 과정은 인간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뿐만 아니라 지구와의 연대로도 인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 해석을 통해서 볼 때 구원은 죄로부터의 해방이자 하느님, 이웃, 지구와의 친교라고 정의할 수 있다.
(172쪽) 창세기 원역사의 첫째와 둘째 이야기 덩어리 사이의 유사성은 중요한 통찰을 보여준다. 즉 하느님은 세상이 하느님의 지혜에 따라 번성하기를 바라시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그 평화를 깨고 세상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혜를 추구한다.
(200쪽) “신명기 사가가 이집트를 ‘용광로’(신 4: 20)라고 명명한 것은 적절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집트는 산업사회의 전형, 즉 태우고, 노예에게 끊임없이 일할 것을 요구하고(고대 산업 기계의 매우 값싼 연료), 자신이 소모될 때까지 소모하는 산업사회의 성경 속 전형이기 때문이다.”
(205쪽) 구띠에레즈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히브리인들은 “비인간(nonpersons)”이라는 자기 정체성의 타당성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집트의 병든 정치적 생태론이 칭송받기 위해서는 이런 정체성이 필요하다. 이런 정체성을 수용함으로써 이 백성은 광야의 위험과 (광야의 불안정한 성격 때문에 필요해지는) 하느님을 의지하는 것보다는 파라오에게 복종함으로써 얻는 안전을 선호하게 된다.
(325쪽) 편집자주: 극단적 빈곤에 처한 인구는 1990년 19억 명에서 2018년 6억 5천만 명으로 감소했지만,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앞으로 몇 년 동안 7천만〜4억 3천만 명이 다시 극단적 빈곤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한다.”(Fareed Zakaria, 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 New York, NY: W. W. Norton & Company, 2020, 151, 154쪽).
(384쪽)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은 그리스도, 즉 마지막 아담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배를 위한 칼과 방패를 동산지기의 보습과 낫으로 바꾸는 일에 더 온전히 헌신할 것을 요구하며, 또한 땅과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과의 연대로 더 깊이 들어갈 것을 요구한다. 이런 구체적인 행동 하나가 그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학보다 더욱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