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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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119에 전화할 일이 생겼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처음으로 건 긴급 전화인 것 같습니다.
통화 후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문자가 제 핸폰으로 왔습니다.
마당에 나가서 잠시 기다리니까 10분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습니다. 차가 커서 그런지 우리집 앞까지 오지 못하고 동네 버스 회차로에 대기시키고 대원 두 사람만 도구를 챙겨서 우리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소방차를 멀리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신고한 내용은 말벌집입니다. 지난 주말에 집 뒷골목 보일러실 처마를 보니 제가 처리하기 어려운 말벌집이 달려 있더군요. 연기를 피워서 말벌을 쫓아내고 말벌집을 뜯어낼까 생각하다가 집에 말법집 하나 있는 것도 운치가 있겠다 싶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오늘 인터넷 신문을 보다가 추석을 앞두고 성묘갔다가 말벌을 거드리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반드시 119 신고해서 해결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갑자기 연락을 취했지요. 비는 오락가락했는데 당장 출동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고만운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 찍어놓은 말벌집을 보시겠어요?
올해 이른 봄까지는 없었던 겁니다. 작년에는 우리집 현관 위 처마에 작은 말벌집에 하나 있어서 제가 막대기로 처리한 적은 있습니다. 이건 너무 크네요. 소방대원 두 분이 현장에서 처리할 준비를 하십니다.
왼편 분의 눈가를 제가 덧칠했습니다.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사진도 찍으려고 했으나, 저보고 피하라고 하네요. 그 장면은 사진에 담지 못했습니다. 스프레이를 뿌려서 말벌을 마취시켜 독살하는 거 같았습니다. 10분 정도 작업으로 깨끗하게 처리되었습니다. 다 끝나고 그분들에게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 뒤에 "제가 조심한 건 없습니까?" 묻자 말벌 사체가 떨어져 있을 테니까 그것만 치우면 된다고 하네요.
이제 다른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붉은 기와 지붕 아랫집에 사는 마을 이장님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비가 많이 왔잖습니까. 우리집 마당의 물이 자기네 마당으로 흘러들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아랫집에 민폐를 끼친 겁니다. 일단 그림을 보세요. 저 옹벽 위가 우리집 마당이에요. 가운데 세로로 갈라진 틈에서 빗물이 아래로 흐릅니다. 비가 많이 오면 콸콸 쏟아진다고 합니다. 빗물이 오른쪽으로 흐르면 괜찮은데 왼편으로 흘러 아래집 마당으로 쏟아지는 겁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내가 직접 작업을 할 수 없으니 이장님이 일할 수 있는 분을 소개시켜달라고 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두 사람을 데리고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그 공사 전문자가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위 마당의 흙을 다 펴내서 옹벽 아래에 큰 관을 묻어 오른편 옹벽에 구멍을 뚤어서 물을 빼내는 겁니다. 작업이 크네요, 라고 하자, 원래 처음 작업하는 것보다 고치는 작업이 더 힘들고 돈도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제 설명이 너무 기네요.) 줄여서, 마당 안쪽에서 작업하지 말고 옹벽 바깥 쪽 물 흐르는 곳에 관을 묻어서 물길만 다른 쪽으로 틀어주는 방식으로 처리하자고 말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이장님에게는 이렇게 작업해서 다시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견적을 뽑아서 연락해주세요, 했더니 그 자리에서 50만원이라고 하시네요. 좋다고 제가 말했는데, 다시 아무래도 60만원은 받아야겠다고 하시네요. 알았다면서 60만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세요라고 말을 끝냈습니다. 두분이 와서 토요일에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옹변 아래 플라스틱 물통을 묻고 관을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나이가 드는 분들인데, 일을 자들 하시네요. 시간은 제가 보기에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끝냈습니다.
오늘(9월1일) 하루종일 비가 왔습니다. 오후에는 쏟아졌습니다. 공사 결과가 어떤가 싶어서 나가보았더니, 문제가 멋지게 해결되었습니다. 보세요. 시원하지요?
재미있으셨나요? 지금도 비가 계속됩니다. 저는 어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까지 마쳤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2차는 1차보다 더 쉽게 지나갔습니다. 1차에서는 접종 다음날 새벽에 3,4시간 몸살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없이 지나갔습니다. 오타 교정하지 않고 그대로 올립니다.
아, 중요한 내용을 놓쳐서 다시 추가합니다. 빗물 문제로 이장님과 공사 전문가가 우리집 마당에 올라왔을 때 이야기입니다. 포크레인으로 마당을 파고, 나무도 몇 그루 없애야 한다는 설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분들 말이, 왜 집마당에 복숭아 나무가 있나요. 보통 마당과 산소에는 복숭아 나무를 심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그렇지요, 하고 묻자, 귀신이 오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제가 손뼉을 치면서 귀신이 오지 않는다니 잘됐다고 말했습니다.
아고! 깜놀했습니다. 벌에 쏘이신줄알고...ㅎㅎ
제 남편이 3년전에 농장 텃밭에서 일하다 말벌에 쏘였었어요.
하필이면 얼굴의 관자놀이를 쏘였는데,
잠시후 어지럽다고 하더니 쓰러지는거예요.
좀 보태서 말하자면 기절을 한거지요.
제가 너무 놀래서 119에 전화했더니 병원 응급실로 데려다 주더라구요.
한나절 수액 맞고 회복했답니다.
그 이후로는 벌이 얼마나 무섭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