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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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사실 털어 놓기가 매우 힘든 이야기입니다.
자랑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대해 제가 나름대로 느낀 것들이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나이 21살이던 해인 1996년 여름에 입대했습니다. 신체검사를 받을 때 몸무게가 48킬로그램이었는데도 1급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몸무게는 적게 나가지만 다른 부분에선 건강에 별 이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6주 간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후에 자대에 배치되었습니다.
저는 입대한 첫날부터 군 생활에 도무지 적응을 못 했습니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군대 자체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군 생활에 집중을 제대로 못 했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습니다.
자대에서 생활하는 내내 저의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보니 선임병들에게 지적도 많이 받고 구타도 많이 당했습니다. 군대에 있다는 것 자체도 힘들고 선임병들에게 만날 구타당하는 것도 너무 괴로워서 군부대를 벗어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군대에서 '탈영'이라는 걸 생각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아무튼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저는 탈영을 했습니다. 그 날 밤이 되었는데 갑자기 가족, 친척들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자수를 결심하고 저를 찾아 이리저리 수색하던 부대원들에게 자수했고 영창에 몇 개월 갇히게 되었습니다.
미결수 신분으로 영창에 몇 개월 있다가 거기에서 나와 다른 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제대로 적응을 못 하고 두 번째 탈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탈영 때와 마찬가지로 군부대 밖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번째 탈영 때는 군인들에게 붙잡혔고 다시 영창에 들어갔다가 군사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되어 육군교도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육군교도소에 있는 동안에도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거기서 견뎠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원래 제대 시점보다 6개월 빠른 1998년 4월에 제대했습니다. 육군교도소에서 바로 군 생활을 마치게 된 것입니다. 제대할 때 저의 어깨에는 탈영할 때의 계급이었던 이등병 계급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 8개월 정도 군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습니다.
1. 지금도 열심히 군 생활을 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지금 와서 그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라는 인간이 참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른 군인들도 힘든 건 다 마찬가지인데 나 혼자만 힘든 것처럼 생각하고 두 번씩이나 탈영했다는 것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큰 죄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2. 나를 구타한 선임병들을 생각할 때는 한편으로는 밉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됩니다. 제가 워낙 군 생활을 엉망으로 했기 때문에 이런 나를 후임병으로 둔 선임병들도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군대라는 곳에서 선임병들에게 많이 맞았던 것은 별로 기억하고 싶진 않은 일입니다. 이 세상에 남에게 맞아서 기분 좋고 행복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지금도 군대에서 군인들이 선임병들에게 구타당해서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정말 아픕니다. 저도 선임병들에게 구타를 많이 당했는데 저 혼자만 살아남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3. 저의 이 이야기를 무덤까지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감추고 살아간다고 제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감춘다고 해도 언젠가는 사람들이 저의 탈영에 대해 알게 될 것입니다. 영창과 육군교도소에 있었던 것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 것입니다. 군대에서 탈영해서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것보다 평생 군대 얘기를 숨기면서 사는 것, 탈영해서 육군교도소에 있었으면서 정상적인 군대생활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평생 살아가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양심고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매우 부끄러운 일임에도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털어놓으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고 또 한편으로는 말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지금도 열심히 군 복무를 하시는 장병 여러분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고 많은 장병 여러분께서 서로를 더욱 더 아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군대 문화가 형성되어서 단 한 사람의 군인도 아무 사고 없이 몸 건강하게 제대하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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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은빛그림자

2021.12.16 20:20:02
*.133.149.2

이래저래 바쁘기도 하고 사는 게 힘들기도 해서

요즘 다비아에 뜸하게 들어오는데

며칠 전 올라온 이 글을 보고 

뵌 적이 없는 신학 공부 님을

조금 궁금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고백하고 나니 이제 좀 속이 후련하셔요?ㅎㅎ

정 목사님 버전으로 말씀드리자면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 아마도 

비슷비슷하게 못난 짓(?)들을 해왔을 거고

고백하신 신학 공부 님이나 

저나 별 다를 바 없을 겁니다.ㅎㅎㅎ

(이렇게 쓰는데 제가 막 정 목사님 흉내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일전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DP를 보고 

군대라는 집단은 이성적인 논리가 완전히 결여된 곳이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쓰신 내용을 보니 다 알 수는 없어도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조그만 교습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직 어린 고딩들이

벌써부터 군대 갈 일이 걱정된다며 이따금 토로하기도 해요.

입대해서 극도로 힘들어 하는 제자들도 있고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문제가 많은 집단인 것 같기는 합니다.


지나간 일들을 이렇게 고백하셨으니

이제 그냥 흘려버리시고 평안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향한 질책 없이 잘 지내셨으면 합니다.

건강 잘 챙기셔요.

[레벨:14]신학공부

2021.12.28 12:36:02
*.53.209.103

감사합니다. ^^

profile

[레벨:39]새하늘

2021.12.19 22:24:33
*.186.140.199

글을 읽다가 작년에 은퇴하신 성공회 김경일 신부님과 유튜브 한것이 생각나네요.

촬영후 이 분의 자선전 2권을 완독하고 편집했습니다.

찾아보니 신학수다방 10탄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VjXykuG2uhU


집안의 반강제로 해병대에 입대에서 온갖 모진 고초를 받고 일병때 의가사 제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유트브에서는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자서전에는 고문관 취급 받으며, 온갖 고초와 수모를 겪습니다.

다행히 아들의 편지로 눈치챈 어머니가 국방부에 의가사를 신청해 간신히 해병대에서 나옵니다.

의가사 제대 후 자기를 괴롭힌 선임들을 복수하기 위해 권투 배우고, 복수 계획을 세웁니다.

이것을 실행하기도 전에 다른 큰 일들에 휘말려 복수는 못하고 더 파라만장한 인생을 사십니다. 

뜻하지 않게 성공회 사제가 되면서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생명과 평화의 운동으로 살아 가고 계십니다.


자신에게 솔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여기서부터 문제의 해결은 시작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땅의 장병들에게 건강히 제대 하라는 가슴에서 나온 메세지는 큰 힘이 됩니다.


신학공부님도 지금 우리와 같이 걸어 갈 수있는 건강한 도반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레벨:14]신학공부

2021.12.28 12:36:23
*.53.209.103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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