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인도에서 듣는 개성공단 중단소식

인도의 길 조회 수 2007 추천 수 0 2016.02.16 07:50:10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의 중단(폐쇄나 다름없는) 뉴스를 보는 순간 인도 독립의 순간이 떠올랐다. 우리에게 그어진 휴전선처럼 인도인들에게 군사통제선 LOC(Line of Control)이 생긴 1947년 8월 15일 인도 광복절, 동서로 갈린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인도인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아니 갈라져 나간 파키스탄이 인도와 이웃하여 있는 현실이 지속되는 이상 이 상처는 아물 기는커녕 양국간 암적인 존재로 깊어만 갈 것이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지금도 독립인도 초대수상 네루가 살던 저택의 이층에 마련된 독립당시 의회를 재현하는 방에서 독립을 선포하는 네루의 떨리는 음성을 들어볼 수 있다. “시계가 자정을 울리는 이 시간 세계는 잠들어 있지만 인도의 생명과 자유는 깨어나고 있습니다. 역사에 흔하지 않았던 한순간, 우리가 이전 것을 떨치고 새것으로 나아갈 때 한 세대는 끝나고 오랫동안 억압받던 인도의 영혼이 할 말을 찾았습니다.”


참으로 긴 독립을 위한 투쟁의 결말이었다. 200년 식민통치의 끝을 선포하는 네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인도 라디오를 통하여 방송된 이 기쁜 독립선언은 펀잡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벵골지역 사람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갑자기 시냇가 이편이 인도가 되고 저편이 파키스탄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거기에 이념이 아닌 종교가 개입되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힌두와 시크와 무슬림이 자기 종교가 속한 나라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생긴 비극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총칼, 몽둥이, 돌로 치고 때리고 찌르고 강간, 절도, 폭력으로 200만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1947년 6월 인-파 분단계획이 발표되고 당시 인도를 대표했던 전인도국민회의 지도자들은 많은 서민들로부터 자신들의 거취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독립이라는 거대담론에 휘말린 이들의 귀에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기나긴 독립투쟁의 끝을 보고자 독립선언서에 서명을 하고 독립을 이끌어낸 지도자로서의 명분을 얻기에 바빴다.


그 결과 분단으로 생긴 아픔은 개인이나 국가나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일이 되었다. 그 아픔의 현장을 겪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세대들이 현재 인도를 이끌어가고 있다. 삼성모바일을 생산하고 한국의 금궤를 수입하는 2천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굽따 사장도 그 중에 하나다. 자기는 불가촉천민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일에 대해서는 큰 이의가 없지만 무슬림이라면 절대 아니올시다라고 말하며 적개심을 표한다. 분단의 아픔이 주는 일례다.


개성공단의 폐쇄에 대해 늘 그래왔듯이 국내에서는 찬반이 극렬하게 갈려 설왕설래하면서 모두다 한반도의 미래,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개시개비일 수 있다. 그러나 왜 나에게는 모든 것을 떠나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바로 공단폐쇄를 단행한 집권자들의 긴밀한(?) 결단의 모습에서 독립당시 인도 지도자들의 모습을 볼까? 아울러 그 결단에 희생된 개성공단 입주자들, 북한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에서 인도 독립당시 1200만의 이주민의 그 처절하고 고단했던 삶의 현실이 눈에 떠오를까?


현실적으로 이번 3월말 4월초에 있을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재외국민선거에서 나는 누구에게 나의 고귀한 한 표를 주어야 하는 고민이 있다. 당리당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무리들이 역겨워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다. 그러나 막상 선거날이 되면 누구보다 먼저 붓두껑에 인주를 묻히고 있을 게다. 제발 이 한 표가 서민들의 아픔을 눈곱만큼이라도 이해하는 이에게 갈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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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문전옥답

2016.02.16 09:14:41
*.194.68.54

이번 정권은 왜이렇게 비상식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쳇말로 이명박이 그리울 줄 몰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사건들이 보란듯이, 그냥 대놓고 일어나네요.

그리고 거기에 극단적으로 동조하는 세력들, 일부 기독교단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이해도 안 되고...답답한 시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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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16.02.16 18:42:12
*.160.132.218

그렇지요.

한국에 오늘 눈이 와서 앞이 안보인다고 들었습니다.

여기는 눈이 안오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군요.


우리 기독교인들의 완악한 마음이 얼마나 부서져야

진실을 오도하는 가진자들이 얼마나 많은 매를 맞아야

애통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재를 뒤집어서야

이 한반도가 여호와 삼마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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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6.02.16 20:57:24
*.94.91.64

인도의 독립과 파키스탄과의 분리가 그렇게 연결되는군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네루가 좀더 기다리면서 파키스탄 문제를 같이 묶어 독립 운동을 전개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그건 그렇고,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서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에 따라서 국가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려는 생각인 것처럼 보입니다. 어딘가 감정적으로 대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불안하네요. 김정은 정권이야 늘 벼랑끝 전술을 펴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기 때문이라도 남한 정권이 정신 차리고 남북문제를 잘 풀어가야 하는데, 이제는 거의 치킨 게임으로 들어서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혹시 차제에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생각까지 하는 걸까요? 그것처럼 위험한 생각은 없어요. 북한 정권은 그런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물불 가리지 않을 겁니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결국은 남이나 북이나 다 망하는 거지요. 우리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고 김정은 정권이 몰락한다 해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독재라 해도 무정부보다는 나은 거잖아요.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보듯이요. 지금 남북관계가 최악입니다. 총선은 다가오고 있구요.

요즘 세태를 보면서 한국교회의 문제도 결국 담임 목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담임 목사가 어떤 마인드로 목회를 하느냐에 따라서 교회의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만약 담임 목사가 타종교를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 교인들도 그런 영향을 받겠지요. 아직도 가톨릭교회를 이단으로 여기는 목사들도 있으니, 그런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 신자들은 다 그런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거지요.

목사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런데, 크거나 작거나 한 공동체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인문학적 토대가 탄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좀 읽고 공부도 하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지요. 그런 게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기 진정성에만 몰두하면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듭니다. 신학이 없고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목사가 목회를 너무 열심히 하면 교회가 어떻게 될지는 뻔합니다. 그런데도 한구교회 신자들은 담임 목사를 판단할 때 교회를 얼마나 사랑하냐, 교회를 얼마나 키웠냐 하는 것을 주로 기준으로 삼고 있네요.

아래는 지난 설교 준비를 하면서 초고 원고에 넣었다가 자칫 정치적인 것으로 오해되면 주일 설교 내용으로는 부적합한 거 같아서 뺀 것입니다. 여기 대글로 달아둡니다.

 

개성공단 폐쇄

한민족의 역사에서 볼 때 불행한 일이 지난 주간에 발생했습니다. 개성공단의 폐쇄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발사를 이유로 남한이 먼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을 결정했고, 북한은 한 걸음 더 나가서 개성공단에 있는 모든 물자를 동결시켰습니다. 이에 관련된 정치 군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제 수준이 좋아지는 게 남한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통일의 후유증도 줄어듭니다. 북한의 양질의 노동력과 남한 자본과 기술력이 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니까 문제가 벌어진 거 아니냐,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도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싫어합니다. 핵에 집착하는 북한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한의 핵발전 시설도 하루속히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문학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독일은 정확한 햇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앞으로 10년 안에 핵발전소를 다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재생 에너지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은 조폭이 총이나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우리가 국경을 맞대고 사는 한,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피해야 하는 한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해야 합니다. 개성공단 중단은 모든 걸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그것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포기하지 않으면 포기할 때까지 무한정 압박을 가해야 할까요? 그래서 북한이 자폭하기를 기다려도 되는 걸까요? 이념은 그만 두고, 원수 사랑이라는 기독교 사상도 접어두고, 오직 실리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개성공단은 살려두어야 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알만한 분들은 다 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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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16.02.18 00:25:27
*.69.226.46

식민통치가 시작되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영국이 식민통치를 시작하던 시기 제임스 밀을 비롯한 역사학자들이 이슬람이 남긴 사료만으로 역사를 재구성하여 인도의 역사를 힌두 고대와 이슬람 중세로 구분하였습니다. 성전(聖戰)을 과장한 이슬람의 기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다보니 힌두는 이슬람의 엄청난 침략을 받은 것이 되었습니다. 이런 해석은 없던 힌두, 무슬림 종교공동체를 탄생하게 했고 영국의 의도대로 서로 반목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Divide and Rule 정책이 먹혀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190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3억가까운 인구중 힌두:무슬림 인구비율이 70:20 이었습니다. 유럽식 대의제가 실시되면서 무슬림 지도자들이 엄청 위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힌두민족주의자들의 암소보호운동은 무슬림들로 하여금 더더욱 적대감을 갖게 하였습니다. 영국은 무슬림편을 들어 다수의 힌두를 조정하려고 하였습니다. 상상의 힌두와 무슬림 공동체가 서로 미워하면서 실체가 되고 그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1905년의 힌두 민족주의가 강력하게 일어났던 벵골지역에 대한 영국의 종교를 기반으로 한 분할정책은 그 골을 더 깊게 하고 이듬해 영국은 한 술 더 떠서 무슬림분리 선거구제를 도입하므로서 효율적인 통치를 하고자 하였습니다. 간디가 양측의 화해를 위해 많은 애를 쓰면 쓸수록 그의 투쟁방법인 '아힘사(비폭력), 사땨그라하 등이 힌두문화에 근간을 둔것으로 인해 무슬림의 소외의식이 더 심화 되어 갔습니다.


1937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무슬림의 대표 진나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두 민족론을 설파하고 다녔습니다. 1942년 2차대전 참전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영국 사절단이 인도를 방문하고자 하였을때 간디를 비롯한 인도국민회의 지도자들은 "인도를 떠나라"(Quit India)운동을 전개합니다. 이 운동은 무슬림이 불참함으로 실패하고 6만 여명의 국민회의 지도자들이 투옥되자 무슬림연맹은 그 사이 세력을 기르게 됩니다.


영국이 통치권을 이양할 의도를 보이자  국민회의와 무슬림연맹 지도자들은 땅따먹기를 위한 지리한 협상을 이어갑니다. 하도 그것이 힘들어 네루는 그 싸움에 지쳐서 독립을 연기하느니 차라리 분단하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더 이상 인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병든 다리 하나를 잘라내는 기분으로 국민회의 지도자들은 1947년 6월 3일 인파분단계획을 발표하고 위에 언급한 비극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독립이란 거대한 담론에 서민들의 삶이 짓밟혀져 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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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6.02.18 22:50:34
*.94.91.64

예, 설명 잘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얼릉 재림하든가 하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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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6.02.21 14:49:17
*.66.102.16

제가 예상하기론 총선 끝나면 개성공단은 다시 열릴것입니다.

총선용입니다. 아시잖아요. 이번 정권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도 쉽게 한다는 것을...

슬슬 분위기 띄우고 방송들이 목소리 톤을 한단계 올려 선동질을 시작하는군요.

박정희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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