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인도인과 함께 가기

인도의 길 조회 수 4441 추천 수 0 2010.06.07 10:46:21

지난 3월 출간된 이광수 교수의 “역사는 핵무기보다 무섭다”-부제: 인도사로 본 한국사회는 인도를 이해하는데 있어 건전한 시각을 제공하는 좋은 책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도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몇 개를 제공하는데 카스트, 종교분쟁, 그리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에서 오는 사회 분열이 그것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낙살라이트 또는 마오이스트 이야기는 아마도 첫 번째와 세 번째를 혼합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난 4월 단데와다의 경찰관 76명 사살되었다. 5월 17일에는 차티스가르주의 수크마와 단데와다를 잇는 도로의 지뢰 폭발로 50명 가까운 인명 피해가 났다. 뒤이어 5월 28일 웨스트벵갈주의 사르디하마을 근처의 열차 충돌 사고로 200명의 부상자와 최소 9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개가 세 사건을 일으킨 주모자가 다름 아닌 낙살라이트라고 확신하고 언론은 이들을 마오이스트가 아닌 테러리스트라고 언론은 규정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과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들을 가망 없는 폭도들이요 테러리스트들로서 이 사회에 도저히 존재해서는 안 될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만 몰아간다고 해서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여기에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인도지도자들의 고뇌가 있다.

먼저 글을 읽는 이들의 이해를 고려하여 낙살라이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낙살라이트라는 명칭은 1967년 웨스트벵골 주의 낙살바리 마을에서 일어났던 농민 반란에서 기원한다. 공산당들은 악덕 지주의 전횡에 분노하던 가난한 농민들에게 평등한 공산국가 건설을 약속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현재 인도 삼림의 2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낙살라이트는 1만5천명의 적극적인 가담자와 1만여명의 동맹군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정부군의 낙살라이트 토벌작전은 2004년까지 자르칸드와 차티스가르 거점의 마오공산당센터, 비하르와 우뜨라프라데쉬 동부지역을 점거한 란비르 세나와 안드라프라데쉬와 서부 오리사지역에 위치한 인민전쟁동맹으로 분리되어 있던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이것은 비교적 이들의 영향이 적었던 차티스가르를 자르칸드와 더불어 핵심지역으로 만들었고 이들 두개 주의 거의 모든 지역이 이들의 영향권안에 들어갔다.

미디어와 대도시 대중들은 도시에서 테러가 발생할때마다 종교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무슬림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 낙살라이트 구성원의 대부분이 힌두인 것을 생각하면 인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소재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 또 누가 해결당사자인가 답이 나오게 된다.

이 위협은 인도 정부가 급격한 경제 개발을 진행해 나오면서 이들을 소외시킨 것이 누적된 결과다. 이 낙살라이트가 점거하고 있는 대다수 주의 주민들은 같은 인도인들이라도 상상할 수 없는 가난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다. 소위 KBK(Kalahandi-Bolangir-Koraput) 벨트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인도 기아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이고 여기에 낙살라이트들이 활개를 칠 수 터전을 잡고 있다. 인도가 수도권 지역, 방갈로르, 구자라트, 펀잡 지역의 급속한 경제개발로 자부심을 들떠 있는 동안 누가 인도 중앙에 위치한 이 지역 주민들이 매일 기아로 죽어가고 있는 수백 만명의 아사자들을 생각할 것인가?

이 문제는 신생 인도가 태동될 때부터 예상되던 문제였다. 오래전 군사정부치하에서 긴 기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잠시 인도를 다녀간 신영복 교수는 발전하는 인도를 지켜보며 이 문제를 금방 간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간디의 물레소리’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얀 안개꽃 가운데 붉은 장미 한 송이를 꽂으면 안개꽃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가 아니면 장미꽃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가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간디는 인도를 이끌고 가야하 는 것은 몇 개의 근대화된 도시가 아니라 수십만 개의 인도마을과 민중이라고 생각했던 반면에 네루와 그가 중심이 된 인도국민회의파는 근대화된 도시와 엘리트를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간디와 네루의 차이는 두 사람의 개인적 차이라기보다는 인도사회의 복합성이 두 사람의 인격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정작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사랑의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절절한 애정을 그 속에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대상을 오히려 그르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의 역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정직한 사랑의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가 농촌을 이끌고 가는 20세기의 근대화방식은 도처에서 실패의 흔적 을 남기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인도인, 특히 인도의 농촌과 함께 가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간디의 물레소리에서 발췌)

우리들에게 ‘작은 것들의 하느님’으로 잘 알려진 여류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이러한 농촌, 농민과 함께 가기를 포기한 인도 정부의 개발주도의 맹점으로 인해 발생한 낙살라이트 문제를 심장부부터 해결해보고자가 이들 속으로 들어갔다. 인도의 진보성향의 주간지 Outlook India는 아룬다티 로이가 밀림 속에서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낸 시간, 대화들을 30쪽의 특집으로 엮었다. 로이는 소외된 아픔만 아니라면, 십대에 교육의 기회를 상실한 채 AK소총을 들고 독사와 독충들의 위협이 산재한 밀림 속에서 보초를 서야하는 현실이 아니라면 이들도 주어진 천연의 자원 속에서 작은 것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3월 이 특집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낙살라이트들이 단테와다에서 밀림 속에 자리 잡은 자기들의 생존기반을 위협해 들어오는 토벌군들을 기습하여 상기한 76명의 사살한 일이 발생했다. 이들을 옹호하던 입장에 서 있던 아룬다티 로이의 입장이 난처해졌음은 물론이다. 도시의 미디어들은 기회는 이때다하고 CNN 인도판의 대담장으로 로이를 불러냈다. 소위 비폭력를 주창한 간디를 추종하면서 이런 폭력을 정당화 할 것인가? 이러한 대량 살상을 불러일으키는 폭력집단을 그래도 옹호할 것인가 몰아붙였다. 여기서도 그녀는 가진 자가 제대로 나눠주기만 해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하며 개발 주도형으로 매진하고 있는 가진 자의 오만을 잔잔한 목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질책하였다. 한 끼 먹을 음식이 없어 신음하는 이들을 또 다시 착취하는 가진 자들이 이들로 하여금 밀림으로 향하게 하고 총을 들게 만들었다고 말하였다. 가진 자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갈 생각, 나눔이 실제적으로,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결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Green Hunt를 외치며 이 지역 낙살라이트 또는 마오이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을 토벌하고자 목청을 높이지만 그 높은 목소리만큼이나 전쟁의 일선에서 이런 저런 모습으로 희생될 가지지 못한 자들의 숫자는 늘어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미 이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하여 낙살라이트들에게 자진납세를 하는 한편, 이런 상황을 해소해달라고 중앙정부 부처에 압력을 넣고 있는 현실에서 이 상황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가 않다. 기업가들과 지역 정치인들이 야합하여 가지지 못한 자들을 착취하면서 생긴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 벌어진 틈이 너무 넓고 깊어 단시간 내에 이 간극이 쉽게 메워 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정황 가운데서 한국에서 창조한 신화를 인도에서도 이어가고자 12조의 투자액을 가지고 이 지역에 접근한 한국의 모기업은 지난 3년의 세월이 정말 지난한 세월의 연속이었다. 한쪽이 해결되는 듯하면 또 한쪽이 막히고 그러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동안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이는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갔다. 중앙과 지방정부와 언론에서 아무리 지원사격을 해주어도 막상 일선에서는 직원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수많은 개발 프로그램을 제시했으나 주민들의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이미 가진 자들에게 속을 만큼 속아본 이들 주민들은 어떤 달콤한 조건에도 넘어오지 않았다. 진심을 믿어달라고 해도 그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 혹자는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심각하여 일의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주민들의 불신이 배경에서 힘이 되어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은 만사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 이 기업은 자사경영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존중하여 먼저 사회사업을 통하여 이들에게 다가가기로 방향을 전환하였다고 한다. 네루의 방식, 장미꽃 중심 방식이 아닌 간디의 방식, 안개꽃 중심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밀어붙이기 식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일치되어야 일의 진행이 되는 인도의 속성 일부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야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영복 교수의 책 제목처럼 ‘더불어 숲’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함께 가야 우리 기업이 인도 민초들의 신뢰감속에서 생겨나는 살가운 사랑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참에 정부나 기업들의 단편적인 인사정책에 한소리 하고 넘어가자.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2-3년간의 근무 기간을 마치고 복귀 또는 전근하는 일이 관례화가 되어 있다. 올 때마다 새롭게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야 하고 그러다보면 다시 돌아갈 때가 온다. 전문가가 생겨날 틈이 없고 인맥이 형성이 될 겨를이 없다. 중국이나 인도나 인맥이 중요한 사회다. 그리고 카운터 파트너의 지위가 중요시 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국내 영업부의 예를 들자. 대리가 과장이 되고 과장이 차장을 거쳐 부장이 되면 같이 뛰며 경쟁하던 상대들도 그 정도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그 방면의 도사들이 되는 것이고 인맥이 막강한 효력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잠간 왔다 가니 무슨 인맥인들 형성이 되며 길게 바라볼 장래가 어디 있을 수 있을까? 좀 심하게 말하자면 얼른 벌어서 뜨자는 속셈이 빤히 보이는 하다.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연을 듣는다든지 연구프로젝트를 운영한다든지 하면서 그 결점을 보완하고자 하지만 인도에서 인맥은 그런 것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해외에 나와 고생하는 것은 아는데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너무 누수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너무 불필요한 낭비가 반복이 되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소리다. 위의 기업의 예에서 한 이야기지만 이들과 함께 하는 세월속에서 쌓은 신뢰가 진정한 인맥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선교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분들이야 초장부터 인도인들을 사랑하고자 나온 분이니 이 글의 함께하자는 주제와 합일되는 분들이라 별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개중에 만에 하나라도 교회지어주고, 생활비 대주고, 말 잘 듣는 이들 한국 관광 시켜 주어 같은 패거리 만드는 것이 선교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가진 자의 돈 자랑이지 인도인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 숲을 이루는 삶, 참으로 지난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인도와 더불어 인류애의 아름다운 숲을 이루어 가자면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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