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부엌정치학

인도의 길 조회 수 4450 추천 수 0 2011.01.13 16:03:48

인도의 문화충격은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시작된다. 직항인 아시아나를 타던 홍콩을 경유하는 인도 국적기 에어인디아를 타던 기내식 먹는 시간이 되면 승무원들이 꼭 묻는 질문이 있다. 베지(채식)냐 난베지(육식)냐? 대부분 한국인은 난베지를 택하고 인도인들은 베지를 택한다. 자라온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단순히 환경의 지배를 받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도인들은 음식 선택을 통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베지를 택하는 나는 아무것이나 게걸스럽게 먹는 자와는 구별이 되는, 그래도 좀 괜찮은 집안사람이니 알아주시오.’ 사람의 안에서 나오는 것이 더러운 것이니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음식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이들을 외식주의자들이라고 단순히 폄하해버리기에는 이들의 삶의 현장이 너무나 절절하다. 인도인, 여기서 인도인들이라 함은 85%의 인구를 갖고 있는 힌두 백그라운드의 사람들 즉 힌두, 불교, 시크교도들로 이해를 하기 바란다. 마이너리티인 무슬림과 크리스천도 있지만 이들은 오늘 글에서 잠시 괄호 밖으로 모시고자 한다.


그 인도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첩경은 차탈푸르에서 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모 싱글선교사처럼 현지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수십 년 다른 문화 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결심했다고 해서 몸과 정서가 따라줄 리는 만무한 것이다. 그야말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연약하여 울어도 힘써도 힘든 것이 문화상황화다. 그래도 차선책이 있다면 바로 이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고전인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의 8배 분량에 해당하는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는 중국의 삼국지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라마야나는 서유기를 생각하면 대충 이미지가 맞아 떨어진다.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들은 마하바라타 영역본1)과 라마야나 영역본2)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난독증이 있는 분들은 하우스카스 아우로빈도 마켓, 까빌라 음식점 아래 있는 서점에 가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 연속극 모음 DVD를 사서 보면 좋다. 좀 지겹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 몇 편 보는 셈치고 보다보면 인도, 인도인에 대한 이해가 팍팍 오실 것이다. 오늘은 그 안에 없는 것이 없다는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에서 먹거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통하여 인도인들이 음식을 통하여 말하려고 하는바를 알아보고자 한다.


마하바라타에서 크리슈나가 판다바를 대신하여 카우라바와 화친 협상을 하러 갔을때였다. 크리슈나는 유료다나의 집에서 식사하지 않고 유료다나의 이복동생이자 유료다나의 아버지 드리트라슈트라의 참모인 비두라의 집에 가서 먹었다. 비두라는 ‘비두라 사악’으로 알려진 채소로 크리슈나를 대접했다. 비두라 또한 카우라바의 들과 정원에서 자라는 채소를 거부하고 자신의 정원에 채소를 가꾸어 자신의 필요한 바를 자급자족했다. 이같이 음식은 단지 맛과 영양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디서 누구의 음식을 먹느냐는 것을 통하여 뭔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음식이 정치적 도구가 된 경우다.


라마야나에서 악마왕 라바나에게 유괴된 자기 아내 시타를 찾는 동안 허기진 람은 훗날 ‘람 딸기’라 알려진 딸기를 공양하는 샤바리라는 부족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람에게 딸기를 주기 전에 자기가 한 알을 꿀꺽 삼켰다. 이를 본 람의 호위 겸 동생 락쉬만은 이를 람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고 이런 샤바리를 따끔하게 훈계하도록 람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람은 그렇게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전에 왜 샤바리가 그렇게 한 이유를 알아보도록 했다. 샤바리는 “람님에게 가장 단 맛이 나는 딸기를 드리고 있는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녀의 겉으로 보아 황당한 행동의 배후에는 순수한 사랑이 있었고 그것을 람이 보았던 것이었다.


라마야나에서 라바나의 형 꿈바까르나는 항상 잠자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잠에서 깨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야만 했고 이는 그를 게으르고 게걸스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음식을 많이 먹는 자는 인도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그런 배경에서 두세라 축제때마다 꿈바까르나의 허수아비가 불에 태워진다.


가네샤, 시바의 코끼리 머리를 가진 아들도 식충이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 이유는 꿈바까르나와는 전혀 다르다. 한번은 약사의 왕 쿠베라는 금욕주의자인 시바가 어떻게 그의 비만한 아들을 먹일 수 있는가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내가 당신의 먹거리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분명히 금욕주의자인 당신의 부친은 그런 많은 음식을 결코 제공할 수 없을 겁니다.” 가네샤는 쿠베라의 초청을 승락하고 그의 집으로 가서 무엇이든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많은 음식을 먹고도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는 가네샤에게 쿠베라는 그의 보화를 다 털어 더 많은 음식을 차려 주었다. 가네샤는 준비된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도 더 달라고 했다. 마침내 쿠베라는 그의 발아래 엎드려 먹기를 멈추도록 간청했다. “당신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라고 울부짖었다. 가네샤는 웃으며 말했다. “허기를 만족시키는 어떤 시도도 결코 성공하지 못해요. 그래서 내 아버지 시바는 그것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고 있지요.” 가네샤의 식탐은 우리의 영적인 갈급함이 먹는 것으로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교훈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두 서사시의 여주인공 마하바라타의 드라우파디와 라마야나의 시타는 위대한 요리사로 알려져 있다. 북인도판 라마야나 버전에 따르면 까마귀 한마리가 시타가 요리한 빵 한조각을 악한왕 라바나가 살고 있는 랑카에 떨어뜨렸다. 그것을 먹어본 라바나는 그 빵을 구운 시타를 보고픈 열망에 거의 미쳐갔다. 각색한 이야기는 그것이 라바나가 바로 시타를 랑카로 납치한 진짜 이유라고 말한다.


또 다른 각색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는 판다바의 어머니 꾼티가 결코 그녀의 요리 비법을 며누리 드라우파디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리따운 며느리에게 자기 아들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꾼띠는 자신의 음식에 길든 아들들이 결국은 음식으로 인해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며느리 드라우파디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드라우파디도 음식을 통해 시어머니 손에서 남편을 쟁탈하고자 결심하게 된다. 그녀는 꾼띠가 요리할 때마다 면밀히 무슨 재료를 어떻게 쓰며 그 냄새가 어떠한가를 유심히 살폈다. 조리방법을 알아낸 드라우파디는 거기다가 자신의 창의력을 더하여 시어머니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요리했다. 결과는 며느리의 승리로 끝났다. 아들들이 어머니 음식맛도 좋지만 아리따운 아내가 그 고향의 맛에 더하여 새로운 맛을 선보이자 완전히 아내의 치마폭에 휩싸이게 된다. 며느리의 완판승이었다. 음식은 이제 더이상 건강 차원을 벗어나 고부간의 사랑 쟁탈전의 도구가 된 것이다. 더 나아가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결에서 저자는 신세대의 손을 살짝 들어준다.


다시 마하바라타로 돌아가자. 드라우파디의 남편 비마는 식충이였다. 꾼띠가 요리를 했을때 밥의 절반은 비마에게 주고 나머지 반은 다른 4명의 판다바와 그들의 어머니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마의 먹거리는 광폭한 악마 바카를 만나면서 끝나버렸다. 마을을 공격한 식충이 바카는 불가사리처럼 무엇이든 먹어치웠다. 그래서 마을의 평화 유지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바카에게 매달 한 수레의 음식과 더불어 남녀 한 명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바카는 음식뿐만 아니라 수레를 끌고 온 소와 음식을 가져온 남녀도 먹어치워 버렸다. 이런 희생을 치룬 마을은 다음 수레를 바카에게 보낼 때까지 한 달 동안 평화를 유지했다. 음식이 없어 쫄쫄 굶던 비마는 바카로 가는 수레를 끄는 소년으로 자청했다. 물론 그의 진짜 속셈은 그 수레의 음식을 다 먹어치우려는 것이었다. 바카가 입맛을 다시며 그의 음식 수레에 다가 왔을 때 자기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비마를 보았다.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바카와 비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싸움은 비마의 승리로 끝났다. 선한 식충이가 악한 식충이를 이긴 것이었다. 그러나 비마는 죽어서 신들의 천국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식탐의 죄악 때문에 지옥으로 내쳐져야만 해다. 선한 식충이도 악으로 분류되는 식충이였기 때문이다. 없는 집안의 식충이는 가난한 가족에게는 무서운 적이 아닐 수 없었다. 무조건 지옥행으로!

 

마하바라타에서 사촌 카우라바들이 판다바들을 숲속으로 유배시킬때 드라우파디가 가장 슬퍼했던 것은 그녀의 부엌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왕비로서 그녀는 왕궁을 방문하는 많은 방문객들을 먹이는 것이 큰 자랑거리였다. 지금 그녀는 줄게 하나도 없었다. 카우라바들은 그런 드라우파디를 고소해 하며 그녀를 모욕하고자 드라우파디의 집에 일련의 제사장들을 보냈다. 그들은 드라우파디에게서 뭔가 대접받을 것을 기대했으나 드라우파디는 줄게 하나도 없었다. 드라우파디의 모욕감은 그녀의 친구 크리슈나가 나타나 “나도 배고파요. 드라우파디”라고 말했을때 견딜수 없을 만큼 극도에 달했다. 드라우파디는 눈치 없는 친구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궁전을 떠날 때 내 손가락에 붙은 밥알 하나밖에 없어.” “그거면 충분해요.” 크리슈나가 말했다. 크리슈나는 드라우파디의 손가락에서 밥알을 받아들고 맛있게 먹었다. 심지어 트림까지 하자 드라우파디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크리슈나가 트림을 하자 카우라바가 보낸 제사장들은 마치 음식을 잔뜩 먹은 것처럼 자기들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드라우파디가 제공할 어떤 음식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렀다. 그래서 드라우파디를 모욕하기는 커녕 그들은 조용히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이런 식으로 크리슈나는 드라우파디를 체면을 세워주었다.


인도는 음식이 제공되는 것과 제공되는 방법에 의해 사회적 지위가 강화되는 곳이다. 채식주의자가 육식주의자보다 우월하다고 간주된다. 육식주의자들에게 있어 고기는 상위계급이,  내장은 하위계층 차지다. 고대에는 전부 이파리에다 음식을 놓고 먹고 먹은 다음에는 그것을 버렸다. 철제 접시가 생겨남에 따라 이것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곤 했다. 철제 그릇들은 동일한 카스트 사람들과 상위 카스트들이 차지했다. 하위 계층은 흙으로 구워진 도기를 사용했다. 오늘날도 방문객들에게는 중국제 그릇이나 유리로 대접하지만 집안사람들은 철제를 사용한다.


뻬리야 푸라남에는 이러한 음식 정치학에 대해 언급하는 남인도 성인의 이야기가 있다. 시바 사원에서 황금 접시에 음식을 담아 시바에게 공양하는 브라만이 있은 반면에 손에다 고기를  담아 시바에게 바치는 원주민 소년이 있었다. 삭띠가 시바에게 어느 음식을 더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시바는 그 대답으로 그의 진짜 눈이 드러나도록 사원에 그의 형상이 배어나오게 했다. 그의 눈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본 브라만은 놀라서 도망가 버리고 원주민 소년은 채소들로 피 흘리는 것을 막지 못하자 자기 눈을 빼서 시바에게 바쳤다. 그때 시바가 삭띠에게 말했다. “난 원주민 소년이 바친 것을 좋아해. 무엇을 바치든 어떻게 바치든 상관이 없어. 왜 바치느냐가 중요하지. 공양하고 있는 이의 마음이 공양을 위대하게 만들어.” 이를 볼 때 인도의 음식은 단순히 양과 질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요리되고 섬겨지는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인도 부엌 정치학의 요체이자 핵심이다.


1) http://www.sacred-texts.com/hin/m01/index.htm


2) htp://www.sacred-texts.com/hin/rama/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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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김영진

2011.01.26 13:36:12
*.203.200.17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주 맛있는 것을 먹은 느낌입니다.

제겐 인도는 좀 낯선 곳으로 다가옵니다. 아마 이름 때문일지 몰라요.

그래도 그동안 인도 여행기 책도 자주 대하고... 다른 분들이 인도에서 찍은 사진도 자주 보기는 했습니다.

인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가끔 읽기는했지만,

오늘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이 제법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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