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구루 비즈니스

인도의 길 조회 수 4799 추천 수 0 2011.05.27 14:11:21
델리를 둘러 흐르는 야무나 강변에 악샤르담이란 힌두 사원이 있다. 2005년도 11월 5일 착공되어 딱 5년만인 2010년 11월 6일 완공된 이 사원은 힌두 구루 바그완 스와미나라얀을 기리는 곳이다. 그의 추종자들의 기부금으로 완성된 이곳의 준공식에 수상인 만모한 싱을 비롯하여 인도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 하여 그 위상을 한껏 뽐냈다. 인도 문화와 영성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하니 2백 루피 내고 일견해 볼 만 곳이라 하겠다.


악샤르담 광고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인도에서 가장 돈벌이 잘 되는 비즈니스 중에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뭐라고 명명할까? 종교 비즈니스? 구루 비즈니스? 아마도 후자가 훨씬 인도다운 냄새가 나긴 한다. 그래서 제목도 그렇게 달았다. 그럴듯하지 않는가? 구루 비즈니스. 이 땅을 살다 간, 또 이 땅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구루들이 인도 사회에 미치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 그 배후에 대해 어눌하나마 짚어 나가보고자 한다.


10세에 그 어렵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산스끄리뜨로 된 베다와 기따, 우파니샤드 등 힌두 경전을 다 외우고 약관의 나이에 인도 전역을 순회하며 순례자의 길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추종자들을 가졌던 바그완 스와미나랴얀, 49세에 모두가 가는 그 길을 가버린 그를 못잊어하는 추종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악샤르담은 구루 비즈니스의 일례에 불과하다. 인도에는 이에 못지않은 기라성 같은 구루들이 즐비하다.


비즈니스에서는 기본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어야 한다. 물론 판매자는 당연히 구매자의 흥미를 끌만한 상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구루 시장에서 가장 호평 받는 상품의 종류에 대해서는 종교 심리학자 미라 난다의 의견을 잠깐 들어보자. 난다는 자신의 세미나를 묶은 책, ‘신(神) 시장(The God Market)’에서 인도에서 횡행하고 있는 구루 비즈니스의 상품들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기적을 행하면서 이성을 무력화시키는 스타일이다. 그 대표에 사이 바바가 있다. 지난 4월 27일 수요일 정치가, 판사, 관료, 군인, 사친 텐둘카와 같은 스포츠 스타들, 과학자들을 비롯한 수천만 명의 추종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70년동안 수없는 기적을 일으켰던 스리 사땨 사이 바바가 영면에 들어갔다. 그의 신성에 대한 그들의 신앙은 동성애, 아슈람내 살인, 마술이 가짜라고 들통이 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단 재산등의 잡음이 끊임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다.


독일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다 인도의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수디르 카카르와 결혼한 인류학자 카타리나는 그를 일컬어 ‘20세기 인도의 신인(神人)’이라고 표현했다. 그녀에 의하면 사이 바바는 그가 가진 카리스마로 추종자들의 심리를 잘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집회에서 추종자들을 한없이 기다리게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밀집한 청중 사이로 걸어가다 또 갑자기 멈춰서 최면을 걸듯이 사람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그냥 사람이 뿅 가버리는 것이다. 말로 설명해서 그렇지 그런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런 상황이 되면 제정신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이 바바는 130개국에 지부를 갖는 거대한 영적 제국을 건설한다. 5만여 명의 추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아슈람에서 그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모인 추종자들을 기적과 음악과 볼거리로 이끌어가는 그는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기적만 일으키는 구루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을 신이라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 거하기를 즐겨했고 사람들이 그를 신이라고 믿는 이상 그를 믿기만 하면 ‘Nothing is Impossible’, ‘Everything is Possible’이었다. 그는 소외되고 반발심 많은 전후세대들의 영적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었다.


난다에 따르면 암마라고 불리는 마타 암리따난다마이가 이유 불문, 기적 사역자의 예로서 또 다른 적격자이다. 남인도 케랄라출신으로 까무잡잡한 피부에 푸짐한 몸매를 가진 그녀의 입맞춤과 따뜻한 포옹에 이끌려 몰려든 사람들은 그녀가 꿈에 나타나면 그것으로 암마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이유는 없다. 그것은 기적이고 확신이다. 사이 바바의 추종자들과 마찬가지로 맘마를 따르는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의 영적 공허를 채워줄 누군가를 찾는 회의론자로 출발한다. 사이 바바의 조직과 마찬가지로 암마도 ‘만뜨라 모니터’와 ‘만뜨라 지도자’를 포함하는 자원자들로 운영된다. 공식행사시에는 연단을 높이 만들고 크레인에 달린 카메라로 중계를 하기도 한다.


두 번째 형태는 주로 좀 더 철학적이고 적은 주술을 원하는 비즈니스 계층과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경건하고 식견이 있는 구루들이다. 이들은 종교 경전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딱딱하고 지루한 경전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능력이 있다. 악샤르담의 주인공 바그완 스와미나라얀도 이 범주에 들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이 형태의 구루는 바그와드 기따를 오늘에 맞게 해석하고 영성과 이 세상에서의 성공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은 묵상과 요가형태의 구루일 것이다. 스리 스리 라비 상카르의 삶의 예술1)은 콧구멍을 번갈아 막고 숨을 내쉬는 호흡법, 찬가와 헌신의 춤을 함께 춤으로 나누는 행복의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라비 상카르의 추종자들은 IT 업계 종사업자들이다. 이들은 라비 상카르의 단순하면서도 흡입력이 있는 가르침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사무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치료 효과도 누리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구루들에게 몰려갈까?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서구와는 달리 인도에서는, 특히 중산층 인도인들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길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동성애로 빠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구루에게 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인도의 지도자들이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별 다른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던 탓도 있다. 네루나, 암베드카르, M.N. 로이는 물론이고 합리주의자들조차도 구루들의 ‘기적들’을 폭로하는 것 이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산층들이 구루들에게 몰리는 또 다른 원인이 인도의 교육 시스템에 있었다.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인도 교육은 신세대의 영적 필요를 무시했다. 인도 전통 문화와 의식과는 상관없이 과학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다윈의 선구자로서 비쉬누 아바타들의 유효화를 시도한다든지 일식동안에 뿌자(제사)를 드리는 천체 물리학자들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부유한 중산층들이 구루들에게 몰리는 이유가 있다. 구루들을 통하여 내면의 죄의식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인도인들은 항상 부에 대해 정신분열적인 면을 보여 왔다. 돈을 벌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부를 멀리하는 이들을 숭배했다. 그런데 구루들은 영적추구와 물질적인 부요함의 균형을 잡는 법을 가르침으로서 죄의식의 모서리를 날려 버렸다. 많이 벌어서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사회복지를 위해 기부하면 된다고 가르쳤다. 그러니 마음속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들이 마음의 안식을 얻고 벌어들인 돈을 아낌없이 바리바리 구루에게 들고 왔다. 잘나가는 구루들의 비즈니스는 어디가도 팽창일로였다.


그런데 이런 비즈니스로 인도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개인이 구루를 만나 스트레스를 해결받고 또 번 돈을 쾌척함으로 일부가 사회에 환원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남아있다. 그것은 구루나 추종자들 양측이 다 포함된다.


먼저 구루는 사유야 어떻든 쌓인 재물을 처치해야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추종자들이야 기쁜 마음으로 드린 기부지만 수익의 근거가 남지 않는 그 돈은 상당수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악샤르담과 같은 구루를 위해 지은 건축물에 투자된 금액은 천문학적인 숫자다. 거기를 방문하고 예배하는 이들이 받는 대중들의 심리적 위로와 평안을 감히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것이 과연 구루가 가졌던 초심일까? 더구나 앞서 사이 바바의 이야기에서도 언급했거니와 현존하는 구루들 중에는 도덕적 타락과 금전적 문제로 감옥살이, 도피행각을 벌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음 거액의 기부금을 바치면서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죄의식을 날려 버리고 행복해 하는 추종자들을 돌아보자. 물론 당사자야 행복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구루를 만나고 법열에 빠지고 기부하는 절차를 통해 구원을 얻는 방식은 중세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마틴 루터는 성찰(省察), 통회(痛悔), 고백(告白), 보속(補贖)의 단계를 통해 진행되어야 할 고해성사를 앞의 세 단계를 날름 날려 버리고 보속, 즉 면죄부를 구매함으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 받게 한 교황청 산하 교회의 오류를 지적하였다. 그것은 십자가 없는 부활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독교가 온전히 존립할 수 없었다. 다시 인도로 돌아오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한 이들이 그 과정에서 생긴 죄악들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은 하나도 없이, 거기에 대한 마음의 아픔은 하나도 없이 그냥 뭉뚱그려 구루에게 올인 함으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염려되는 것 하나는 이 구루들이 무슬림이나 기독교인들은 하나도 없는 모두 힌두들이란 것이다. 팽창하는 구루 비즈니스가 의미하는 바는 곧 세계 힌두화다. 사이 바바를 빼고 다른 모든 구루들은 야요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 세계 힌두 평의회(VHP)편을 들어 아요다에 람 사원을 세우고자 하는데 입을 모았다. 물질과의 분리, 무소유를 기치로 내걸면서 BMW를 타고 다니며 물질적 부요를 한없이 누리고 한없는 관용과 평화를 외치면서 타종교를 압박하고 유혈폭동의 선두에 모바일 들고 군중들을 선동하는 이 구루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말을 하다 보니 한국의 대형교회를 이끌고 가는 몇 몇 지도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마치 이 땅의 정치, 사회 분야의 지도자들이 이 구루 비즈니스에 대해 찬반을 표시하지 않고 좌시하듯이 한국사회도 별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 소크라테스처럼 등에가 되어 잉잉대는 자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 인도나 또 저 멀리 한국이나.


1) http://www.youtube.com/watch?v=G6yulE3v7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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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1.05.27 20:41:01
*.120.170.250

사티아 님,

구루 비지니스가 무언지 딱 손에 잡힙니다.

한국교회에도 그와 비슷한 종교 비지니스 현상이 없지 않다는 마지막 지적에

정신이 번쩍 드는군요.

일전에 저는 윤동희 집사님과 테니스 단식을 겨루고

근처 사우나에 갔습니다.

근데 카운터 보는 여자분이

"경노 우대회원 아니시지요?" 하고 묻더군요.

내가 벌써 그렇게 보이는가 봅니다.

함께 테니스 게임을 할 날이 빨리 와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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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11.05.27 21:32:15
*.160.132.218

목사님이 유달리 흰머리가 많으셔서 그랬겠지요.

아직 동안이시잖아요.

또 테니스를 리드미컬하게 하시는 것을 보면

아마 사우나탕 카운터 보시는 분은 다시는 그런 말을 안할 겁니다.

저도 짬짬이 테니스 칼을 갈아두도록 하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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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11.05.27 23:04:22
*.139.124.107

선교사님,

한국에서도 인도의 구루가 얼마나 환타스틱한 존재인지 아시지요?^^

이런 구루들이 그런 구린내 나는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에구.. 어딜가나 종교인들이 문제군요.

아니, 종교인들이 문제일까요? 아님 돈이 문제일까요?

그러고보니.. 아리송해지네요. ^^

 

종교심리학자가 분석해 놨다는 세 가지 유형이 우리네랑 비슷해 보이네요.^^

그 중에서

묵상과 요가형태의 구루들이 최고의 인기라고요.

그러고 보니 저도 뭔가 짚어지는데요?^^

아, 그래서 전에, 류**같은 분들, 인도를 몰라도 한참 모르신다꼬 했군요. ^^

 

참, 정목사님 童顔 맞습니다. 맞꼬요.^^

테니스 치신 윤집사님 말씀으로는 내리 3판을 지셨는데,

도저히 상대할 수 없으셨데요. ^^

선교사님, 단단히 준비하고 귀국하셔요~~!!

profile

[레벨:26]사띠아

2011.05.30 19:56:10
*.160.132.218

집사님.

돈을 어디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세상의 모든 먼지를 털어버리고 죽음을 준비하는 산야시의 길을 가르치는 구루가

가장 물질적이란 아이러니는

육신의 몸을 입고 있는 인생이 죽을때까지  벗기 힘든 것 같습니다.


윤집사님이 상대하기 힘드셨다면 저는 아예 차포떼고 치자고 해야 하겠는데요.

가령 목사님이 왼손을 치시면 어쩌면 상대가 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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