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딸, 그 애물단지

인도의 길 조회 수 4906 추천 수 0 2009.11.10 09:43:32

[초음파 감별, 안전 낙태수술 단돈 800루피, 8주면 끝. 연락 xxx-xxxx]

델리시내에서 빨간불에 기다리다 눈길을 돌리면 보게 되는 글귀다. 1년전에는 500루피였는데 이것도 인플레를 타나 보다. 때로는 힌디 버전, 때로는 영어 버전으로 쓰여져 있다. 왜 낙태를 하는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성이 관계된 것이라 예를 들기가 너무 거북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많아 상상에 맡기겠다. 아무튼 그중 가장 많은 이유가 임신한 태아가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딸 두명 가진 어떤 여인은 초음파를 사용해 임신이 판명되자 마자 부지런히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다. 13주가 되어야 제대로 판명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성화를 부리다가 딸임이 판명되자 마자 수술대에 오르기를 9번이나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이 아들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이 여인으로 하여금 아들을 갖는데 거의 미치도록 만드는가?

아들 선호사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있어 왔지만 특히 중국과 인도는 더 심한 것 같다. 흔히들 인도의 아들 선호사상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결혼지참금(다오리)과 결혼 비용 둘째는, 부계 혈통의 계승과 장례식 문제 그리고 셋째는 농사일에 필요한 노동력 때문이라고 한다.

인도의 힌두 결혼 풍습을 보면 딸을 가지면 얼마나 손해가 막심한가를 볼 수 있다. 결혼 첫날 신랑은 친구들과 같이 신부 집으로 와서 잔치를 한다. 이를 '바라뜨'라 한다. 물론 이 비용은 신부 아버지가 다 댄다. 그리고 겨울이나 봄이 시작하는 시점에 인도에 오면 수시로 볼 수 있는 결혼 행렬,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타고, 친척은 춤을 추고 밴드는 귀청찢어지는 음악을 내내 울려댄다. 어떤 행렬은 충전기 밑에 담은 형광등을 안고 가고 어떤 행렬은 조명을 위해 아예 발전기를 차에 싣고 뒤따라 간다. 그러면 이 경비는 누가 대나? 당연히 신부 아버지가 댄다. 결혼식날 최고의 봉이 되는 셈이다. 뿐만아니라 아예 결혼 예식에 포함된 '깐얀-단(감자 한 바구니 주는 것 처럼 딸을 기부한다는 의미)'이란 풍습을 따라 금은 보화, 돈을 듬뿍 줘서 딸을 시집보낸다. 그렇게 해서 시집간 딸이 잘 살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러나 1년에 2만 5천의 신부 또는 아내들이 결혼 지참금 때문에 죽어가거나 폐인들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너무나 일반적인 일이라 인도 신문들도 그렇게 떠들며 보도하지 않는다. 실제로 UN에 보고된 바는 2만 천명, 인도 자체내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2만 5천이라고 추정한다.

어떤 신부는 신혼여행때부터 신랑에게 결혼 지참금이 적다고 신랑으로부터 압력을 받는다. 사업을 하는 신랑이 친정으로부터 돈 받아 오라는 압력을 받고 만 오천 루피를 빌려다 주었다. 그런데 그 요구가 끊이지 않아 친정집으로 도망을 갔다. 친정아버지는 6개월도 안된 신부가 집으로 달려 온다고 돌려 보냈다. 어린 신부는 신랑이 잘 해 줄 것을 믿고 돌아 온다. 다시 계속되는 핍박에 친정에 가면 또다시 6개월도 안된 것이... 그렇게 시댁으로 다시 돌아와 갖은 핍박을 받으며 신혼 생활을 하던 신부는 어느날 부엌에서 온몸이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시어머니가 휘발유를 끼얹은 것이다. 후닥닥 뛰어 나오는 신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냥불을 켠 시어머니. 시어머니는 무심한 표정으로 성냥불을 며누리에게 던지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타오르는 불을 꺼보고자 하다가 결국 전신 화상을 입고 죽게된다. 6개월을 채우라는 아버지에게 순종한 딸이 견딘 기간은 5개월 11일. 딸의 죽음은 화장한 후에 친정에 통보되고 그렇게 또 인도 사회는 미움과 증오, 욕심속에 굴러간다.

지난달 16일자 인도 신문에는 희귀한 기사가 실렸다. '110년만에 바라아뜨(신부집에서 갖는 결혼예식)를 갖는 마을'이란 제하에 쓰여진 이야기는 남아선호사상과 결혼지참금에 딸린 인도 사회의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라자스탄의 데브라란 마을에는 110년동안 여자아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서 이 마을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중에 살아난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태어나자 마자 엄마 젖으로 눌러 죽이고, 우유통에 빠져 죽이고 아편을 먹여 죽이고 베개로 눌러 죽인다. 남자 애들이 서로 묻는다. '너네 집 애기는 어디갔니?' '우유통에 빠졌어(죽었어).' 그러나 인더 싱이란 사람의 딸은 여러 가지 기연으로 살아 남게 된다. 낳을 즈음에는 어머니가 다른 마을에 있게 되고 10살이 되어 돌아 왔을 때 사려깊은 부모의 도움으로 죽지 않게 되고 무엇보다 조부가 떼부자가 되어 그녀를 '락시미'(인도의 富의 神)'를 집으로 안내한 아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인도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또 하나의 힌두들이 아들 갖기를 열망하는 이유는 자기의 가계를 승계할수 있는 자가 아들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힌두들이 결혼할 때 그들은 '꼬뜨라 체따'라는 의식을 반드시 갖는데 이는 '부친 승계권'(꼬뜨라)를 신부로부터 풍습을 '낚아 채는 것'(체따)이다. 그래서 딸은 부친의 화장식때 부친을 태울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 어느 화장터에 가도 화장식에 참여하는 여인을 본 적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인도 초대수상 자와할랄 네루의 장례식도 그의 사랑하는 딸 인디라 간디가 주도하지 못하고 손자인 라지브 간디가 화장식을 거행했다. 그래서 그들은 푸념삼아 구실 삼아 이야기 한다. "아들이 없으면 누가 내 장례식을 거행해 주나." 이것 푸념이 아내들로 하여금 남자 아이를 낳도록 몰아 부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마치 모든 힌두들이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시에 살거나 유학을 통하여 서구의 영향을 받은 많은 중산층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극단적인 모습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0일, 인도의 의료협회에서 여자 유아 살해를 지원하거나 실행하는 의사는 의사직을 박탈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150루피에서 5천루피를 받고 태아 감별을 해왔으며 태반은 비료회사에 넘긴 사례들을 발굴하고 이를 엄금하기로 했다.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인도도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한 하나님을 경외함을 배우지 않고서는 생명에 대한 경외함을 갖는다는 것이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의 죄악된 이기심은 이 지구가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럴지라도 사과한그루 심는 스피노자의 심정으로 한 영혼을 만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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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09.11.10 12:09:43
*.207.250.115

선교사님,

오늘 흐린 날 만큼이나 '인도의 딸들' 이야기가 우울하군요. 

만일 저 나라의 위정자들이 바디메오의 열려진 눈을 갖게 된다면,

아마 저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겠지요.

정말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복음의 빛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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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9.11.11 08:31:47
*.161.215.16

 부담스런 이야기들을 써서

가뜩이나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어제 인도인과 결혼한 한국여자분이

소위 지성인이면서도 미신에 사로잡혀

이성과 사리판단보다 무당같은 힌두제사장의 말을 더 듣는

남편으로 인하여 힘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듣는 제가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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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8]클라라

2009.11.11 19:33:12
*.207.250.115

선교사님,

저도 아는 후배한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네요.

신랑이 델리에서 컴터를 공부하고 미국벨리단지에

근무해서 꽤 깨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살다 보니수준이 영 아니라구 하소연을 하더라구요.

그 친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최첨단의 기계를 다루면서도 미신이라면 왜,

꺼뻑하느냐는 거지요.

저는 듣다가 한참을 웃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은 오죽 심각할까 싶었어요.

그 후배는 인도 시댁 가는 일이 죽기보다 싫다고 하데요. 

아마 우리네로 치면 푸닥거리 비슷한걸 하는 것 같은데..

이 젊은 새댁이 얼마나 싫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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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09.11.10 18:58:17
*.183.92.105

 선교사님

이런 상황이 이렇게 오래 되었다면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할 텐데 아직도 저런일이 만연한다는게 신기하네요..

한국도 남아선호 사상때문에 약 5년정도 후면 결혼적령기 남성의 1/5는 결혼을 못한다고 하네요.. 결혼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니 한국에서는 이제 신생아들의 남녀성비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인도는 인구가 많아서 그런가요.. 인도의 딸들에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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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9.11.11 08:42:19
*.161.215.16

병훈님.

교육이 이들을 깨워 나갑니다.

교육받은 대도시 중산층 이상은 더 이상 딸아들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많이 낳으려고 하지도 않구요.

그러나 아직도 종종

위에 든 이유중 하나인 지참금 부담으로 인한 자살으로 인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인도의 아이러니는

많은 정계 사회 지도층 인사가 여인들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인도의 대통령도 여인이죠.

수도 뉴델리의 수장도 여인입니다.

비록 이태리 여인이지만

남편 라지브 간디를 따라 인도로 와서

인도의 여인이 된 여당 당수인 소냐간디의 영향력도 엄청나지요.

너무 어두움만 강조한 것 같아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또 그 현실이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올리고 난 후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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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09.11.11 23:16:10
*.68.157.228

사땨 님!

한국에서 딸이 귀하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지요?

애물단지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참 묘하군요.

딸이라서 차별 받고 자란 엄마들이 아들 선호사상이 더 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하고.. ^^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은 또 어떻구요.

 

세상의 어둠은 주님 오실 때까지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계속되겠지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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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9.11.12 22:00:20
*.160.132.218

9남매의 막내로 자라신 저의 어머니도

늘 곁에서 돌보는 두 딸보다

멀리 떨어져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는 아들일지라도

늘 아들 아들하면서 아들밖에 모른다고

딸들의 원망을 들으신다고 합니다. 


인도의 상류층 사회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여성 수상에다 여성 대통령..

오죽하면 비하르주 수상이었던 랄루야다브보다

뇌물사건으로 물러난 남편의 대타를 쳤던

그 아내가 수상으로 있던 잠시동안이

비하르지방정부의 르네상스였다고 할까요.


카스트로 인한 신분 구분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여성에 대한 시각도 상류층 하류층의 언발란스를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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