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부패공화국

인도의 길 조회 수 7979 추천 수 0 2010.11.08 00:00:24
부패정치인의 대명사 랄루 야다브

숫자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나로그형 사람들에게는 마뜩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숫자가 작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인도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창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굳이 자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통계를 들어본다. 지난 10월 26일 발표된 국제부패인지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인도를178개국 중 85위, 10점 만점에 3.3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39위, 5.4점, 이웃 일본은 17위 7.8점.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덴마크, 뉴질랜드, 싱가포르는 9.3, 핀란드와 스웨덴이 9.2로 최고 점수를 차지하고 해적들로 유명한 소말리아가 맨 꼴지 1.1고 바로 그 위에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이 1.4, 이라크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잘 살면 부패가 작고 못살수록 부패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싫어도 접해야 하고 또 일을 추진해 나가려면 정당하게 서비스를 받아야 할 곳일지라도 절차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영국이 물려준 관료제도를 훌륭하게 고수하고 있는 정부기관 곳곳은 정말 돈 먹는 불가사리다. 청렴결백, 무소유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인도의 국부 간디가 새겨진 화폐가 물색하게 곳곳마다 다발로 제출해야 일이 되는 인도를 살아가면서 외국인들은 정부 관료들을 대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오죽하면 볼리우드의 ‘문나바이’ 시리즈 2탄에서 유령 간디가 “너희들이 나를 존중한답시고 거리마다 동상이요 집집마다 초상화를 걸어놓고 돈이면 돈마다 내얼굴 새겨놓지만 정작 내가 말한바는 하나도 실천하지 않는구나” 한탄을 했을까? 드러내놓고 '너네 나라 모회사 냉장고가 좋던데 싸게 안되나?' 이렇게 요구를 하는 하위 관리들은 오히려 편하다. 내 앞으로 떨어진 할당량 적절히 조정해서 집어주고 돌아서면 그만인데 문제는 소위 고관관료들이다. 자기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만들어 놓기 위해 해야 될 절차는 절차대로 다 요구하고 그러는 가운데 빠질 진 다 빠질 즈음에 돈은 돈대로 요구하니 미칠 지경이다. 돈을 요구하지 않는 친구들은 일이 마무리 되어갈 지점에 “나에게 능력있는 조카아이 하나가 있는데 말이야. 당신 회사 취직시켜 줄 수 있는감?” 라고 하며 넌지시 취업을 청탁한다. 진짜 자기 가족이 일수도 있고 아니면 몇 년치 봉급을 미리 소개료로 챙겼을 수도 있다. 군대시절 불렀던 노래 말대로다. “소령중령대령은 짚차도둑놈 소위중위대위는 권총 도둑놈 하사중사상사는 모포도둑놈 불쌍하다 일이등병 건빵도둑놈"


짚차 도둑놈 이상 레벨을 상대해야 하는 회사내 실무진들의 분들의 머리는 새치만 보이던 머리카락이 어느새 물반 고기반, 염색을 생각해야 할 정도가 된다. 본인은 그것도 모르고 지내는데 곁에서 지켜보던 식구들이 그것을 지적해주면 이 고생해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과 아울러 소위 한국에서 엘리트로 인정받던 내가 인도에서 이렇게 해서 먹고 살아야하나 하는 자괴감이 짬뽕이 되어 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이렇게 매일 머리 싸매고 대해야 하는 인도의 정체가 자못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 다는 아니지만 일부라도 풀어보자.


인도의 부패된 분야를 손꼽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치다. 세계 최대민주주의국가라는 인도, 이 번지르르한 표현 자체가 바로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인도는 종교·계급·언어의 다양성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약간의 지지층만 확보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 극동 어느 나라의 종교가 수십개 수백개 분파로 나눠지는 양상과 비슷하게 인도 정당도 쪼개지고 또 쪼개졌다. 나누면 나눌수록 선거때 뿌리는 돈이 적어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묘한 정치판이 인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 지도자 후보로 나온 이들의 자질이 문제다. 2008년의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540명의 25%에 해당하는 하원의원들이 인신매매, 이민법 위반, 횡령, 강간과 살인에 연루되었다고 밝혔다. 그때의 인물들과 그 자녀들이 그대로 정계에 포진하고 있으니 그 수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자질을 가진 자들, 소위 깡패 두목들이 연립정부의 정권을 잡고 장관이 되면 그동안 들여 부었던 돈을 어떤 형태로든 다 빼낸다. 장관자리가 치부수단이 되어 임기기간내에 달라 이자까지 쳐서 투자한 돈을 충분히 회수한다. 이런 이가 건설부 장관이 되면 포장도로 두께가 얇아진다. 예를 들어 자갈을 깔고 10센티의 두께로 아스팔트 포장을 해야 한다면 자갈은 아예 생략이고 포장도 5센티로 하여 준공 테이프는 근사하게 끊는다. 그리고 끝이다. 다음해 몬순이 다가와 도로가 기계충 머리가 될때쯤에는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기고 모든 상황은 종료다.


인도의 부정부패의 대명사 랄루 야다브가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가난한 주 비하르에 제공되는 빈민구제용 보조금 80%가 샛길로 샌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인도 전역에 걸쳐 정부 관리, 정치인, 법조인, 부동산 중개업자와 검사가 한패가 된 마피아가 부동산을 불법으로 취득, 개발, 판매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부병원도 매한가지다. 복제품 의약품 제공, 의사 진료 예약, 진단에 따르는 부패가 말도 아니다. 교통 규칙, 안전수칙, 교통법규위반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법규위반을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기대한다. 케랄라의 트리반드룸 공항은  공항 관리들과 종업원들이 짜고 승객들의 귀중품을 빼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로 소문이 났다. 파키스탄 선수들과 짜고 경기를 일부러 져주면서 돈을 챙겨 스포츠 정신을 오염시킨 크리켓 선수들의 행태는 크리켓을 지극히 사랑하는 인도·파키스탄 서민들을 지극히 실망시켰다. 소득세 담당 공무원의 뇌물을 기대한 감세행위도 널리 알려져 있는 바다. 군대의 부패도 심각하다. 육해공군 어느 곳 할 것 없이 인도 국경의 무기밀매 시장과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판매하다 발각되어 처벌된 장성들의 예가 수시로 미디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이전 ‘인도인들도 가기 싫어하는 세 곳’의 글에서도 다룬 바 있듯이 서민들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의 부패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경찰의 구치소 수감자의 일방적인 구타는 사망에 까지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돈 있고 빽있는 자들의 부탁을 받고 이들의 뇌물을 기대하고 힘없고 돈 없는 결백한 사람이 거짓 자백을 할 때까지 구타를 하다 일어나기도 한다. 인도판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이런 경찰내 폭력은 경찰의 책임의식 결핍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각개 각처의 부패를 잡아줄 법의 집행부인 사법부는 어떠한가? 2004년 Zee-TV네트워크가 판사와 변호사들의 비리를 폭로할때까지 사법부는 대중들에게 숭배받는 소의 신성한 이미지를 가진 곳이었다. 어느 누구도 드러내놓고 비판하면 법적절차에 대한 모욕행위로 간주되는 미디어 금기사항중 하나였다. 그런데 상기 기자는 촬영기사와 함께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의 두 명의 변호사에게 접근, 자신들의 사업 경쟁자 몇 명에 대한 법원 체포영장 발부 가능여부를 타진하였다. 변호사는 수수료 4만루피와 판사의 몫으로 별도 5천루피를 챙겨주면 가능하다고 하였고 기자는 체포영장 발부 대상에 인도 대통령, 대법원장, 변호사협회 전 대표의 이름을 넣었다. 즉각 이들에게 영장이 발부되었다. 위의 사건이 터지자 신성시되어 오던 사법부의 엄청난 비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심지어 판사에게 뇌물을 주어 영장을 발부 받은 후 대상자를 살해하고 체포하던 과정에서 교전에 의한 사망으로 마무리 지어 버리는 일들도 일어났던 사실이 밝혀졌다. 인도내에서는 ‘합법’을 가장한 살인도 가능한 것이다. 무능하고 타락한 경찰, 선택적인 검찰제도, 부패한 재판관의 만연한 인도의 사법기관에서 소망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제 종교계로 고개를 돌려보자. 인도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힌두를 이끌고 있는 힌두교의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머리부터 지끈거린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9월 마지막 주 한때 나라 전체를 폭풍전야로 몰고 갔던 아요디야 사건 판결을 대하는 이 나라의 종교지도자의 모습에서 힌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다. 고대이래로 크샤트리아, 왕족계급과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유지해온 종교집단 지배계층이 현실로 전승된 모습이었다. 정치의 힘을 빌려 타종교의 사원을 부수고 그 터를 자신들의 신의 탄생지라고 억지를 부리는 샤프론 빛깔의 사두들의 모습에서 권력지향적인 종교인의 모습을 본다. 인도, 특히 남인도에서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이 사원에서 나온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신도들의 헌금이 정치자금을 형성하는 블랙머니의 원천인 셈이다. 당선된 정치 지도자는 그 사원에 헌금을 하고 문화재 보호차원에 쓴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사원을 증축한다. 그 사원으로 통하는 길을 닦아주어 사원이 더욱 번성하는데 일조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국가부패인지지수를 보자. 한국과 인도의 평균치 차이는 2.1이다. 2.1, 이 작은 수치가 한국과 인도의 차이를 결정짓고 있다. 인도 현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부패현상은 사실 남의 일이 아니다. 과거 우리도 이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의 특권이 전횡하던 시절에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안되면 되게 하라. 하면 된다는 구호는 사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을 저질러도 언제든 뒷감당을 해줄 배경이 든든했으니 무슨 일이든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도 중산층이 건실해지고 노대통령 시절을 거치며 언론이 개방되면서 그런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권력층의 두께도 많이 얇아졌다. 이것이 소위 청렴도지수 5.4의 현실이다.


인도도 지금은 현지 사업가들이 편하고 빠르게 일을 진척시키기 위해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정기적인 상납을 한다. 그 대상들에는 보일러·전기 관계자, 공해 관계자, 노동관계자, 세무직원 등등이 있다. 이들에게 얼마를 갖다 바치는 것이 이들이 요구하는 갖가지 조건들을 충족시키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보다 훨씬 빠르고 싸게 진행되기 때문에 공장주는 언제나 후자를 선택한다. 청렴도지수 3.3이다. 이런 3.3의 현실에 길들여진 정부 일선 관리들에게 한국의 5.4의 수준을 강조하며 싸우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다. 적어도 이 수준에 이르는 그날까지 우리 기업인들은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고 지겹고 때론 징그럽고 줘 패주고 싶기까지한 인도 관리들을 인내로 대해내야 한다. 화내면 지는 것이다. 인도가 다름아닌 ‘인내의 도를 배우는 곳’의 준말이라는 것을 뼈에 새기는 그것만이 이 부패공화국에서 살아남아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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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0.11.08 12:23:05
*.120.170.243

사티아 님,

부패공화국에서 정신적인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인내의 도를 배우는 곳이라는 게 그 대답인가요? ㅎㅎ

요즘도 테니스는 하시지요?

주님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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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10.11.08 18:11:48
*.160.132.218

목사님. 인도를 방문하고 귀국하신 대통령께서

인도는 더이상 특수지가 아니다라고 하여

새해부터 350불의 봉급이 날라가게 되었습니다.


왜 특수지가 아닌가 물음표를 던지며

막막 항의하는 마음으로 인도의 실상중

어두운 면을 확 파헤쳐 보았습니다.


이런 나라에 정신적인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처를 보담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듯

이렇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인내로 감내하다보니

성자들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실력도 없으면서도 성실히, 꾸준히  참석을 했더니

1년동안 테니스회 살림살이 꾸려 보라고

저더로 총무를 하라고 합니다.


통닭과 맥주와 테니스볼 마련과

그리고 다른 팀과 매칭을 잘 주선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흘러갈지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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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10.11.08 17:56:21
*.146.209.4

부패공화국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난 일.

한국 여성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사는 방글라데시 아저씨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자기 고항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치인들이 실정을 하면 혁명나지요? 방글라데시에서는 정치가 매우 타락했고 빈부의 격차도 심각한데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아요. 사람들의 대부분이 문맹이라 지배계급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사회나 교회나 타락하지 않으려면 공부에 힘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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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10.11.08 18:13:43
*.160.132.218

바우로님.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이들은 그렇게 일을 저지더라도

다 뒷감당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겁이 나대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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