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인도인과 술(酒)

인도의 길 조회 수 5673 추천 수 0 2011.11.09 12:48:12


국립 네루대 앞 옛날 하리야나 시골 마을에 살던 토카스 계급 사람들이 터잡고 살면서 알음알음

싼 집세에 동북인도, 남인도 타지인들이 몰려와 형성된 무니르카 빌리지가 있다.

그보다 잘 사는 내노라 하는 사람들은 그 옆 무니르카 비하르나 무니르카 DDA 아파트에 산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형성되는 상권은 무니르카 마켓을 형성하고

그 중심에 우디피라는 남인도 채식 음식점이 있고

그 아래층에는 대학원시절 뻔질나게 복사하러 다녔던 복사점 사프나()가 있다.

 

복사가 마칠 동안 우두커니 앉아 주변을 둘러보노라면

거의 날마다 보여주던 치열한 투쟁의 현장을 목격하곤 했다.

바로 옆 가게, 술을 파는 곳에서 일어나는 진풍경이었다.

한국에서는 구멍가게에서도 판매하는 술이 이곳에서는 정부의 관리대상이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판매하느라 생긴 북새통이었다.

줄을 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골이 상접한 초췌한 차림의 노동자들이었다.

20-30루피 하는 2-300미리 작은 화주 한 병씩을 사들고

앞섶이나 뒷주머니에 꽂아 넣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무니르카 아파트 촌,

A동에는 오랫동안 친분을 맺어온 무슬림 가족이 있다.

외조부는 네루와 친하게 지내던 우루두 시인이고

아버지는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후 정년 퇴직 하셨다고 한다.

이드 축제라 사위들도 오고 딸들도 왔다.

젊은이들은 거실 한 켠에 마련된 맥주를 마시면서 나에게도 권했다.

맥주 한잔에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지만

곁에서 일생동안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는 노인네들의 시선을 인식하니 받아 마실 수 없었다.

 

그나저나 지난 몇 십년동안 술 마시는 인도인들이 엄청 늘었다.

체격이 좋다보니 마시는 양도 한국의 폭탄주에 길든 애주가들도 저리가라는 수준이다.

작년 2010년 기준으로 인도에서 술을 마시는 인구가 2억이라고 한다.

2억의 인구가 12병들이 위스키나, 럼이든, 맥주든 1박스는 마신다는 어림잡은 통계가 있다.

포도주? 이거는 너무 비싸고 쉽게 취하지 않아 소비량이 많지 않다.

 

포도주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 더하고 넘어가자.

옛날 집이나 궁궐에서 담가 먹던 포도주가 양조장으로 등장한 것이 80년대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자 6개로 늘어나더니 지난 10년간 60개로 늘어났다.

회사도 30개나 새로 등록했다.

국내생산 2/3를 차지하는 마하라슈트라의 나식, 상글리나 카르나타카 방갈로르 근처의 난디 구릉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의 양도 2003년의 360만 리터에서 2010년에는 1,350만 리터로 엄청 증가했다.

그러나 다른 술에 비해 포도주 시장은 인도에서 대중화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소위 엘리트용이다.

또 적합한 와인셀러가 없어서 5성급 호텔의 바나 음식점이 아니면 떫디떫은 포도주를 맛볼 각오를 해야 한다.

 

포도주 이야기는 이쯤하고 다시 일반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자.

인도 헌법이 제정될 때 그 주역을 담당한 마하트마 간디와 빔라오 암베드칼은 철저한 금주주의자들이었다.

그러니 그들 손에서 만들어진 헌법이 술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는 가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헌법 47조에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주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별히!!!

건강을 해치는 알콜 사용은 의료 목적외에는 사용을 금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못박아 두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주는 음주 가능연령을 2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구 80.5%의 힌두는 술 마시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결단에 따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단히 융통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현실과 속내는 좀 다르다.

현실은 당장 결혼을 중매하는 매파가 신부 후보집에 가서 신랑에 대해 소개할 때를 보듯이

술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편에 손을 든다.

매파는 신랑 후보는 술 냄새만 맡아도 경기를 하고

며칠을 취해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뻥친다.

속내는 힌두 사두들이 이미 술이 갖는 속성에

몇 천 년 전부터 눈을 뜬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작정 술에 대한 반대는 하지 않는 것이다.

 

4대 베다중 하나인 리그베다는 소마(Soma)에 대한 찬양을 끊이지 않는다.

소마는 빛이며, 새벽이며, 태양으로 빛을 내게 하고 하늘을 지지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거의 신과 동격이다.

결국 신이 된 이 식물,

소마에서 나온 소마라사(Soma Rasa)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신에게 봉헌되었고

제사장들은 이를 마시거나 나누어 주며 신들의 세계에 참여했다.

이 소마제는 많고 많은 힌두 제의 중에 가장 중요한 제의가 되었다.

 

소마가 정확히 어떤 식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원전인 리그베다 자체서부터 뚜렷하게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소마가 즙이 많은 넝쿨 식물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즙은 현재 인도인들이 즐겨 씹는 과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켰다.

몇 잔 마시고 나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현실과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니

그것이 바로 신들의 세계라고 착각했을 법도 하다.

그런 현실밖의 세계를 체험하고 나니

이 소마 라사에 대한 기대와 상상력이 소마를 신격화하는데 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영적인 직관 입문에는 소마 라사가 있게 되고

그것이 갖는 힘에 대한 자각이 있는 힌두 사제들은

그와 동일한 현상을 갖고 있는 술을 무작정 부인만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한 저명한 설교비평가이자 조직신학자는 자아가 상실되고

다른 힘에 자신을 의탁하는 면에 있어 술 취함과 성령에 사로잡히는 것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많은 술에 취하면 일시적인 자유함이 있지만

결국은 깊이 심취할수록 생명이 파괴되고

성령, 생명의 영에 취하면 사람이 살아나기에 소마 라사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인도 인구 13.4%를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은

일반적으로 의료, 공업용이외 알콜 사용은 엄금하고 있다.

코란의 몇 몇 구절과 모하메트의 언행을 담은 하디스는

술과 이와 유사한 음료수의 사용을 엄금하고 있다.


성찬식에 포도주를 사용하고 있는 크리스천은

술에 대해 중도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나 술 취하는 것은 죄악시하고 있다.

금주를 추구하는 교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상기와 같은 전통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편이다.


시크는 시크교도가 되려면

먼저 술이나 마약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는 맹세부터 해야 할 정도로 엄격하다.

그러나 실제로 인도인 중에 가장 술 문제에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이들이다.


깨달음의 길이 마음의 중심과 몸의 상태를 살피는데 있는 불교는

마음을 오락가락하게 만들어 수도를 망치는 술을 엄금하고 있다.


자인교도들도 일반적으로 수행을 방해하는 술을 금하고 있다.


반면 조로아스터교도(배화교도)들은 술에 대해 자유롭다.


향후 5년 내 술 마실 수 있는 25세 이상의 인구가 1억으로 증가하는 인도 술시장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일단 술 광고는 미디어에서 할 수 없도록 금지되어 있다.

한국의 이효리처럼 흔들고! 쪼개고! 넘기고! 랄랄랄라~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결혼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아이쉬와랴 라이나

요즘 잘 나가는 팔등신 여배우 까리나 카풀이나

매혹적인 카트리나 카이프가 캬! 한 잔! 광고에 나오면

아마 그 술은 동네방네 영화관에서 팔리는 영화관람 티켓만큼이나,

아니 더 젊은이들에게 환호를 받을 것이다.

마시자. 한 잔의 술, 마시자 마셔버리자.

상상속의 미녀와 마시는 한 잔의 술,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종국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술의 속성상 그 결과는 눈에 보듯 뻔하다.

치안이나 집안 가계가 바닥부터 흔들릴 것임에 아예 삭제초근, 근원부터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잘 하는 일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에 술을 판매하는 것이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지금도 이미 주 경계선에서는 English Liquer, Whisky 등의 화려한 간판으로

오고가는 관광객들을 수시로 유혹하고 있다.

그것이 관광객들보다

주 경계선에서 통행세를 내거나 시내를 통과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트럭 운전사들이 더 많이 마시고

취중운전을 하여 사고를 다발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술 판매의 절제,

이것은 소마 라사를 제의에서만 허용했던 힌두 제사장들에게서 배워야 할 듯하다.

 

108번뇌로 이루어지는 고되고 고된 일상에서의 탈피, 일시적인 일탈을 통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것이 갖는 방종, 파격, 무질서를 알았던 제사장들은 그것을 일상으로 풀어놓지는 않았다.

물론 자신들만이 그 자유함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누리고 싶어 했던 이기심도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거다.

자기들만 그 세계 속에 들어가면 서민들이 질투하니까

서민 위화용 소마 라사도 개발해서 공급하는 지혜로움도 보였다.


그것이 바로 1년에 한번, 겨울이가고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홀리축제때 마시는 방그라는 밀조주였다.

그 풀이 소마인지 소마 변종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 풀을 빻아 우유에 풀어 마시면 환각작용이 하루는 간다.

그래서 이날 파격으로 인한 무질서와 파괴는

 홀리헤~’(홀리이니까 웬만한 건 참아주란 말뜻)라는 한 마디로 무마된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다스리는 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다.

 

해마다 8%이상의 무서운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인도에서는

이제 탄트라의 섹스나 소마 제의를 통한 신과의 합일이 더 이상 구원의 방법이 아니다.

얼마만큼 버느냐,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신과의 합일, 구원에 이르는 지름길이 되었다.

그래서 성()도 술도 돈이 된다면 거기에 따르는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인도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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