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슈 님과 정 목사님의 사진 인사를 보고
나도 옛날 사진으로 송년인사를...^^
오래 전 가족사진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친정에 들렸다가 발견한 가족사진이다.
내가 다섯살, 오빠는 8살, 언니는 10살 때. 남동생은 태어나기 전이다.ㅋㅋ
아버지의 첫 부임지 교회 사택 마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뒷 편으로 늘어진 빨래줄이 보인다.ㅋ
어머니는 한쪽 눈에 다래끼가 나셨고,
언니는 경직된 자세, 오빤 퉁명스럽고 나는 암상맞다.
그 시절 나는 세상이 못마땅했나보다. ㅋㅋ
이 가족사진은
1960년대
우리나라가 엄청나게 가난하던 시절.
우리의 후원자였던 한 미국의 장로교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우리는 이 사진을 보내고 난 후 미국의 후원가족으로부터 가족사진과 푸짐한 선물을 받았다.
굳은 표정의 우리 가족과는 달리 미국의 가족들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고 여유로와 보였다.
사진 속의 표정도 표정이지만, 인화지의 질과 크기도 비교할 수 없으리 만큼 차이가 났다.
마치 그 시절 미국과 한국의 국력만큼이나.
그들은 크리스마스에 엄청 크고 긴 상자를 보내왔는데 그 속에는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선물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 선물을 받고
물 건너 온 진귀한 미제 선물에 놀라고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옷감, 장난감, 인형등등..물건 속에는 미국의 냄새까지 담겨있었다.
엄마는 분홍색 줄무니가 그려진 옷감으로 언니와 사촌언니의 원피이스를 만들어 주셨고
언니는 그 원피이스를 입고 활개를 치고 다녔고
나는 미제 인형을 오래 가지고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는데 그때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신비한 환상을 가질 수 밖에 없던..
그런 기억이다.
2020년 지금
사진 속 젊은 아버지는 고인이 되셨고,
어머니는 구십노인이 되셨다.
우리는 모두 60을 넘긴 중년이다. 아아.. 인생이 이렇게 후딱 흘러간다.
아버지 목사님이 훈남이시군요.
어머니 사모님도 조선의 전형적인 현모양처로 보입니다.
근데, 세 남매 인상이 왜 이래요?
각각 그 나이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했어요. 귀엽군요.
아, 1960년 대 목사 가족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이 갑니다.
한국교회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진입니다.
저도 송년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