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씨 가족 학선리 오다.jpg




친한 후배가 우리동네로 이사를 왔다.

시골에서 살아보겠다고 남편과 4살 난 아기와 함께 내려왔다.

교사인 남편과 떨어져 살 수 없으니까 한 달의 절반 정도만 사는,

절반살이 시골생활을 해보겠다며.

전문직을 사직하고 육아에만 전념하던 후배는

아파트 생활의 갑갑증을 호소하더니 도시를 탈출한 것이다.

근래 들어 귀촌하는 젊은 층들이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내 주변의 사람이 이렇게 내려올 줄이야...


주섬주섬 챙겨 온 짐들은 마치 캠핑 온 듯 가벼웠다.

일정기간  마을에서 관리하며 귀촌인을 위해 빌려주는 집에 세를 들었다.

우리가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동네 사람들은 미리 청소를 해놓았고

나도 부엌살림이며 커텐 등을 날라다주며 덩달아 들떴다.

빨리 후배의 새 보금자리가 아늑하게 꾸며졌음 싶었다.

이장님은 김치와 고구마도 가져다 주셨단다.

교회에서 쓰지 않는 책상과 책장도 가져다 놓았다.

인터넷과 가스가 연결되고 보일러도 가동되니

썰렁하던 공기가 온화해졌다.


딸의 귀촌행이 궁금했던지 친정부모님도 같이 오셨다.

은퇴를 하신 후 약간의 우울모드라는 친정 아버지는

공기가 참 좋다며 손주를 데리고 산책을 즐겼고

후배는 새소리로 깨어난 첫 아침의 신선함을 얘기했다.

네살 난 아이는 집 앞으로 난 농로를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그 모습을 보는 후배 부부의 눈빛에 사랑이 가득하다.


아기는 우리집 보라와도 금새 친해졌다.

아장아장 보라 곁을  맴돌면 보라도  

온몸으로 환영의 몸짓을 흔들어댄다. 

둘 사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교감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이제 곧 부드러운 봄바람이 아기의 뺨에 날아와 살랑거릴 것이다.

뾰족 뾰족 돋아나는 새싹들이, 마당 가득 쏟아질 따스한 봄 햇살이

 이제 막 세상이 신기롭기만 한 아이의 눈에 어떻게 경험될까.

나는 그녀의 이 절반살이 시골생활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 부부나 아이를 위해서도 참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사는 동안, 겉도는 삶이 아닌 생명과 밀착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듯이.


나는 도와줄테니 봄이 되면 저 텃밭에 감자부터 심자고 했다.

생초짜 농사꾼도 못 되는 주제에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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