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생일을 맞았습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그리 달갑지 않았던 이유는
속은 차지 않고 나이만 먹어간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나 봅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명실공히 사십대 후반의 여자가 되었지요.
사십대 후반의 여자..!
사십대 아줌마는 도무지 여자로 보이지가 않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그 나이가 되었습니다. 여자로 보이지 않는 나이.
확실하게 더 나이를 먹으면 아예 느긋하게 받아들여지려나요?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늘어나는 흰머리, 주름살, 돋보기가 필요해진 침침한 눈입니다.
거울을 보니 한숨이 납니다.
더 한숨이 나오는 건, 이 나이에도 아직 철이 안든 허접한 인격을 확인할 때지요.

바라건대,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 갈수록 새로운 눈이 반짝반짝 떠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름 하나에 지혜의 눈 하나, 흰머리카락 하나가 돋을 때 마다 넉넉한 마음 하나..!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담에 지혜롭고 자애로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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