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내렸다.
느즈막히 감을 땄다.
우리집 뒷 편 오래 된 감나무에서.
아주 크고 높은 감나무이다.
낙옆을 떨구어 귀찮기도 하지만 한여름 무성한 잎새로 닭장에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감이 익어가는 늦가을 정취로
우리집 뒷 배경을 근사하게 만들어 준다.
또, 높이 달린 감들은 가을 내내 새들의 요긴한 먹이가 된다.
그 감나무에 올해도 감이 익어간다.
예년처럼 다닥다닥 달리진 않았지만 그대신 알이 좀 더 굵어 보인다.
너무 높아 아무리 감이 많이 달려도 늘 그림의 떡이다가 연시 폭탄으로 떨어져 내렸는데
올해는 웬일로 남편이 장대를 빌려 감을 따기 시작한다.
긴 대나무 장대는 끝이 갈라져 있다.
갈라진 장대 끝 사이로 감이 달린 가지를 끼워 넣고 돌리면 똑, 하고 가지가 부러진다.
장대 끝에 감이 달린 가지를 끼워 넣는 일은 고도의 정신 집중과
길고 무거운 장대를 들고 있을 힘을 필요로 한다.
장대를 들어보니 매우 무거운데 남편은 곧 숙련이 되어 똑똑 잘 딴다.
'똑' 하고 감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매우 경쾌하다.
남편이 전해 준 장대 끝에 끼인 감 가지를 받아 감을
바구니에 담았다. 윤기 나는 탱글탱글 딱딱한 감!
개중에 연시가 되어가는 감을 그 자리에서 후루룩 맛보았다. 달기가 그만이다.
연시감을 좋아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니께 이 감을 맛 보여드릴 수 있다면...!
잘못해서 돌에 떨어진 감은 아깝게도 아작이 난다.
한 소쿠리의 감을 땄다.
내리던 보슬비는 오후에 그쳤다.
감을 씻어서 소쿠리에 바쳐 놓았다. 며칠 내로 깎아서 곶감으로 말려야겠다.
감을 씻는데 무한히 감사하고 무한히 평화롭다.
5년 째 아픈 남편이 감을 딸 수 있는 오늘의 이 시간도,
여름의 폭염과 불안정한 기후 속에서도 어김없이
찾아 온 고마운 감도,
이렇게 우주의 큰 섭리 안에서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도.
감을 따며 어느 해 보다 더 큰 신비와 감사를 경험한다
그런데 유트브로 들리는 정치권 소식이 소란스럽다.
왜들 저러고 사는 걸까....?
그들이 사는 세상이 사뭇 낯설다.
오늘에야 감을 깎아 널었습니다. 날씨가 춥고 맑아야 곰팡이 피지 않고 잘 마를텐데요.
감을 깎으며 햇대추차를 끓여서 마셨는데 대추차 특유의 감미로움이 참 좋았습니다.
목사님 댁은 대봉시군요... 주렁주렁 달린 감들을 다 어떻게 하시나요?
정치권 뉴스를 들으면 참 사람들이 어리석음이 끝이 없구나.. 싶습니다.
여지저기서 평하는 소리들도 듣고 있으면 마찬가지로 영혼이 너무 혼탁해지는 느낌인데도
또 듣게 됩니다.
단감의 모양과 색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초로의 부부가 감을 따는 풍경은 천국과 비슷합니다.
우리집 마당에도 대봉을 주렁주렁 매단 어린 감나무들이 있습니다.
덩치에 비해서 너무 많이 달려서 불쌍하네요.
내년에는 적과를 본격 해줘야겠습니다.
정치권- 신경을 끄고 사는 게 최선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