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갔다 돌아오는 날, 폭설이 내렸다

예보는 있었지만 첫눈이 이렇게 많이 내릴 줄이야...

3시간이면 족한 길을 6시간 가까이 기어서 내려왔다.

뿌려 놓은 염화칼슘으로 도로는 녹은 빙수처럼 질퍽했다.

차들은 기었지만 눈발 날리는  도로변의 풍경은 더없는 장관이었다.

2주에 한번 꼴로 병원을 다닌 지 5년째이지만 겨울에 이런 폭설은 첨이다.

남편은 생각이 없다 해서 나만 먹었는데

휴게소에서 먹은 뜨끈한 국밥이 좋았다.


남편과 쉬엄쉬엄 얘기하며 장시간 내려왔다.

주차를 못할 만큼 눈이 쌓여있다.

우리 차 소리에 흥분하는 보라.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고 집안으로 들어와

난로불을 지폈다.

비로소 풀리는 몸과 마음....아, 집에 오니 참 좋다!

그런데 뉴스를 켜니 폭설로 사건 사고가 많다.


다음날 아침, 눈은 더 쌓였고 23센티가 육박한다.

눈이 소음을 흡수하는지 고요한 동네가 한층 더 고요하다.

며칠 동안 방콕이다. 


장작이 타오르는 따뜻한 집안에서 오늘은

욘 포세의 소설 <아침그리고 저녁>을 읽다. 

오후에 인철씨가 차를 마시러 와서 크림빵과 같이 마셨다.

이런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안온함인지....! 

일상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구이장 댁 인삼밭 지붕이 무너졌고,

귤 작업 하러 제주에 간 구택씨는 어떤 연유인지 돌아왔다고 한다.

오늘 환자를 위한 기도회는 집에서 하라는 목사님의 카톡 문자. 눈 때문이겠지.

남편을 비롯, 우리 교회엔 암환자가 많다.

호스피스로 들어간 길순이 씨, 은주, 경현 씨... 고통 받는 그들 위에 주님의 자비를....


어느 새 창밖이 어둡다. 또 하루가 저물었다. 

보라에게 피부약을 타서 먹이느라 저물녘 마당에 나갔다. 저녁 기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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