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암탈이 알을 품기 시작하더니 3주가 조금 지나 병아리가 깨어났다.
그런데 기이하다.
분명히 알 12개를 넣었는데 병아리는 10마리나 깨어났고
남은 알이 여섯개다.....
도데체 산수가 맞지 않는다.
아마도 쌍란이 있었나보다.
어미닭을 졸졸 따라다니고 밤에는 어미닭 품 속으로 열 마리 모두 쏘옥 들어가 보이지도 않는다.
아고...귀여운 것들...!
작년에는 7알 중 4마리 깨어났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실종. 3마리 중 암탉이 하나 수탉이 두 마리였는데
수탉은 이장님이 필요하다고 해서 주었고
남은 암탉 한 마리가 건장하게 살아 남아 지금 열심히 알을 낳고 있다.
어머니 암탉은 이번에도 알을 품어 올해 2세대 째 병아리를 생산했다.
위대한 모성이다.
엄마랑 눈을 맞추고 있는 병아리와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 닭의 눈빛이라니...!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실로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신비"이다.
일 주일 정도 지난 오늘.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요놈들 보러 닭장에 들리는 일이 요즘 우리 부부의 낙이다.
녀석들이 제법 컸다.
이놈들이 다 자라면 닭장이 비좁을 것 같다.


저희는 닭장이 집 뒤에 있습니다.
경사진 언덕을 3 단계로 평평하게 한 가장 윗쪽에 닭장과 텃밭이 있어요.
오르락 내리락 하기가 불편해서 그렇지 뒷쪽 높은 곳이라 냄새는 나지 않구요.
수탉의 울음소리도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왕겨를 깔아주었다가 일 년에 한번 정도 갈아주면 되구요.
저희는 닭이 몇 마리 안되서 한 달에 서너번 청소합니다.
닭들이 날개짓을 해서 먼지가 많이 날리기 떄문에 집과 좀 떨어져 있는 게 좋습니다.
닭은 개처럼 주인과의 교감은 없지만 맛있는 유정란을 먹게 해주죠.^^
기운이 닿는데 까지 키우고 싶어요.
올 봄엔 저의 천적인 쥐들이 들락 거려 한동안 닭장을 못갔습니다.
결국 남편이 쥐덧으로 5마리나 소탕하고서 쥐와의 전쟁은 당분간 종식된 듯.
목사님은 옥수수를 일찍 심으셨군요. 싹이 좋습니다.
저는 아직 싹도 트지 않았는데요.
직품입니다, 작품!!!
'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신비다' 잊지 못할 문장입니다~
컨닝 좀 해야겠어요~^^
와, 마당에서 닭을 키우면 어떤 느낌일지, 실감납니다.
계분이 텃밭에 그렇게 좋다면서요.
어리석은 질문 하나,
텃밭과 달리 닭을 키우려면 손이 많이 갈 텐데, 귀찮지 않으시나요?
먹이주기, 닭장 청소, 울음소리로 잠 깨기, 냄새 ...
알에서 나온 새끼 병아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겠지만요.
저 역시 한달여 전에 심은 옥수수가 지금 15센티 정도 자란 걸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생명의 신비는 캄브리아기가 있었던 35억년전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