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토요일
전주 탄핵 집회에 나갔다. 우리 교회 박후임님과 선희언니와 함께.
그 전날 진안에서. 탄핵 투표 당일엔 전주로... 이 지역에서도 탄핵 열기가 뜨겁다.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열통이 터져 가만히 지켜볼 수 없던 판이었는데
지난 목요일인가 대통령이라는 작자의 뻔뻔한 담화는 기름을 뿌렸다.
선희언니는 지난 주 2만원을 내가며 대절한 탄핵 버스로 여의도까지 다녀 왔단다.
이곳은 벌써 여의도로 가 있는 이들이 많다.
나도 여의도로 가고 싶은 마음 굴뚝이나 전주라도 나가야겠다.
마침 어머니의 기일이어서 줌으로 추도예배를 드렸는데 끝나기 무섭게 나섰다.
다른 형제들의 몫까지 외치고 오겠다며.
남편이 만류한다.
-당신에겐 내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가 없잖아! 굴하지 않고 차를 몰고 나갔다.
조용히 살고 싶은 우리 여인들을 추운 겨울 거리의 한복판으로 불러내는 어처구니 없는 이 현실을 기막혀하며..
오후 2시 반.
전주 객사 앞길엔 벌써 인파가 이렇게 모였다.
우리의 앞과 뒤로 어느새 끝이 보이지 않게 모인 사람들..
역사의 현장에서 인증삿을~
중간 어디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윤석열 탄핵!!! 국힘당 해체!!!를 목이 아프게 외쳤다.
커피와, 뜨거운 오뎅국, 붕어빵을 나누어 주는 봉사자들. 정말 대단한 연대의 힘이다.
옆에 앉은 30대 여인들은 핫팩과 무릎 담요를 건넨다. 시린 무릎이 한결 따뜻하다...
화장실을 찾아 올라간 옷 가게에서 찍은 사진
옷 가게 주인은 가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집회에 나온 이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했다.
더운 물을 주며 추운데 고생한다며 몸을 녹이고 가라며 친절을 베푼다, 곧 가게로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온 이들이 줄을 선다. 가게 안 사람들도 다 한마음으로 뭉쳤다.
-오늘은 되겠죠?
-되야지요!
어떤 부인이 말한다.
-다음은 헌재로 나가야 되요.
초조하게 개표 현황을 기다리고... 드디어 4시 반 쯤 탄핵안 가결~!!!
집회장은 순식간에 축제로 변했다.
10대들은 온몸을 흔들어 대는 댄스로,
다른 이들은 환호로. 우리도 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둔 밤길을 돌아 집으로 오다 뜨거운 순대국을 먹고 돌아왔다.
집에 오니 더웃겨씨가 쓴 오이 꼭지 씹은 얼굴로 맞는다.
-밥은 먹었어요?
-입맛이 나겠어? 이 판국에.
-ㅎㅎ입맛은 쓰겠지만 어서 먹어요.
나는 승자의 여유를 보이며 포장해 온 돈까스를 펼쳤다.
ㅎㅎ 우리 부부의 평생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장벽이다.
그래도 찢어지지 않고 잘 살아왔고 살아간다.
이 나라도 우리 부부처럼 어우렁 더우렁 티격태격 나아가겠지....
새 판을 짜는 일만 남았다.
어머니 추도예배를 허겁지겁 드리고 나온 것이 걸렸는데
어머니께서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웃겨 님, 여러가지 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늦게나마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들고계신 손팻말은 직접 만드신 건지,
더웃겨님이 만들어 주신 건지 궁금하군요. ㅎㅎ
더웃겨 님의 그 표정은 고생한 아내에 대한 연민이겠지요.
오늘 음력 11월16일 둥근달이 빚어내는 밤풍경이 장난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