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 강해(29)

조회 수 889 추천 수 0 2019.10.09 20:04:44

한 인간의 궁극적인 운명에 대해서도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피투적 존재로서 이 땅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마당에 이유 없는 고난에 대해서 완벽한 대답을 바란다는 것은 속된 말로 장님이 코끼리 만져 보고 모든 실체를 말하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작은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만 어렴풋이 짐작하며 살아갈 뿐이지 이것이 전체적으로 어떤 근원과 목표를 가졌는지 잘 모른다.

그렇다면 이유 없는 고난에 대한 질문 앞에서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라는 대답으로 설명이 충분한 것일까? 솔직하기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보충해 보자.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이런 생명형식과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생명형식의 세계가 도래할 때 우리는 이 모든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이유 없는 고난은 흡사 수술을 받는 중환자의 경우와 비슷해서, 현재는 고통으로 견딜 수 없지만,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리면 그 고통의 이유를 알게 되고 훨씬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아무런 고난과 아픔 없이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새로운 생명의 세계가 시작된다면 그때는 여기서 고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절대적인 세계에서는 그 이전의 상대적인 세계가 별 큰 의미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절대적인 생명의 세계가 예수의 부활에서 이미 선취되었다고 우리 기독교인들은 믿는다. 이유 없는 고난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예수의 십자가가 비록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사건이었지만 부활에 의해서 새로운 의미로 지양된 것처럼 우리가 이 땅에서 당하는 모든 이유 없는 고난이 언젠가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고난의 미학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난은 결국 극복되어야 할 사건이라는 점에서 비록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의미로 지양되는 날을 향해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뿐이다. (신정론 항목은 졸저 <세상은 마술이다>의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다.)

 

예화- 박완서 선생이 겪은 참척의 고통

박완서 선생의 남편은 50대 나이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죽은 지 3개월만에 25세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당시 아들은 의과대학교 레지던트이자 연극 연출가였다고 한다. 박완서 선생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산의 분도 수녀원에서 하나님께 따지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그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고 그 참척의 고통을 극복했다고 한다. 완전한 극복은 불가능했겠지만 일단 그 상황은 버텨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오면 안 되나?”로 바뀌었다. 그 당시의 경험을 소설로 엮어낸 책이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고, 수필 형식으로 낸 책이 <한 말씀만 하소서>이다.


14절은 고난을 받으면 오히려 복 있는 자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나? 현실성이 있나? 이런 문장은 마 5장의 팔복을 연상케 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라고 했다. 이렇게 8가지 항목이 나열된다. 5:12절이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이 세상에서 기대할 일이 없는 사람은 강력하게 하나님 나라를 기다린다. 이 세상이 완전히 변하기를 원한다. 하나님에게만 희망을 둔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 가능하면 이런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어떤 불행이나 고난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영혼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세상에서 기대할 일이 많은 사람은 하나님의 온전한 통치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의를 위해 고난을 받는 자는 복이 있다는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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