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166- 이 뭐꼬? file [7]

  • 2022-10-22
  • 조회 수 1287

며칠 전 뒤꼍 언덕 잡풀 속에 숨어 있는 저 친구를 우연히 보았다. 키는 15센티 정도다. 귀티가 난다고 할까, 우아하다고 할까. 버섯도 아니고 선인장도 아니다. 흙과 숲에는 온갖 것이 각각의 모양으로 자기 존재를 빛내고 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최 아무개 씨가 이름을 알려주기를 기대한다.)

물(物) 165- 나무둥치 file

  • 2022-10-21
  • 조회 수 766

힘차다. 존경스럽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오랜 세월 생명을 버텨온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물(物) 164- 석류 file

  • 2022-10-20
  • 조회 수 1038

석류 먹는 방법은 이렇다. 한 알씩 입에 넣는 게 아니라 스무 알 정도를 넣고 씨가 으깨지지 않을 정도로 우물우물 씹으면 표면에 붙었던 살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 맛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랴. 달콤한, 새콤한, 쌉싸름한 맛이 첫 입맞춤의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는지.

물(物) 163- 벌개미취 file

  • 2022-10-19
  • 조회 수 1000

연한 보라색의 야생화가 우리 집 뒤꼍 잘린 땅 수직 벽에 지난 9월부터 드문드문 피기 시작하더니 지금도 자태를 잃지 않았다. 교회에서 돌아와 주차할 때 아내가 ‘벌개미취’라고 일러준다. 인터넷 사전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벌개미취(Aster koraiensis)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고려쑥부쟁이라고도 한다.” 그대 이름을 외워두겠소.

물(物) 162- 고양이와 전원주택 file

  • 2022-10-18
  • 조회 수 630

우리 집에서 건너편 동산 중턱까지는 대략 2백 미터 조금 넘는 거리다. 지난여름에 집 한 채가 들어섰다. 귀촌한 부부가 산다. 일전에 그들과 함께 밤을 따기도 했다. 우리 집을 놀이터로 아는 고양이가 작년 늦가을에 지은 원두막 지붕에 올라갔다. 고양이와 전원주택이 잘 어울린다. 고양이의 눈에 저 멀리 있는 전원주택은 보이지 않겠지만.

주간일지 10월16일, 창조절 7주 file

  • 2022-10-17
  • 조회 수 839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9일, 창조절 7주 1) 과부- 이번 설교의 성경 본문에 재판장과 과부가 나옵니다. 대비되는 두 사람입니다. 과부는 ‘불의한’ 재판장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상황이 과부에게는 곤혹스러웠을 겁니다.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었다면 찾아가지 않았겠지요. 누가 봐도 과부의 신세는 한심하고 재판장의 신세는 부러움을 살만합니다. 이런 과부의 신세에 떨어질까 해서 우리는 늘 노심초사합니다. 저는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 과부에게 눈길이 더 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불행할 수밖에 없었으나...

물(物) 161- 기생식물 file [4]

  • 2022-10-15
  • 조회 수 855

10월 4일 마을 산책길에 다른 것에 기생해서만 생존하는 어떤 괴상한 덩굴풀을 보았다.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뿌리는 없다. 땅에 접촉하지도 않는다. 저 친구에게 목이 감긴 약한 것들은 체액을 빼앗겨서 시나브로 말라 죽는다. 저런 징그럽고 못된 친구들만이 아니라 예쁘고 착한 친구들도 다른 생명체를 양분 삼아 생존하는 게 자연 이치 아니던가.

물(物) 160- 원당 풍경(1) file [2]

  • 2022-10-14
  • 조회 수 550

10월 4일 마을 산책길에 카메라 앵글을 아래에서 위로 잡아 찍은 풍경이 우리 마을이 아닌 듯 낯설다.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물은 낯설다. 자기 자신도 낯설다. 죽음은 모든 낯섦의 극치이다. 낯섦은 새롭다는 뜻이기도 하니 이 낯섦과 더 친해져야겠다.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심정으로!

물(物) 159- 호박씨 file [4]

  • 2022-10-13
  • 조회 수 800

호박씨를 까먹어보니 고소한 잣 맛이 나기도 하고, 비릿한 완두콩 맛이 나기도 한다. 볶으며 그런대로 먹을만하겠다. 내년 호박 농사가 기대된다. 어쨌든지 호박씨는 내숭과 전혀 상관이 없다.

주간일지 10월9일, 창조절 6주 file

  • 2022-10-12
  • 조회 수 75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9일, 창조절 6주 1) 카봇- ‘영광’이라는 단어는 성경에 자주 나옵니다. 아마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신학 용어로도 중요합니다. 자주 듣기는 하나 그 개념이 또렷하게 잡히지는 않습니다. 무심코 ‘저에게 영광입니다.’라거나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설교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영광은 히브리어로 ‘카봇’이라 하고, 헬라어로 ‘독사’라고 합니다. 온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다는 표현(사 6:3, 민 14:21, 시 8:1)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영광은 고정된 형태가 아닙니...

물(物) 158- 발 file

  • 2022-10-08
  • 조회 수 511

호모에렉투스(직립인) 전통을 이어받아 지난 70년 동안 내 몸 가장 아랫부분에서 지구의 중력을 버텨내면서 내 몸을 잘도 받쳐준 발이다. 인간의 발뼈는 세밀하게 발달했다고 한다. 발등에선 붉은 피가 푸른 핏줄을 타고 쉴새 없이 흐른다. 수고했고, 고맙구나. 앞으로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으나 잘 부탁한다.

물(物) 157- 덩굴손 file

  • 2022-10-07
  • 조회 수 549

오이 덩굴손이다. 저런 간절함이 생명의 능력 아니겠는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이 어찌 들어주시지 않겠는가. 문제는 흉내만 낼 뿐 자기의 전 존재를 거는 간절함이 우리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겠지.

물(物) 156- 목화솜 file [1]

  • 2022-10-06
  • 조회 수 441

목화꽃이 피더니 얼마 후에 저런 모양의 목화솜이 총 세 개 달렸다. 저 안에 씨앗이 각각 열두 개씩 들어있다. 마음이 딱딱해질 때 솜을 손에 쥐면 풀린다. 믿거나 말거나!

물(物) 155- 밤알 삼 형제 file [2]

  • 2022-10-05
  • 조회 수 622

10월 2일 주보 표지 사진이다. 마을 뒷산에 가서 밤을 줍다가 가슴 뭉클한 장면을 사진기에 담았다. 밤이 여물면 각자 흩어져서 떨어지든지 밤송이째 떨어진다. 한 톨이 떨어지면 외롭게 주인을 기다리고 송이째 떨어지면 다정한 모습으로 기다린다. 밤나무 아래 몇 년째 쌓인 낙엽은 공중으로 자기 몸을 던지는 밤알들을 부드럽게 안아준다. 저 숲에서도 그들끼리의 사랑이 깊어간다.

물(物) 154- 냄비꼬지우동 file [2]

  • 2022-10-04
  • 조회 수 546

매월 첫째 주일 동대구역 식당가 분식집에서 국수를 사 먹는다.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가락국수, 두 번째는 냄비계란우동, 이번에는 냄비꼬지우동이다. 한 단계씩 업그레드되었다. 꼬지가 들어가니 새로운 맛이다. 동행과 담소하느라 다 비우지 못했으나 서울역에 도착할 때까지 배는 든든했다. 다음 달에는 무얼 먹을지 지금부터 입이 근질거린다. 간사한 입!

주간일지 10월2일 창조절 5주 file

  • 2022-10-03
  • 조회 수 1219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10월2일, 창조절 5주 1) 죽음 돌파- 이번 설교 제목인 ‘은혜의 시원적 깊이’가 가리키는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죄와 죽음이 극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저는 설교 마지막 단락에서 “제자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에게 나타난 그 하나님을 믿고, 죽음을 우회하지 않고 평화롭고 용감하게 정면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죽음 돌파’야말로 그리스도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죽음이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은 이렇게 ...

물(物) 153- 붉은 코스모스 file [2]

  • 2022-10-01
  • 조회 수 441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그 모양과 인조물감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색깔 하며, 지금 이 절기에 딱 들어맞는 꽃이다. 전혀 돌봐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때맞춰서 꽃을 피워낸 네가 기특하고 고맙고 대견하다. 거기 머물고 싶을 때까지 머물다가 네가 원할 때 미련 없이 떠나면 된다.

물(物) 152- 온갖 것 file [8]

  • 2022-09-30
  • 조회 수 854

우리 집 마당 꽃밭 일부다. 온갖 것이 모여있는 우주다 이름 있는 화초도 있고 이름 없는 잡초도 있다. 눈에 보이는 벌레도 있고 보이지 않는 생명체도 우글댄다. 온갖 것들이 한데 어울려 잘 지낸다. 키 큰 친구는 큰 대로 작은 친구는 작은 대로, 움직이는 것들을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은 고정된 채로 아무 불평 없이 잘 지낸다. (그들의 불평을 내가 알아듣지 못할지 모르지만) 모두 뿌리를 땅에 내리거나 땅에 기댈 줄 알기만 하면 된다.

물(物) 151- 창밖 풍경 file

  • 2022-09-29
  • 조회 수 973

매일 아침 식탁에서 바라보는 남창 밖 풍경이다. 왼편은 대나무, 오른편은 참나무와 소나무,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에는 벚나무 한 그루, 거기서 오른쪽으로는 작파 직전의 텃밭. 식탁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 슬라이스 치즈가 올라간 곡식 빵 한 조각, 몇몇 과일과 삶은 달걀,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 왼편 동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가을 아침 안개의 냉기를 데우기 시작한다. (2022.9.29.07:25)

물(物) 150- 거미 file

  • 2022-09-28
  • 조회 수 669

겨울 양식을 준비하느라 바쁜지 요즘 나무와 처마 밑 곳곳에 거미들이 진을 쳤다. 자식 거미에서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중이다. 우리가 평소 눈여겨보지 않는 곳곳에서 온갖 생명체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간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을 떨리게도 한다. 인간 세상 곳곳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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