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적 기독교인의 정체

조회 수 4036 추천 수 3 2010.04.10 23:37:10

 

오늘은 약간 불편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좀 참고 들어주시구려. 오늘 한국교회의 지성인 기독교인들에게 푸념 비슷한 말을 하려는 거요. 혹시 그대도 지성적 기독교인이오? 지성인들은 오늘 한국교회에서 찬밥 신세라오. 한국교회가 반(反)지성주의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라오. 지적인 인식 활동을 부정하고 무조건 믿기만 하라고 강요하는 교회 풍토에서 지식인들이 견뎌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오.

이런 사태 앞에서 지성적인 신자들이 취하는 태도가 서로 다르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은 교회를 뛰쳐나가는 이들이오. 지금 사회의 NGO 단체에서 간사로 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왕년에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던 이들이오. 지금은 신앙생활 자체를 접은 이들이 많소. <딴지일보> 김 아무개 총재로 그런 경력이 있더이다. 다음으로는 반지성적 풍토에 적당하게 적응한 이들도 있소. 나는 그들이 처음부터 지성적인 사람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오.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할 수는 있지만 신앙의 세계에서 지성적인 사람들은 아니라는 말이오.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소. 의사, 변호사, 대학 교수, CEO 등등,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인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순복음 류의 축복관이나 손 아무개 장로의 치유 사역, 장 아무개 목사의 개그 수준의 설교에 그런대로 잘 적응하는 이들이오.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거요. 겉으로는 일단 그렇게 보이오. 세 번째로는 반지성적 교회에 머물러 있으면서 계속해서 불평하는 이들이오. 이들은 무엇이 교회의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소. 그러나 그 교회를 떠나서 다른 교회를 선택하지 못하오. 그렇다고 해서 교회 개혁을 위해서 줄기차게 투쟁하지도 못하오. 어쩌면 이들이 가장 불행한 신자들인지 모르겠소.

그대는 불평을 하면서도 교회를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 이유야개인마다 다르니 여기서 어찌 다 열거할 수 있겠소이까.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몇 가지만 적어볼 테니, 맞으면 오, 틀리면 엑스를 하시구려. 1) 모교회이니까 거기를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요. 자신이 교회의 주인이라는 의식에 빠져 있는 경우요. 2) 다른 교회에 가봐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지 모르겠구려. 맞는 말이기도 하오. 3) 교회의 문제를 부분적인 것으로만 보는 분들도 있을 거요. 그런 경우라면 별로 심각하지 않소. 4) 교회에서 돈독히 맺은 인간관계를 끊을 수 없을 거요. 5) 교회를 옮기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는 위협이 은근히 신경이 쓰일 수도 있소. 6) 그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낸 경조비가 아까운 사람은 없겠소? 교회를 옮기면 대개 인간관계도 끊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거요. 7) 교회를 옮기면 사업에 지장이 올지도 모르오. 실제로 중대형 교회에 적을 두고 있으면 개인 사업에도 도움이 될 때가 많을 거요. 8) 교회의 문제를 잘 알지만 교회 조직이 제공하는 메리트에 마음이 끌리면 떠날 수가 없다오. 장로가 되는 게 꿈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요. 9) 새로운 교회를 찾아 나서기에는 천성이 게으른 사람들도 있소이다. 10) 자기 혼자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소. 여기까지만 합시다. 딱 열 개를 채웠소.

내 말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구려. 그대를 탓하는 게 아니라오. 또 철새처럼 교회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라는 말도 아니오. 교회의 리더 그룹이 이런 상태로 머물러 있는 한 한국교회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하는 거요. 아무리 잘못이 많아도 신자들이 그대로 버티고 있으니 어느 목사가, 어느 장로가 겁을 내겠소.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기회가 되면 그때 이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냅시다.(2010년 4월10일, 토요일, 아파트 벚꽃이 활짝 피어오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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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10.04.11 01:14:44

제가 지성적인 그리스도 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사님의 설명대로라면 전 불행한 신자일 겁니다. 근거를 들어가며 논리적으로 말해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교회의 반지성적인 모습에 불만이야 많지만, 그렇다고 교회를 떠날 마음도 없고, 교회개혁을 주장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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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4.11 09:52:04

제가 교회를 떠날 수 있었던 건 저의 게으름 때문이었습니다

교회를 다닐 때도 게을러서 항상 지각했는데

극도로 게을러져서 안나가게 되더군요

[레벨:2]포올

2010.04.11 15:34:45

한가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교회가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그 자신도 틀린 가운데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에 대한 영적이고 분명한 신앙이 있다면,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잘못되었다면

그곳을 도저히 떠나지 않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는 모습이,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의 말씀을

자기 믿음으로부터 저절로 실천하는 모습이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지성을 왜 주셨을까요? 그냥 이 세상 먹고 사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주신 것일까요?

그보다 근본적으로 당신을 깨달아 알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하지만 한국교회 교인들은, 아니 엄밀히 말해서 육신적이고 세속적인 신앙을 가진 모든 인간들은,

'지성'을 '지식'으로 정죄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에 대한 얄팍하고 잘못된 진짜 '지식'을

하나님에 대한 열심으로 잘못 포장해서, 세상적인 예화와 철학에만 귀기울이고, 급기야 자신들이

교양있고 고상하고 지성있는 마냥 어떠한 고민도 없이 만면 미소를 머금고, 자기부인은 조금도 없이

우월감에 젖어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성령이 무조건 말씀을 깨닫게 하실까요? 모든 사람이 사도바울과 같은 다메섹 도상의 부르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초대교회의 사도행전이, 그 전의 제자들의 아무런 말씀의 바탕도 없는 가운데

성령께서만 모든 작용을 하셔서 그들을 일하게 하신 것일까요?

오히려 그때 성령은 증인된 자로서의 복음전파를 위해 권능을 주시는 역할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령이 오시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예수님의 약속을 믿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얼마나 간절히 주님을 구하며 자신을 낮추었는지 보아야 합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해 주어졌다면, 예수님을 통해 주어진 은혜와 진리는 같습니다.

말씀을 바르게 깨달으면 그것이 곧 성령의 은혜인 것입니다.

물론 성령이 결국은 말씀을 깨닫게 하는 것이지만, 그전에 내 자신은 가만히 있어야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그러기 때문에 내 자신은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지성으로

주님을 구하고 찾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주님의 은혜가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바른 은혜의 모습일 것입니다.

결코 이것이 내 힘으로 하고 하나님의 은혜가 배척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큰 범위 내에서 하나님의 은혜는 이미 주어지고 있었고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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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10.04.11 22:56:26

그리스도교 작가 김규항 님에 대해서 위클리 경향 기자가 그리스도 교인이면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진보 그리스도 교인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김규항 님이 쓴 예수전(돌배게)이나 인터뷰 모음집 조금만 더 왼쪽으로(알마)를 읽으면서 그가 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 교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복음서에 뿌리를 둔 사회의식을 갖고 있는즉, 예수의 가르침과 삶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실천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하지만 교회에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교회가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이시라는 케리그마를 갖고 있으면서도, 예수처럼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무소유를 가르쳤는데, 교회와 그리스도 교인들은 성서를 왜곡함으로써 많은 소유를 탐하고,  예수는 민중을 억압하고 기만하는 예루살렘 성전에 대해 강도의 소굴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맞장을 떴는데,  즉 부당한 현재질서에 침묵하지 않음으로써 예언자로서의 삶에 충실했는데,  교회는 그리스도 교인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현재질서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침묵하는 바보로 만드는 현실을 그리스도교인으로서 꿰뚤어보는 것이지요. 교회가 진보적 사고를 가진 그리스도 교인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현재질서에 순응하도록 강요하고 지배계급를 지지함으로써, 현재질서의 유지에 급급한 비겁함도 그의 날카로운 지성으로는 숨겨지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런 이유에서 교회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을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러지 못한다는게 너무나도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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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이신일

2010.04.12 07:55:12

목사님의 글을 읽으며 저와 우리교회 교우들의 모습을, 그리고 제가 아는 지성적인 기독교인들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은 보지 못하고 남들(평신도들)만 보게 되더라고요.

 

목사님, 이 참에 '지성적 목사의 정체'(이중성)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뭐, 반(비)지성적 목사들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도 없지만 말입니다...

[레벨:5]세라핌

2010.04.12 23:09:03

지성적인 기독교인들의 오늘날의 자화상... 늘 고민거리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정목사님의 지적에 당연히 공감합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기독교인들의 자기 합리화와 편견 그리고 아집이지요. 절대 부정하지만 타인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자기의 주장에 충실하지요. 외면적으로는 절대 아니라 하지만 나의 주장만이  옳다는 관념이 강합니다.

매우 폐쇄적이고 독단적이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는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

자기 논리로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아님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상대를 하지 않으려 하지요. 

많은 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에 충실하지만, 인격적으로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헛점에 대해서는 절대 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남에게서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늘 남을 가르치려하지 남을 존중하며 배우려하지 않습니다. 진정 가르치는 자는 먼저 배우려 한답니다.

겸손의 미덕이지요.

그런데 헛된 위신만 세우려합니다. 어린아이에게도 존중하는 기본적인 겸손도 없습니다.

또한 자신의 무지를 절대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몇가지 신학적 전문지식과 편협한 사고로 자신을 잘 포장하기도 합니다.

........

지성적 기독교인의 안타까운 몸짓도 서글픈 현실이지만, 인격적 행위가 따르지 않는 허구적 목회자와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야말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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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나무늘보

2010.04.12 12:25:33

목사님... 아직 남아있는 이야기... 바로 풀어주세요... '지성적 그리스도인의 선택 혹은 대안' 목록 10가지를 기대해도 될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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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윤만호

2010.04.13 19:35:39

1,2

[레벨:28]첫날처럼

2010.04.15 10:16:21

목사님은 너무도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시는 것 같아요... 윽...

 

산다는 것 자체가,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존재 자체가 모순 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할 수 없는 "현실 교회" 의 모습은 나의 '착한' 의식 이면에 숨어 있는 욕망과 자기 중심성이라는 무의식의 투영 같기도 하구요...

 

 

[레벨:3]훈쓰

2010.04.15 14:53:02

제가 교회 개혁에 대해서 얘기 할때,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완벽한 교회가 있나?" 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항상 그들에게 좀 이상주의자라는 핀잔을 들었고, 그러고나서 그들은 직접 자기와 관련없는 일보다는 자기 먹고사는 일에 하나님이 간섭해야 한다는 보다 직접적 신앙을 얘기했습니다.

 

때로는 어떤 사건에 대한 '관용'이 자기 이익과 관련이 안 되는 일에 상관하기 싫다는 이기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가 절대적으로 개인의 사고와 사회적 담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 그들이 남의 일에 참견할 만한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뭐 팔자 좋은 놈들이 먹고 살만하니 이상주의를 부르짖고 있다는 표정이었지요.

 

제가 교회 개혁에 직접참여 했을때는 또 다른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교회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교회론이 상당부분 신학적 기반없이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을 느겼습니다.  그냥 교회가 돈을 밝힌다, 목사들이 말씀을 모른다. 권력에 아부한다. 뭐 이론 내용들이었는데, 그게 어떤 신학적 기반에서 잘 못되었는지도 분명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대안 제시도 어렵지만 같이 가야 할 부분이구요. 다비아 같은 곳에서 할 일인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벨:9]용남군

2010.04.15 17:04:56

교회를 자꾸 옮겨다니면 흔히 ‘철새’라고 비아냥거리곤 하는데,

사실 철-없는 것보다야 철새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정치인도 아니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성령의 인도를 받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거룩한 철새로서의 기쁨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목사와 장로까지 포함해 온 교회가 다함께 철새 공동체로 변신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교회생활이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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