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조회 수 3592 추천 수 1 2010.10.11 23:29:30

 

     요즘 북한의 3대 세습을 두고 진보 측 인사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많다는 소식을 그대도 들었을 거요.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 민노당을 비판했소. 이에 대해서 울산지구당 차원에서 경향신문 절독 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고, 민노당 대표 이정희 의원은 “(북한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라고 밝혔소. 이정희 대표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김기협 역사학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등이고, 반대하는 이들은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과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그리고 진중권 씨와 서강대학교 손호철 교수요. 이정희 대표를 지지한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생각이 아니고, 반대한다고 해서 똑같은 강도로 반대하는 것도 아니요.

     위의 여러 논객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오. 그저 어쩌다가 눈에 뜨인 그들의 짧은 글만 읽었을 뿐이오. 그런 몇 편의 글로 그분들의 모든 생각을 평가할 수 없소. 다만 느낌 정도로만 말하면 홍세화 기획위원의 글은 왠지 호감이 안 가오. 뭘 말하려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적지 않소. 아마 그의 계몽적인 글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오. 진중권 씨의 글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오. 손호철 교수의 글도 가슴은 없고 머리로만 쓴 흔적이 여실하오. 모두 한가락 하는 논객들이신데, 그분들의 글이 왜 내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가오. 나는 이정희 의원의 생각과 글에 동조하오. 이번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요.

     목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을 거요. 신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나의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북한 문제에서는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소. 다비아에 이런 글을 올리면 점수를 잃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소. 남북문제는 기독교 신앙이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오. 요즘 다비아 <말씀묵상>이 열왕기를 다루고 있소.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의 문제에 대해서 성서기자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예언자들은 모두 자기 민족의 운명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고 한 이들이오. 우리가 구약을 기독교 경전에서 제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예언자 영성을 놓치지 말아야 하오. 지금 남북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서 우리 민족의 미래도 크게 달라지는 게 분명하다면 목사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소.

     교회에서 벌어지는 목사의 세습을 비판하는 당신이 북한은 비판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소? 그건 다른 문제요. 교회의 세습은 주로 대형교회에서 이루어지오. 아들이 그 교회에서 목사직을 세습하지 않는다고 해도 교회가 망하지 않소. 거기에 목사로 오려는 사람은 쌔고 쌨소. 북한 체제는 지금 생존의 위기에 서 있소. 말하자면 깡촌의 미자립교회와 비슷하오. 그런 곳에 목사로 가려는 사람이 없소. 그런 교회에서 세습이 이뤄졌다고 해서 대형교회의 세습과 동일한 잣대로 비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그리고 다음을 구분해서 보시오.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것과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른 거요. 북한 주민들 외에 도대체 3대 세습을 지지할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소? 나쁜 일이라고 해서 그걸 노골적으로 말해야만 하는 건 아니오. 그걸 말해서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좋소. 여기 철부지 딸을 둔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해보시오. 딸이 사생아를 낳았소.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딸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아버지가 될 수도 있고, 그냥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아버지가 될 수도 있소. 잔소리로 해결이 된다면 해야겠지만, 아무 소용이 없을 때, 아니 잔소리로 인해서 딸이 다시 가출하고, 아이도 키우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답은 분명한 거요. 딸이 다시 반복해서 사생아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오. 딸과 완전히 의절하고 살겠다면 모르지만 그걸 인정한다면 다른 길이 없으니 말이오.

     나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노콤멘트라 말하겠소. 그대는 나에게 가타부타 말하라고 강요하지 마시오. 한반도에서 북한 체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지혜를 모아봅시다. 이런 나의 생각이 혹시 ‘종북주의’요? (2010년 10월11일, 월, 구름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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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10.10.12 00:28:56

 북한이라는 체제에 감성적으로만 접근 밖에 할 수없는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선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민주노동당의 주요인사들은 공통적으로 그것이 북한 이라는 것이죠.. 전 이번 논쟁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확실히 자기 갈일을 가게 될 듯하여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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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잎새의 꿈

2010.10.12 00:51:14

아주 오래전 대학가의 운동권 이념 논쟁의 결과가 여전히 진행형인가 보군요.

NL과 PD의 갈등구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유효한가 봅니다.

민족해방이냐, 계급해방이냐... 현 민노당의 주류는  NL계열이고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을 도왔던 몇몇 386역시 그 계열에 속하고

민노당을 떠나 새 살림을 차린 진보신당과 앞서 정목사님이 언급한

홍세화, 진중권씨 등은 PD계열이라고 봐야하겠죠.

뭐 이 구도가 딱 맞아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강 그럴 겁니다.

 

저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갈림은

어쩔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갈길을 가긴 가야 하는데

그런데 문제는 이 척박한 한국이라는 정치 현실에서

한줌도 채 안되는 진보정당들의 운명 역시 그리 녹녹치 않다라는 것이

자꾸 뒤를 무겁게 하네요.

 

그래도 서로 갈길은 가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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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10.10.12 12:48:52

김정일의 또다른 아들 김정남이 "3대 세습에는 반대하나 김정은이 요청하면 도움을 주겠다"라고 애매한 말을 했다네요.

김정은이 북한을 제대로 장악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이중적 포석인 듯합니다.. 세습이라는 것이 일어나면 그에서 배제된 형재들의 처리또한 중요할텐데 김정은은 김정남을 제거하는 방향을 택할지 그냥 외국에서 살게 해줄지도 궁금하네요.. 여튼 김정남은 아버지를 잘(?)만난 덕에 호의호식하다가 이제 동생에게 목숩을 구걸해야하는 처지닌 중년이후가 고달프겠군요..

[레벨:8]광토

2010.10.12 13:44:11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뭐라고 답을 낼수가 없네요, 저로서도, 심정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이 이해가 가나,

반대 의견또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덧붙여.. NL /PD 구분은 아시다시피 보수언론에서 정의한 내용을 어쩌다가 호사가들이 공식화한 내용이니

앞으로는 안썻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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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잎새의 꿈

2010.10.12 15:13:21

NL(민족해방) / PD(계급평등)는 80년대 학생운동권 이념 논쟁시 이미 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80년대 학번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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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10.12 16:59:37

저는 3대 세습이 정말정말 새로운 일이라는 듯이 오바하는 것이 좀 우습습니다.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요?

외교관 자녀도 음서 하는데 왜 아니겠습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실무적인 일에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와서 3대세습에 대한 논란으로 진보가 나뉜다는 것은

나뉘면 운신은 가벼워 좋겠으나...폭은 좁아지겠지요.

그간에 북한의 미래에 대한 사유가 얼마나 코 앞만 보았거나,

아니면 북한에 대한 진보의 사유 자체도 세습되어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렇게 하니? 는 절대적 합의가 없는 타인들의 잣대이고,

어떻게 할까? 의 자리로 빨리 돌아왔으면 합니다.

 

[레벨:22]머리를비우고

2010.10.13 07:21:34

북한을 시골 미자립 교회와 집나간 철부지 딸로 비유하는 건 무엇에 근거한 우월감인가요?

차라리 세습이 남한이 5년 임기 대통령제 하듯 북한이 채택한

정치 체제로 보는게 더 속 편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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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이신일

2010.10.13 07:22:15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요즘 일고 있는 또 다른 뜨거운 감자도 있지요.

고 황장엽 씨 훈장 추서와 현충원 안장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다비안들께서는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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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10.10.14 12:08:04

지금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하는 전 세가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첫째 합리적 이성적 판단에 의해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3대 세습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북한의 내부사정을 인정해야한다고 하지만 그런식으로라면 북한의 왕조 선언도 인정해야합니다. 지금 북한에 대하여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지금 3대 세습이 공식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예상 했었던게 나왔다고 하지만 북한의 내부사정을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3대세습이 될지, 집단지도체제로 갈지 , 3대 세습이라면 누구에게될지 공식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의 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좌파진영에 국한 된 이야기인데 구미 좌파진영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에릭 홉스봄은 자서전에서 서유럽 좌파진영은 "당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라는 신념? 믿음? 때문에 스탈린에 의해 훼손된 사회주의 혁명의 가치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로 좌파진영 자체의 힘이 약해진것은 물론 동유럽 사회주의(실제로는 독재) 붕괴 이후에 사회주의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으로 바꿔 이야기 하면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영의 사람들은 북한의 실패한 사회주의(이제 노동당 강령에서도 빠졌다고하니 사회주의라고 할 수 없지만요)에 대한 좌파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붕괴한다면 북한은 지금 동유럽.소련 사회가 겪고있는 천민 자본주의적 모습이 남북한을 뒤덮을 것입니다. 


목사님께서 토론을 제기 하고자 적은 글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런 댓글을 달지 않으려 했으나 민주노동당의 견해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있는 듯하여 반대 견해도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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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0.10.14 17:45:58

병훈 선생,

위 대글의 논지는

이번 사안의 핵심을 비켜간 듯하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눈높이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동의하기 어려운 체제 이양이

옳으냐 아니냐를 지금 가려보자는 게 아니라오.

그것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문을

같은 진보 쪽 인사들이 민주노동당과

특히 이정희 대표에게 강요한다는 것이오.

진중권 씨는 이정희의 '노콤멘트' 운운을 '허접'하다고 평가하더군.

언급하지 않으면 북을 비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오.

그런 강요는 기본적으로 조선일보 식과 동일하지 않소?

큰 틀에서 같은 길을 가면

작은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진보 인사들이 취해야 할 태도 같은데,

거꾸로 가고 있으니, 음,

우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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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10.10.14 19:41:53

두 가지 얽혀있는데 제가 한쪽만 이야기 한듯 합니다..


소위 진보진영에서 민주노동당에게 입장을 표명하길 강력하게 압박하는 이유는 이것이 진보진영 통합문제와 연과되어 있어서 입니다..


사실상 통합에 가장 큰 주체가 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는 북한에 대한 입장 빼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분당 사태가 일어났구요.

지금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북한 논평을 내라고 압박 받는거 보다 훨씬 강력하게 통합에 대한 압박을 내외에서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압박의 진원지는 민주노동당이라고 할 수 있구요..


이러한 상황에서 3대 세습 선포라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통합 상대자의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런데서 어물쩍 넘어가고 통합을 하자고 한다면 진보신당측에 숙이고 들어오라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으로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주제이나 나와서 이야기 해야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북한 자체보다 남한의 문제에만 얽혀있지만 지금으로선 북한에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남쪽 사람들끼리 열심히 논쟁하는 수 밖에요..


p.s 댓글을 달다 보면 제가 일에 깊에 연관되 있어보일 수도 있지만 전 분당이후 진보신당에 입당한 하는 일없는 평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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