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77) 5:14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앞에서 짚은 것처럼 이 사건은 안식일 논쟁으로 이어진다. 유대인들은 삼십팔 년 동안 병들었던 사람이 자기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오늘 우리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곤란하지만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특히 요한복음이 기록되던 1세기 후반 10년 어간의 바리새파 운동은 유대교 전통의 주류가 되었기에 이런 방식의 반응은 가능하다. 안식일 규정은 다른 율법도 마찬가지이지만 매우 숭고한 가치가 있었다.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 사람을 비롯하여 짐승까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일주일에 하루만은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강조하다보니 여기에 관련된 온갖 시행세칙들이 만들어졌고, 그 시행세칙들은 안식일의 근본의미를 훼손했다.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병에서 놓인 사람을 다시 만났다. 보통은 병이 치료된 그 자리에서 할 만한 말을 예수는 다시 만난 자리에서 한다. 병이 재발되지 않도록 다시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이다. 원래 예수는 재난이나 병이 죄와 직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서 이 사람에게 죄를 짓지 말라고 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이 사람이 실제로 큰 잘못을 행해서 병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병이 치료되었다는 사실을 이 사람에게 확신시켜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사실이다. 첫 번째보다는 이 두 번째 추정이 더 타당해 보인다.

심층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병이 죄에서 온다는 말을 부정하기 어렵긴 하다. 죄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불안이 반복되면 마음의 병이 되고, 그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까지 만든다. 신경성 질병이 여기에 해당된다. 몸을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세월이 흐르면서 이 사람의 몸에는 노폐물이 쌓이면서 저항력이 약해질 것이다. 오늘의 자본주의 체제가 현대인들의 마음과 육체를 신경과민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서 직간접적인 크고 작은 질병을 일으킨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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