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146- 일출 file

  • 2022-09-22
  • 조회 수 890

2022년 9월 22일 오전 6시 11분 원당 마을 동편 언덕 위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실물보다 사진이 더 멋져 보일 때도 있으나 이번만큼은 사진이 말도 못 하게 초라해 보인다. 일출 순간이라서 풍경이 초 단위로 바뀐다. 중천으로는 웬만해서는 보이지도 않는 그믐달이, 아기 천사가 타고 있을지 모르는 배처럼 보이는데, 어떤 시구처럼 망망대해를 ‘구름에 달 가듯이’ 미끄러지듯이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내 평생에 본 하늘 풍경 중에서 ‘베스트 텐’에 꼽힐 수 있는 풍경을 오늘, 조금 전에 본 셈이다. ...

물(物) 145- 마지막 순간 file

  • 2022-09-21
  • 조회 수 919

자기 운명이 여기까지인 걸 아는지 햇살 쏟아지는 꽃잎 위에서 한 마리 메뚜기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일지 모르니 걱정하지 말고 잘 가거라.

물(物) 144- 현풍제일교회 file

  • 2022-09-20
  • 조회 수 779

9월 14일 입관 예식과 9월 16일 발인 예식이 있어서 논공 아무개 요양병원 장례식장에 갔다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 할 현풍에 연이어 두 번 들렸다. 논공에서 현풍은 코앞이다. 그곳에는 내가 만으로 서른세 살부터 마흔네 살까지, 그러니까 1986년 6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12년 동안 담임 목사로 지냈던 현풍제일교회가 있다.

주간일지 2022년 9월18일, 창조절 3주 file

  • 2022-09-19
  • 조회 수 1008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18일, 창조절 3주 1) 베레 호모- 이번 설교에 vere Deus vere Homo라는 라틴어 신학 개념이 나옵니다. ‘참된 하나님, 참된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교가 예수님의 정체성을 규정한 단어입니다. 이번에는 주로 베레 호모에 핀트를 맞췄습니다. 디모데전서 그리스어 본문은 중재자의 성격을 말하면서 ‘안트로포스’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일반 학문에서 사용하는 인간학(anthropology)이 이 그리스어에서 온 겁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말할 때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습...

물(物) 143- 블라인드 file

  • 2022-09-17
  • 조회 수 403

두 주일쯤 전 동틀 무렵 동편 창문에 걸린 블라인드 줄을 살짝 당겨 조정하자 서편 벽에 기하학적인 미술작품이 출현했다. 다음에는 저 앞에 내 몸 그림자를 겹쳐봐야겠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그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까지 왜 광학에 몰두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느낌만은 알겠다. 신비한 힘에 끌린 게 아닐는지.

물(物) 142- 이발 가위 세트 file [2]

  • 2022-09-16
  • 조회 수 1311

오래 벼르고 벼르다가 이발 가위 세트를 사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더니 깔끔하고 성능 좋게 생긴 저 친구가 배달되었다. 9천4백 원이다. 뿌듯하다. 한 번 사용했으니 이미 본전은 뽑은 셈이다.

물(物) 141- 달과 목성 file

  • 2022-09-15
  • 조회 수 1149

한 지인이 추석날 밤 목성 봤어요, 하고 묻는다. 달만 보고 목성은 못 봤는데요. 목성이 불덩이처럼 크게 빛났는데요, 한다. 추석 다음 날 9월11일 주일 밤에 작심하고 목성을 찾아서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수준이 낮은 똑딱이 카메라에 담았다. 10시 방향에서 반딧불처럼 빛나는 물건이 목성인가 보다. 인터넷 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목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11.2배, 부피는 지구의 1,300배가 넘으며, 질량은 지구의 318배 정도이다. 태양계 너머 우주까지 갈 것 없이 태양계만 생각해도 지금 내...

물(物) 140- 머리카락 file

  • 2022-09-14
  • 조회 수 861

지난 연휴 첫날 9월9일 집에서 머리를 깎았다. 셀프를 원했으나 아내가 굳이 자기가 깎아야 한다고 하여 못 이기는 척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다 깎은 머리카락을 모으니 95%가 흰색인 털이 수북하다. 두 손으로 감쌌다. 촉감이 좋았다. 온기마저 느껴진다. 한 줌 재처럼 보인다. 내 겉모습의 미래다.

물(物) 139- 사과 file

  • 2022-09-13
  • 조회 수 816

9월9일 연휴 첫날 갓바위로에 있는 **카페에 잠시 들릴 일이 있었다. 손질 잘 된 정원 한쪽에서 불디 붉은 사과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요즘 보기 힘든 홍옥인가? 이브와 아담처럼 사과를 따서 한입 깨문다면 해, 흙, 탄소, 물, 안개, 곰팡이, 벌, 나비, 구름, 비 등등이 함께 어우러져 집단 지성과 집단 노동으로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입안 가득 채워지리라. 아래와 같은 함민복의 시 <사과를 먹는다>가 기억나는 순간이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

주간일지 9월11일, 창조절 2주 file [2]

  • 2022-09-12
  • 조회 수 1397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11일, 창조절 2주 1) 거짓 선지자- 렘 28장에 나오는 하나냐 선지자와 예레미야 선지자의 공개 논쟁은 당시 고대 유다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번 설교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것처럼 하나냐는 하나님의 개입으로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심판이 기다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레미야는 하나냐가 유다 백성에게 ‘거짓’을 믿게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 말은 곧 하나냐가 거짓 선지자라는 뜻입니다. 참된 선지자와 거짓 선지자를 당장 분별하기...

물(物) 138- 방향 표시 file

  • 2022-09-10
  • 조회 수 414

한글 영어 한자 기호 하나를 가리킨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고양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다.

물(物) 137- 잔디 위 버섯 file [2]

  • 2022-09-09
  • 조회 수 1107

비가 자주 온 탓인지 마당 잔디 위 여러 곳에 이름 모를 버섯이 자라기 시작했다. 저 버섯 포자를 이곳까지 실어나른 이는 분명 바람이리라. 지구에 바람이 있기에 생명 현상이 발생하니 바람을 생명의 ‘영’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물(物) 136- 호박잎과 부추꽃 file

  • 2022-09-08
  • 조회 수 527

호박잎에 부추꽃이 살짝 기댔다. 시골에 살다 보니 정말 기가 막힌 장면을 매일 수 없이 본다. 물론 도시에서도 도시 나름의 색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절묘한 장면이 펼쳐지겠지만. 이번에 늙은 호박을 거두면서 호박의 압도적인 생명력에 새삼 놀랐다. 그 힘의 원천은 태양 빛을 혼자 다 받아들일 자태로 꼿꼿이 서 있는 잎이다.

물(物) 135- 솔잎과 빗방울 file

  • 2022-09-07
  • 조회 수 1245

솔잎에 수십 개의 빗방울이 달렸다. 숨 막히는 풍경이다. 비슷한 풍경을 어디서나 볼 수 있겠으나 간격과 배열과 크기와 색깔에서 완전히 일치하는 풍경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단 한 번’ 그걸 볼 수 있다니, 그 순간에 나는 ‘땡’ 잡은 거 아닌가.

물(物) 134- 냄비 계란 우동 file [2]

  • 2022-09-06
  • 조회 수 1133

9월4일 서울 가는 길 동대구역 구내 분식집에 들어가서 7천5백원 내고 ‘냄비 계란 우동’을 시켰다. 지난달에는 6천5백원 내고 가락 우동을 시켰었지. 하나는 뿔 그릇에 담긴 거고 이번에는 냄비에 담겼다. 내용물이 대체로 비슷한데 이번에는 어묵과 계란이 첨가되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휘젓자 밑에 숨었던 반숙 계란이 나왔다. 계란을 터뜨리자 국물에 노란색이 짙어지고 농도가 걸쭉해졌다. 바다 맛과 육지 맛이, 채소 맛과 동물 맛이 조합을 이루니 그야말로 감칠맛이다. 지금도 침샘이 자극...

주간일지, 대구샘터교회, 2022.9.4. 창조절1주 file

  • 2022-09-05
  • 조회 수 881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4일, 창조절 1주 1) 무 마데테스- 이번 설교의 키워드는 ‘내 제자’입니다. 예수께서 “... 하지 않으면 ‘μου μαθητής’(무 마데테스)가 될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싯다르타에게도 제자가 많았으나 그는 ‘내 제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렇게 발언한 적이 있을지 몰라도 싯다르타의 기본 가르침에 따르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내 제자’ 개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불교 신자들은 싯다르타를 따르는 게 중요하지 않고 각자의 불성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설교에서 짚었듯이 ...

물(物) 133- 늙은 호박 file

  • 2022-09-03
  • 조회 수 460

지난봄 텃밭에 심은 늙은 호박 모종이 저런 호박을 맺었다. 지름이 30cm 조금 넘고 무게는 몸 계량 방법으로 5~6kg은 되지 싶다. 저 늙은 호박 덩굴의 뻗어가는 힘은 어떤 외계 생물체를 보는 듯하다. 거칠 게 없는 기세가 보는 사람을 두렵게 할 정도다. 뻗은 덩굴 줄기를 실측하지는 않았으나 다 합하면 눈짐작으로 최소한 50m 길이는 족히 된다. 직접 만져본 분들만 알겠지만, 표면이 얼마나 딱딱한지 힘이 약한 사람은 칼을 써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지구가 아직은 살아있다.

물(物) 132- 나팔꽃 file [4]

  • 2022-09-02
  • 조회 수 1436

흔하디흔한 나팔꽃이 전혀 돌보지 않았는데도, 아니 나에게 잡초 대우를 받았는데도, 용케 살아남아서 꽃을 피웠다. 생존을 향한 열정이 치열하다 못해 거룩하다. 수술과 암술이 자리한 중앙 부분에 아침 햇살이 닿자 아주 작은 용광로처럼 변했다. UFO의 출현이라 해도 믿겠다. 일주일 전 어떤 한순간!

물(物) 131- 방울토마토 file [2]

  • 2022-09-01
  • 조회 수 702

교우에게서 얻은 방울토마토를 옅은 녹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놓고 매일 아침 몇 개씩 가족들이 나눠 먹는다. 저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도 탄력이 넘치지 않는가. 어금니로 깨물면 방울토마토 특유의 식감을, 그리고 더 집중하면 향까지 입안 가득히 느낄 수 있다. 그런 감각이 충만해질 때마다 지구가 에덴동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데에 더 필요한 게 무엇이랴.

물(物) 130- 부추꽃 file

  • 2022-08-31
  • 조회 수 990

우리 집 텃밭 식구 부추꽃이다. 부추는 일정한 때가 되면 기가 막히게도 꽃대를 올린다. 홀로 꼿꼿하다. 하늘과 가까운 꽃대 끝자락에서 봉오리가 맺히고, 조금 더 시간이 가면 봉오리가 열리면서 앙증스러운 꽃을 피운다. 과학 기술자들이 실험실에서 용을 써도 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통쾌하다. 어디 이뿐이랴.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주 사소해 보여도, 심지어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일도 마음 가라앉히고 깊이 들여다보면 가슴이 시려올 지경으로 신비롭다. 비 내리는 오늘 하루도 가...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