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0일- 아무에게 아무 말도

조회 수 3227 추천 수 32 2006.07.10 23:30:21
2006년 7월10일 아무에게 아무 말도

이르시되 삼가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서 네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고 네가 깨끗하게 되었으니 모세가 명한 것을 드려 그들에게 입증하라 하셨더라. (막 1:44)

앞서 43절에서 예수님이 이 나병환자에게 엄하게 경고하신 이유가 44,45절에 걸쳐서 설명됩니다. 나병치유 사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 사람이 지키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 나병환자의 마음을 우리가 모른 바는 아닙니다. 자기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어떻게 숨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입니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이런 일들은 아직 드러날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하고 말씀하셨는데, 그는 그 말씀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앙적인 자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자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데 너무 마음을 많이 쓰고 있는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교회 공동체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교회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너무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너무 사람들에게 튀는 행동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게 모두 전도요 선교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가요?
제가 보기에 그리스도인의 실존은 “없는 듯 존재하는 것”입니다. 믿는 시늉을 너무 티 나게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게 존재해야 합니다. 아무도 그리스도인들을 몰라보지만 이 세상은 은연중에 그리스도교의 말씀으로 변화되어야 하겠지요. 주님은 우리를 향해서 세상의 소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곧 우리의 본질입니다. 소금은 음식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지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짠맛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소금은 모든 음식을 음식답게 만드는 겁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말이 많은 편입니다. 온 세상에 자기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휘젓고 다니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 합니다. 그걸 내세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간증이 우리처럼 많은 나라도 없을 겁니다. 가능한 대로 감추어야 할 신앙 경험을 훨씬 부풀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세우는 간증은 별로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는 아닙니다. 물론 제가 간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증은 천편일률적으로 승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왕이면 실패한 간증이 더 필요한 게 아닐는지요.
하나님의 은총을 깊이 경험한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내면적으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나를 알아주시오.”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교적 글을 많이 쓰는 저 자신도 이런 점에서는 할 말은 별로 없습니다. 나의 내면세계가 여전히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자꾸 글을 쓰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마디 변명이 허락된다면, 글과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저 책을 읽고, 명상하고, 노동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그런 때 말입니다. 그런 때는 아마 은퇴 이후가 되겠지요. 이런 점에서 은퇴는 현장에서 쫓겨나는 게 아니라 더 본질적인 생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건입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더 이상 자기를 나타내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세계로 들어가는 사건 말입니다.
“아무에게도 아무 말” 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나병환자에게 주신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에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밖으로 나가는 말을 줄이고 내면의 말을 늘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기도이며, 말씀 묵상이며, 내적 성찰이겠지요.

주님, 나에 대한 흥미를 줄이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레벨:1]차가운열정

2008.09.23 21:12:48

이렇게 좋은 글에 아무도 댓글을 안달았군요 ㅎㅎㅎ... 우리 주변에 있는듯, 없는듯 그러나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으면서 우리에게 맑고 신선한 공기와 그늘을 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생각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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