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3일- “도”

조회 수 2035 추천 수 44 2006.07.23 20:12:35
2006년 7월23일 “도”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 앞까지도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되었는데, 예수께서 그들에게 도를 말씀하시더니. (막 2:2)

본문 막 2:1-12절은 그 유명한 중풍병자 치유 사건입니다. 마가복음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예수님의 공생애는 이런 특별한 사건과만 연루되어 있습니다. 이런 진행에서 볼 때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도를 말씀”하셨다는 진술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신약학자들은 이 진술을 마가의 편집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중풍평자 치유 전승에 없던 구절을 마가신학의 필요에 따라서 여기에 삽입했다는 것이다.
평신도들은 성서가 편집된 것이라는 주장 앞에서 당혹스러워하기 일수입니다. 일점일획도 변함이 없는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흡사 잡지와 신문처럼 편집 운운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성서를 귀하게 여기는 그런 순수성은 높이 사야겠지만 사실 아닌 걸 무조건 믿는다는 건 신앙이 아니라 고집입니다. 여기는 성서 역사비평을 본격적으로 거론할 자리는 아니군요. 다만 진리의 영이신 성령은 사람을 꼭두각시로 여기는 게 아니라 파트너로 여긴다는 사실만 지적하면 충분합니다. 성서 기자들은 성령의 감동으로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전승을 새로운 차원에서 해석하고,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에 필요한 말씀으로 편집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 중요한 건 기자와 독자가 처한 ‘삶의 자리’입니다.
이런 치유 전승에서 “도를 말씀”한다는 진술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어떤 결격 사유가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이런 치유 행위만이 아니라 말로 전하셨습니다. 즉 행위와 말씀이 예수님에게 병행했다는 사실에서 본다면 비록 편집이라 하더라도 이 진술은 예수님을 정확하게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말 성서로 “도(道)”로 번역된 헬라어는 원래 요한복음 14:6에서 “길”이라는 뜻의 헬라어 “호도스”가 아니라 요한복음 1:1에 “말씀”으로 번역된 “로고스”입니다. 로고스는 “말해진 어떤 것”이라는 뜻입니다. 말, 가치, 이성, 근거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태초에 로고스가 있었다.”(요 1:1)는 말씀은 그리스도교의 인식론과 존재론에서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을 가리켜줍니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세계를 창조했다는 창세기의 진술을 이 요한복음과 연결한다면 하나님이 곧 말씀(로고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로고스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어가 어떻게 세계 창조와 연결된다는 것일까요?
창세기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님이 “빛이어 있으라!” 하고 명령을 내리자 빛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이외에 모든 것은 이렇게 언어를 통한 “무로부터 창조”에 의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세계를 이렇게 간단하게 창조했다는 건 마치 마술사들이 검은 보자기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무한정 꺼내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 전제해야 할 것은 성서의 자연이해는 어떤 과학인 논리가 아니라 그 시대의 세계관에 의한 직관적인 통찰이기 때문에 비록 오늘의 과학적인 잣대로 볼 때 미숙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말씀을 통한 세계 창조는 기본적으로 언어존재론에 근거합니다. 로고스가 모든 사물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와 형상 개념을 빌려서 설명한다면 언어는 형상입니다. 한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역시 언어입니다.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서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서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발달하게 됩니다.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도 역시 큰 틀에서 언어입니다.
오늘 우리는 복음서를 통해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것이 인간 생명을 구원하는 창조적인 말씀으로 들리기 위해서 우선 바르게 해석하는 일이 필요하겠지요.

주님, 성서 언어의 구원론적 세계로 들어가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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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95]정용섭

2006.07.23 20:15:12

여기는 경기도 강화도에 있는
어떤 교회의 수양관입니다.
오늘 수양관 내에 있는 이 피씨방을 발견해서
잠시 들려서 글을 올립니다.
30분 사용에 500원이네요.
인터넷이 편리하기는 하군요.
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네요.
모두들, 좋은 주일을 보내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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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강병구

2006.07.24 00:58:14

본질을 꿰뚫어 보시는 정용섭교수님! 진짜 멋지시고 존경합니다. *^^*
교수님을 통해서 본질을 보는 눈을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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