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7일- 죄 (1)

조회 수 3169 추천 수 34 2006.07.27 23:15:57
2006년 7월27일 죄 (1)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막 2:5)

예수님이 공생애 중에 죄 많은 여인을 향해서 사죄를 선포한 경우는 있지만(눅 7:48) 장애나 난치병을 고치실 때는 “깨끗함을 받으라.”든지 “네 손을 내 밀라.”는 명령을 내리실 뿐이지 사죄를 선포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이 사죄선포는 아마 초기 그리스도교가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히 메시아로 신앙고백을 한 이후에 발생한 전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죄 선포는 메시아의 업무가 아니라 야훼 하나님의 배타적인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도 이 선언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동일시를, 즉 권위의 동일시를 전제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성서 텍스트를 이렇게 분석하는 것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도대체 이런 역사비평이 성서읽기에서 무슨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제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본격적인 역사비평을 전개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런 흔적만 짚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성서 텍스트가 아주 명백하게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리스도교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정체와 더불어서 역사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예수의 제자들과 추종자들로 구성된 원시 공동체는 아직 그리스도교적인 특징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반쯤은 유대교적이고, 반쯤은 그리스도교적인 유대-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자랐습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로 구성된 그리스도교 공동체, 헬라 이방인들로 구성된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갑자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한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그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런 점진적인 역사 발전에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도 달라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과 공동체의 성격은 상호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에 따라서 공동체의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고,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서 신앙고백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이 가변적이었다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예수 사건이 매우 복잡하고 심층적인 역사를 안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예수가 과연 죄를 용서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도 역시 이런 역사적 배경을 놓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건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닙니다. 목수 직업을 가진 어떤 젊은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네 죄가 용서받았소!” 하고 말했다면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모든 말은 그것이 진술될만한 상황을 전제해야만 설득력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신앙고백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런 사죄선포는 불가능한 진술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죄선포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인가요? 오늘 어쩌다가 어려운 주제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가 이런 쪽으로 흘러오고 말았습니다. 말과 글이라는 게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과 글 자체의 능력에 의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군요.
사죄선포가 예수님의 고유한 말씀인지 공동체의 편집인지 제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설명하려면 거의 석사학위 논문을 쓸 만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다만 이렇게 윤곽만 잡으면 됩니다. 사죄 선포가 예수님의 친언일 가능성은 반쯤(?) 되지만, 예수님에 의해서 선포되었을 가능성은 전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신 그분 이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우리는 당신을 통해서 죄 용서받은 사람들임을 믿습니다. 아멘.

[레벨:5]토마스

2006.07.30 08:36:38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에 따르면, 1세기 유대적 배경에서 공식적 사죄의 기능은 희생제사의 매커니즘을 주관하는 성전당국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공식적인 통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죄사함을 선포하심으로, 당시의 성전의 권위에 직접적으로 도전한 셈입니다. 예수님의 성전 모독행위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성전 사건의 맥락에 가운데 당시 헤롯 성전을 허물면 3일 동안에 다시 세우리라고 하신 것(요 2:19) 등등, 한 두 건이 아니었겠지요. 이로 인해 예수님은 당연히 제사장 그룹인 사두개인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들에 의해 빌라도에게 넘겨져 십자가에서의 죽임을 당했습니다.

요한복음은 종말론적으로 기존의 성전의 시대가 이제 끝이 나고, 바야흐로 예수 자신께서 친히 성전이 되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역시 십자가 사건 이후 성전 휘장이 찢어진 이야기를 통해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 사도행전에서도 성전의 폐기를 선포하다가 순교한 스데반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역시 기존의 불완전한 성전제도의 폐기와 새로운 대제사장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합니다.

예수님의 죄 사함의 권세 문제를 그가 삼위일체 중 제 2위이신 하나님의 권위에 의한 죄사함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후대적인 편집의 의미에서 해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제사장 그룹인 사두개인 그룹으로부터 항상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며,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의 주된 박해자 역시 사두개인 그룹으로 나타나는, 역사적이고 실제적인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예수님과 초대교회가 지닌 반성전주의-실제로는 기존의 성전의 역할이 종말론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로 완전히 대체되었다는 새로운 신학-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한국 대형교회에서 나타나는 목회자들의 제사장주의로의 복귀현상이나, 예배당을 무조건 성전으로 부르는 무신학적인 사고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입니다.

정 목사님께서 날마다 많은 것들을 깨우쳐주심에 대해, 목사님과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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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6.07.30 23:31:13

토마스 님,
사죄선언과 성전주의의 갈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군요.
잘 배웠습니다.
오늘 설교자들, 목회자들이 성전중심, 제사장주의로 돌아가지 말고
가까이 임박한 하나님 나라에 근거해서
설교하고 복음을 전하고 교회 공동체를 꾸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 살맛 나는 세상,
하나님의 뜻이 현실화하는 그런 세상을 기다리는 재미 없이
우리가 어떻게 이 지루한 삶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가 어린아이 같은 재미와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안 되겠지만
그것 너머의 궁극적인 생명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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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8.01.20 08:33:00

"..예수님에 의해서 선포되었을 가능성은 전부입니다."에서
'전부'를 '전무'로 읽고서
한참 멍해서 다시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전무'가 아닌 '전부'더군요.
아..한 자음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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