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 서기관 (2)

조회 수 2420 추천 수 16 2006.08.04 12:43:56
2006년 8월3일 서기관 (2)

어떤 서기관들이 거기 앉아서 마음에 생각하기를 (막 2:6)

서기관은 종교 전문가들입니다. 전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꿰뚫고 있고, 현재 벌어지는 종교 현상을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이 사람들은 그 당시에 율법에 관한한 최고의 권위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 서기관 이외의 종교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그중의 한 집단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과 가장 큰 충돌을 빚은 이들로 묘사되고 있는 이들은 발군의 실력으로 율법을 실천적 삶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서 서기관들은 율법의 이론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사장들도 역시 그 당시 종교 전문가 집단이었습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유대 민중의 실제적인 삶을 지배하는 율법 전문가들이었다고 한다면 제사장들은 성전 제사의 전문가들인 셈입니다. 이들 세 집단 모두 예수님과 크고 작은 충돌을 보였다는 데서 일치합니다. 예수님을 가장 크게 오해하거나 무시한 집단이 바로 종교 전문가였다는 사실에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역시 하나님의 생명 사건을 오해하거나 더 나아가 거스르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본문의 서기관들이 나름의 신학적 전통에서 예수님의 행위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는 것은 신학적 전통이 갖고 있는 내용보다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심각하게 작용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곧 자신들이 진리에 속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의미합니다. 만약 그들에게 진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열린 자세로 신학적인 논쟁을 뜨겁게 끌어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신학적인 논쟁이라는 걸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신학은 신앙과는 별로 상관없는, 순전히 신학 전문가들에게나  소용되는 말장난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학은 기본적으로 영적 현실성과 일치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인식론적 활동입니다. 바둑과 비교한다면 신학은 정석풀이입니다. 동네바둑이나 두고 말겠다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석을 공부해야 하듯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심심풀이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신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신학공부는 신학대학교에서만 가능한 게 아닙니다. 신학공부는 신학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바둑의 정석공부도 정보가 아니라 결국은 바둑의 길에 대한 사유인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신학대학교와 상관없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신학공부를 통해서 신학적 사유에 도달할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이런 신학공부가 없는 사람은 신앙의 깊이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신학공부보다는 기도, 말씀읽기, 예배, 찬송, 봉사 같은 게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훨씬 바르고 바람직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신학과 영성은 서로 다른 영역이거나, 더 나아가서 배타적인 게 아닙니다. 신학은 이런 영적인 삶의 근거와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할 뿐만 아니라 늘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성령과 소통할 수 있는 바른 길을 제시합니다. 신학은 기본적으로 영적인 활동입니다.
말이 옆으로 많이 나갔군요. 지금 우리는 그리스도교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신앙생활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서기관처럼 자기의 작은 생각에 폐쇄된 채, 그것이 그리스도교 영성의 모든 것처럼 생각하고 생명 사건과의 조우를 기피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신앙생활의 매너리즘과 냉소주의, 또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열광주의가 우리에게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여기서 벗어날 왕도는 따로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기초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예수는 누구인가요? 그는 왜 하나님의 아들인가요? 부활의 생명은 무엇인가요? 종말은 어떻게 오나요? 모두 신학적인 주제입니다.

주님, 당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멘.

바우로

2006.08.04 20:45:12

수련회를 잘 다녀오셨는지요.
저도 이번에 성공회 성당 교우님 그리고 두 분의 신부님과 함께 가평으로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인간의 자유로운 감정과 기호를 존중하는 성공회의 특징덕분에, 무척 재미있고 행복했습니다. 아버지회 형님들과 친해져서 남자다움을 배울 수 있었고요. 목사님이 다녀오신 수련회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 목사님께서는 신학공부를 하는게 좋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공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알고 싶습니다. 자칫 얼치기가 되면 안되잖아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6.08.04 23:54:29

바우로 님,
내가 다녀온 강화도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일산두레 교회 교우들과의 말씀친교도 좋았구요.
신학공부는 따로 왕도가 없습니다.
좋은 책을 무조건 읽어야돼요.
좋은 책읽기보다 더 나은 신학공부는 없습니다.
<알림판>에 보면 추천도서가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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