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7일- 속의 생각

조회 수 2410 추천 수 38 2006.08.08 12:59:24
2006년 8월7일 속의 생각

그들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줄을 예수께서 곧 중심에 아시고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것을 마음에 생각하느냐. (막 2:8)

서기관들은 예수님의 언행을 심히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그 서기관들은 예수님의 영적인 권위에 주눅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인격, 지식, 신분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당시에 예수님에게는 다른 사람과 완전히 구별되는 어떤 영적인 카리스마가 있었을까요? 그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통치에 완전히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역시 신적인 권위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런 영적인 카리스마는 속에 내재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근거들을 신약성서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대충 다음과 같이 볼 수는 있습니다. 예수님이 군중들에 의해서 테러를 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서 유유히 빠져나갔다는 보도를 보면 외적인 카리스마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나사렛 동네 사람들이 예수님을 별로 탐탐치 않게 생각했다는 걸 보면 그걸 인정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둘째, 서기관들은 자신들의 논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발언이 무언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신성모독이라고 단정할 만한 확신이 없었겠지요. 사실 모든 전문가들에게도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전문분야까지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불안하게 생각하거나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위선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신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힘들어합니다. 일반적인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십 년이나 신앙생활을 했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모르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모르면서도 그걸 인정하기 싫어하고, 공부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겠지요.
셋째, 서기관으로 대표되는 이 종교지도들은 예수님을 제거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있는지 모릅니다.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의 특징은 이중성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적개심을 속으로 감추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에 날려버리기 위한 계략일지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숨겨진 독수리 발톱과 같다고 할는지요. 예수님이 결국 신성모독이라는 죄명으로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제한다면 이들이 속으로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가능성은 신학적으로 그렇게 정확한 건 아니라 단지 큐티 방식으로 간단하게 생각해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서기관들이 그렇게 엄중한 사건을 앞에 두고도 예수님에게 대놓고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수군거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그런 태도가 신학자로서는 떳떳한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만약 예수님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시비 걸듯이 할 필요는 없지만 그 근본에 대해서 질문해야겠지요. 이런 점에서 그들에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진리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인 것 같습니다.
요즘의 신학자들도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지 분명하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기억하기 때문일까요? 그들은 대중 설교자들이 아무리 복음을 싸구려 약처럼 팔아도 아무 소리 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값싼 복음주의가 한국교회를 아무리 농락해도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우리에게 진리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건가요?

주님, 우리에게 진리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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