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7일- 예수의 명령 (2)

조회 수 2326 추천 수 33 2006.08.17 23:15:51
2006년 8월17일 예수의 명령 (2)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하시니 (막 2:11)

예수님의 두 번째 명령은 “네 상을 들라.”입니다. 그 상은 그가 실려 왔던 들것, 곧 침대입니다. 병이 나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충분했을 텐데, 이상하게도 예수님은 침대를 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의 병이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조금 더 섬세한 시각으로 이 말씀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더구나 ‘큐티’ 공부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그 말씀을 대하는 사람의 실존적 해석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렇게 사소하게 보이는 구절을 통해서 어떤 영적인 단서를 발견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시 묻습니다. 예수님은 왜 중풍병자에게 침대를 들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이 말씀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경에 둔 것인지 모릅니다. 이 중풍병자가 실려 온 침대는 그가 집에서 사용하던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이 사람을 예수님에게 데리고 오기 위해서 일부러 들것을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만약 이 사람이 병 나은 것만 생각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단다면 그는 당장 잠잘 침대가 없겠지요. 예수님은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신 것인지 모릅니다. 조금 더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해보십시오. 이 침대는 중풍병자였던 이 사람의 집에서 가장 비싼 가구입니다. 예수님은 이 사람의 재산상의 피해도 막아주는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신앙적인 눈으로 이 말씀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중풍병자가 누웠던 침대는 바로 사람의 흔적입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 흔적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걸 기념하고 싶어 합니다. 사업가적인 순발력을 갖춘 제자가 그곳에 있었다면 이 침대를 영구보존하면서 자신들 공동체를 자랑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했겠지요. 중풍병자가 누웠다가 치유 받은 침대를 보고 싶어 할 사람들은 어디나 많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중풍병자에게 그 침대를 치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에는 가능한 특정한 사람들의 흔적이 없어야 합니다. 그들이 아무리 귀한 일을 많이 행한 사람들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교회의 중심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회 공동체는 오직 하나님의 통치만 전면으로 부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에는 사람들이 모든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일이 바로 교회의 중심 업무가 될 정도입니다.
간혹 목사 세습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들 교회의 주장은 분명합니다. 현재의 교회가 계속 발전하려면 은퇴할 목사의 아들이나 사위가 그 교회의 후임자로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교회를 아끼는 그들의 마음은 순수합니다. 그러나 교회 부흥이 모든 판단의 절대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 자체가 신앙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흔적을 지켜내려는 태도도 역시 신앙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치워야 할 침대는 무엇일까요? 그걸 제가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나님의 통치와 관련된 것이 아닌 모든 건 가능한대로 철저하게 제거되어야 합니다. 개인들이 자기 집으로 갖고 가야합니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관련된 것으로만 채워져야 합니다. 물론 하나님의 통치와 인간의 흔적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우리 인간을 통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순식간에 사람의 일을 하나님의 통치와 일치시키곤 합니다. 하나님의 통치와 인간의 흔적을 구분하려면 우리의 신학적 영성이 예민해야합니다. 다른 길을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할 수 있는 영적 감수성이 곧 신학적 영성이니까요.  

주님, 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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