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놀라움 (6)

조회 수 2741 추천 수 27 2006.08.24 23:20:37
2006년 8월24일 놀라움 (6)

그가 일어나 곧 상을 가지고 모든 사람 앞에서 나가거늘 그들이 다 놀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이르되 우리가 이런 일을 도무지 보지 못하였다 하더라. (막 2:12)

일반적으로 우리의 신앙생활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습니다. 이 말은 곧 그리스도교 신앙의 신비와 놀라움을 모르거나 잃어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두 가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냉담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 냉담한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교회생활에 게으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작은 흠집이나 비본질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합니다. 주로 그리스도교 지성인들에게 나타나는 이런 태도는 그리스도교의 표면적인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증상입니다. 예컨대 동정녀 탄생을 거론하면서 그리스도교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것은 그리스도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입니다. 동정녀 탄생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기본적인 신앙고백의 근거를 확립하기 위한 그리스도교의 역사 과정에서 나온 신화일 뿐이지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자체는 아닙니다. 모든 종교에 개입될 수밖에 없는 그런 신화를 절대적인 것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이나 그것을 근거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그리스도교의 근본을 모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냉담은 무지의 결과이며, 영적 황폐화의 원인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폐적 형태로 나타나는 열광주의입니다. 여기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삶은 표면적으로 매우 역동적인 신앙형태를 보입니다. 매일 새벽기도회를 비롯해서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교회모임에 나가고, 경제와 사회문제도 역시 교회 중심으로 운용하는 이들의 표면적인 삶만 본다면 무언가 큰 신앙적 체험과 에너지를 확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그리스도인들이 꽤나 많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앙생활은 매우 소란스럽지만 그 내면은 공허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그들이 하나님의 통치와 그 생명의 신비에 눈을 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속정신에만 철저하게 부응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세속정신에 부응한다는 말은 곧 신앙이 소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사회가 소비중심인 것처럼 오늘 우리의 신앙생활도 소비가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일단 교회생활에 투자되는 돈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어느 정도 교회에서 인정받는 그리스도인 행세를 하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순수하게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투자한 것만큼 찾아올 수 있다는 자본주의 정신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영성은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신앙은 투자와 소비의 순환이 아니라 존재의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인생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존재론적 능력 자체이십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숨을 쉬기 위해서, 특히 산소를 많이 들이마시기 위해서 애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숨을 쉴 때 산소가 아니라 질소와 탄소가 많이 들어갈까 염려한다면, 그래서 공기 분리기를 이용해서 산소만 들이마시며 살아간다면 그의 삶이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공기가 이미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인식과 통찰, 그리고 놀라움과 신뢰입니다.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우리의 영성을 소진시키지 말고, 하나님의 창조와 그의 구원행위, 그리고 그것을 증언하고 있는 성서를 놀라운 눈으로, 전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만 집중해야합니다. 이럴 때 우리의 영성이 심화되는 걸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에만 천착하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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