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8일 믿음 없는 구원?

조회 수 2776 추천 수 45 2006.11.08 07:31:45
2006년 11월8일 믿음 없는 구원?

그들의 마음이 완악함을 탄식하사 노하심으로 그들을 둘러보시고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라 하시니 내밀매 그 손이 회복되었더라. (막 3:5)

손 마른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과연 그에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어제 제가 말씀드린 그런 기독론적인 믿음이 있었는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는 예수님의 정체에 대해 알았다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마른 손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며, 조금 더 나아가서 예수님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믿었을지 모릅니다. 아니 믿고 싶었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그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 행위에서 예수님의 정체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그런 믿음 없이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말은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구원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가능한 사건이라는 말은 동시에 우리의 믿음에 의해서도 좌우되지 않는 사건이라는 뜻입니다. 구원 사건에서 우리의 믿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님의 행위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의 믿음 유무를 뛰어넘어서 구원을 행사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독론적 믿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미 알고 믿었기 때문에 그 믿음이 바로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원은 우리의 믿음에 의존하거나 한정되는 게 아니라 훨씬 보편적인 하나님의 사건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구원의 보편성, 더 나아가서 만인구원의 가능성까지 우리는 열어놓아야 합니다. 믿음이 없어도 손을 내밀기만 한다면 하나님은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사람을 구원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벨:1]똑소리

2006.11.08 14:48:31

"구원의 보편성, 더 나아가서 만인구원의 가능성까지 우리는 열어놓아야 합니다."

위의 글을 읽다보니 칼라너의 익명의 그리스도인 개념이 생각나는군요.
과거 카톨릭의 신학의 구원론이 교회중심적 배타주의였다면
칼라너의 신학사상이 제2바티칸 공의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카톨릭 신학이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해 훨씬 더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급선회했다고 하더군요.
오늘의 카톨릭 교회가 과거의 신학적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교회밖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보편적 구원의지와 은총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개신교 신학의 방향은 어디로 진행되고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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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6.11.08 23:13:43

칼 라너의 익명의 그리스도인 개념을 알고 있군요.
2차 바티칸 공의회 까지요.
그렇습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독점하지 못합니다.
"누가 하늘을 독점할 있는가?"라는 고진하 목사의 말처럼
그 어떤 누구도 하나님을 독점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기독교는 유대교의 전통에 근거해서
역사의 예수 그리스도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종말론적 구원 사건을
하나님의 계시로 믿고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것에 충실하면 됩니다.
이런 기독론적인 신앙과
보편적인 구원의 가능성은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이 옳다는 말도 아닙니다.
예수 사건 안에 바르게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예수가 바로 구원의 유일한 길이라는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타종교를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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