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7일 안식일 (3)

조회 수 2229 추천 수 38 2006.10.07 23:02:16
2006년 10월7일 안식일 (3)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말하되 보시오 저들이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까. (막 2:24)

안식일의 기본 개념은 악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쉼’입니다. 이 말은 곧 인간이 쉴 줄을 모른다는 뜻이겠지요. 쉬지 못하는 이유는 실낙원 이후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노동을 통해서만 유지된다는 사실에 놓여 있습니다. 에덴동산에서는 기초적인 생존 조건들이 보장되었지만 실낙원에서는 아무 것도 보장된 것이 없었습니다. 이런 궁극적인 생존의 문제는 인간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차원이니까 접어두어야 합니다. 대신 생존이 아니라 부의 축적을 위해서 인간을 악한 노동으로 몰아넣는 사회구조는 풀어나가야겠지요. 유대인들에게는 그것의 일환이 바로 안식일 법이었습니다.
오늘 소위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이런 안식일 개념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무한의 경쟁 구도를 통한 생산성 제고를 절대 가치로 삼는 신자유주의는 인간이 더불어서 생존해 나가는 삶의 구도가 아니라 부의 축적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체제 아래서는 모든 게 경쟁과 대립입니다. 대학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습니다. 실낙원의 현실에서 경쟁을 완전히 일소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작동원리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참된 쉼의 토대를 허물어버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反)구원론적 행태입니다.
오늘 우리가 꾸리고 있는 이 사회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쉼이 없습니다.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휴가와 여가활동도 쉼이라기보다는 악한 노동의 변형에 불과합니다. 무언가를 생산하지 않거나 지배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쉼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마저 쉼을 게으름으로 다그치고 있으니, 이 세상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교회는 생명과 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바우로

2006.10.07 23:36:18

정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주일(主日)의 주인인 예수님도 쉬실때는 쉬셨는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주일에 제대로 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출석하는 성공회 부평교회는 오후에는 교우들끼리 축구모임을 갖는다거나 해서 제대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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