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93) 8:47

하나님께 속한 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나니 너희가 듣지 아니함은 하나님께 속하지 아니하였음이로다

 

진리 말씀은 진리에 속한 자에게 들린다. 생명은 생명에 속한 자에게 보이고 경험된다. 예수는 진리인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이 말씀이 아무에게나 들리는 게 아니다. 마음이 온통 자신에게 기울어진 사람에게 이 말씀은 헛소리다. 설교도 아무에게나 들리는 게 아니다. 자기 귀에 들리는 설교, 그게 바로 자기의 영적인 수준이다. 시도 그렇다. 시에 마음의 귀를 연 사람에게나 시가 들린다. 아래는 함민복 시인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에 실린 감나무라는 시의 전문이다. 이 시가 들리는지 시험해보자. 감나무를 직접 보지 못했거나 보더라도 스쳐 지나간 사람은 이 시의 맛을 모를 것이다. 감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든다.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깊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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