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70) 8:19

너희는 나를 알지 못하고 내 아버지도 알지 못하는도다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라.

 

아버지의 증언이라는 예수의 확신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친밀하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런 사태를 요 8:19절은 안다.’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안다는 말은 단순히 정보로 안다는 게 아니라 궁극적인 차원에서 일치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안다.’라는 말을 몇 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게 좋겠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하나님 신앙이 깊어지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하는 분들은 소리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려고 성대가 찢어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수고를 거친다고 해서 모두가 득음(得音)하는 건 아니다. 보통은 소리를 잘하는 정도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소리를 얻는 단계에 들어간다. 득음의 단계에 들어가면 그제야 소리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소리의 세계에 들어가서 소리와 일체를 이룬 것이다. 동양의 선승 전통에서는 화두를 잡는 공부가 중요하다. ‘나는 어디서 왔나?’라거나 존재하는 것들은 왜 존재하고 무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생각의 깊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가 어느 순간에 세상의 모든 이치를 뚫어볼 수 있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런 큰 깨달음을 가리켜서 돈오(頓悟)라고 한다. 그제야 그들은 세상을 안다고, 또는 본다고 말한다. 그림의 세계에서도 이런 경험이 가능하고, 심지어 바둑의 세계에서도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

제자들과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야말로 하나님을 실질적으로 아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예수는 하나님과 본질이 같으며, 예수를 아는 것이 곧 하나님을 아는 것이라고 믿었다. 제자들과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인식과 경험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매우 복잡한 이야기가 된다. 그 모든 복잡한 이야기의 압축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다. 말하자면 제자들은 예수에게서 하나님에게만 가능한 생명 구원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유대인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일어날 수 없었다. 그들은 예수도 몰랐고, 따라서 하나님도 몰랐다는 말이 된다. 제자들과 유대인들 사이의 논쟁은 불가피했다. 요한복음은 이런 논쟁을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연의 과정으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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