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62) 12:28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예수의 짧은 기도는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시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라는 주기도의 첫 구절을 연상시킨다.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한다거나 거룩하게 한다는 말은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하나님의 뜻이 온전하게 드러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뜻은 인간 구원이다. 본문의 문맥으로 볼 때 예수의 죽음이 인간 구원의 완성이라는 뜻이다. 요한복음 공동체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이유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인간이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들었던 내용이지만 세속의 물결이 범람하는 오늘날 그걸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 신앙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면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하나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관점이다. 예수의 하나님 인식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아버지는 자녀를 책임지는 존재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행동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자신들을 책임지는 존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안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식할 때 우리는 삶을 위축하거나 파괴하는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지키는 아버지로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일상에서 세밀하게, 그리고 실질적으로 알고 느끼고 경험하는 과정이 바로 기독교 영성이 아니겠는가.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 사건에서 실현되었다는 관점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앞에서 제시된 첫 관점과 직결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바울이 고전 13장에서 노래한 사랑 예찬은 실제로 우리 삶의 능력이다. -뤽 낭시는 사랑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사랑은 타인을 통해서 자신이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책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이영선 옮김, 갈무리 출판사)에서 한 대목을 인용하겠다.

 

신은 그저 누군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그가 사랑이라고 한다면, ‘사랑이란 어떤 사람이 누군가와 맺는 유일한 관계,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과 같은 관계를 말합니다. 그것은 유희의 관계도, 단지 호감을 갖는 관계도 아닙니다. ‘너는 나를 기쁘게 하고, 나는 너를 기쁘게 해’, 이런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랑은 타인을 통해서 절대적인 유일함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하죠. 부모는 아이들이 예쁘기 때문에, 착하기 때문에, 또는 호감이 가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세계로 왔을 때, 아직 그런 장점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그들을 사랑합니다(30,31).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거칠게 말해서 지금 나의 인격, 나의 심리, 나의 몸, 내 인생은 다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는 뜻이다. 이런 인식을 통해서 생명을 충만하게 누릴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이 영광스러워진다는 저 고백을 나의 고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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