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4)

조회 수 1297 추천 수 0 2019.01.25 21:47:03

해안 드라이브

아침 열시 좀 넘어서 일곱 사람이 소풍 가는 기분으로 카니발에 올라탔다. 목표는 목포다. 내가 역시 운전대를 잡았고, 조수석에는 김정관 집사가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기에 정 장로를 밀어내고 앉았다. 바로 뒷자리에 세 명, 다음 자리에 두 명이 앉았다. 승객 숫자가 늘어나니 차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럴 때는 운전 기술이 특별히 더 요구된다. 사실 운전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다. 인문학적 소양도 요구된다. 인간 세상에서 예술 아닌 것이 무엇이랴. 베테랑 운전자는 급발진과 급제동과 급회전을 하지 않는다. 승객들이 방안 의자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운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종합적인 판단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이 자리에 말하지 않겠다. 이틀 동안 내 운전 실력을 경험한 이들이 모두 칭찬했다는 것만 밝혀둔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탈 생각을 나는 했는데, 김 집사는 다른 쪽으로 안내했다. ‘톱머리해수욕장을 들러서 가잔다. 무안국제공한 끄트머리에 자리한 해수욕장이다. 역삼각형 모형의 아래 모서리를 생각하면 된다. 역삼각형 왼편과 오른편은 바다다. 톱머리해수욕장에서 5시 방향으로 둑을 만들어서 무안CC로 빨리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오른쪽 바닷물은, 우리가 가는 방향에서 보면 왼쪽 바닷물은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었다. 일종의 간척 사업과 비슷한 작업이다. 바닷물이 담수호가 되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변하기에는 너무 넓어보였다. 무안국제 공항은 남북으로 곧장 뻗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비행장이라고 한다. 해방 후에 사람들이 활주로 근처에서 집을 짓고 농사도 지었는데, 공항을 다시 열면서 모든 농사꾼들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활주로와 평행선으로 뻗은 해안로가 절경이었다. 일 년 반 전에 대구샘터교회 정 집사 내외와 김 집사 내외가 왔을 때도 이곳을 들렀다고 한다. 절경이라 그런지 돈 있는 연예계 인사들이 지은 별장도 눈에 뜨이고 콘도도 여러 채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편으로는 바다, 왼편으로는 작은 산과 밭으로 이루어진 해안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남도 해안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흠뻑 들이킬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겨울여행은 만족스러웠다. 이 장면에서 다시 내 운전 자랑을 한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해안로를 운전하는데도, 승용차보다 승차감이 훨씬 떨어지는 카니발 승합차를 탔는데도 승객들이 불편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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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머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전라도 해안은 늘 섬들이 앞을 막고 있어서 바다가 호수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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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머리 해수욕장의 팬션이다. 여름 한철을 여기서 묶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 아니겠는가.


유달산

목포대학교 앞을 거쳐 다시 신안비치호텔이 있는 해안로로 들어서서 조금 가다가 목포대교가 보이는 적당한 자리에 차를 세웠다.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여객선이 목포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5시간 항해 끝에 제주도에 도착한다. 그 앞으로 여러 섬들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인터넷 지도로 나중에 확인해보니 구례도, 용출도, 율도, 우도, 장좌도 맥도, 달리도, 고하도 등등이다. 이 섬들 너머의 섬들은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유달산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중에 목포근대역사관도 눈에 들어왔으나 들릴 시간은 없었다. 이순신 장군이 이엉을 둘레에 쌓아올려 식량이 많은 것처럼 왜구들의 눈을 속였다 해서 이름이 노적봉이 된 봉우리 바로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맞은 편 유달산을 천천히 올라갔다. 정상까지는 못가고 목포시를 전망하기 좋은 곳까지다.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목포시는 아기자기한 게 그림처럼 예뻤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일본인들이 자리를 잡았고, 외국 선교사들도 목포를 통해서 전리도지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경상도는 부산으로, 전라도는 목포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유달산 언저리를 여러 번 오갔다. 삼학도(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당일은 휴관)에 들렸다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을 찾는 과정이 유달산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나주 곰탕집에서 으로 곰탕을 먹었다. 각자 낸 회비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정 장로가, 더 정확하게는 정 장로 부인인 김 집사가 바람을 잡아서, 점심을 냈다. 우리는 유달산 바위가 올려다 보이는 아담한 식당에 들어가 여자 넷이 한 테이블, 남자 셋이 한 테이블에 앉아 따끈하고 구수한 곰탕으로 배를 채웠다. 점심을 먹고 내 아이디어로 인근을 20분가량 산책했다. 산책 중에도 김정관 집사는 나무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었다. 동백나무와 아기동백나무가 어떻게 다른지도 배웠고, 금송을 실물로 확인했다. 유달산 풍광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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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가 그렇게 역사 깊은 도시인 줄 미처 몰랐다. 신안비치 호텔에서 3백미터 거리에 있는  전망을 겸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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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목포대교가 보인다. 여기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을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여객선을 타본지 너무 오래 되었다. 불원간 한번 타보고 싶다. 부산에서 일본 가는 여객선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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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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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마을이다. 아래는 각도만 다르게 잡은 마을 풍경이다. 요즘 손혜원 의원 문제로 떠들썩한 장소가 저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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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중간에 있는 팔각정에서 사진 찍기에 바쁜 여성교우들이다. 10년이나 20년 쯤 지나면 이런 시절이 따뜻하고 달콤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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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이다. 바위 모습이 어떤 이의 옆얼굴로 보인다. 눈과 코와 입이 뚜렷이 보인다. 턱 수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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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인근의 선구 가게다. 종류가 가지가지다. 이렇게 우리 일곱 사람은 잠시나마 목포시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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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19.01.26 14:14:35

극도의 공포 상황이 되면, 불편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음.

다량으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동반된 식은 땀이 흐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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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9.01.26 18:53:00

공포 같은 거는 전혀 없었는데요.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레벨:17]홍새로

2019.01.26 14:41:06

목사님~!! 사진도 예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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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9.01.26 18:53:49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예술처럼 보이기에

그걸 따라가면 사진도 예술적으로 찍히나 봅니다. ㅎㅎ

[레벨:13]쿠키

2019.01.27 04:31:37

목사님, 나이도 나이 나름입니다~ ㅎㅎ

[레벨:17]시골뜨기

2019.01.26 16:30:31

목포에 서너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사진을 보니 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목포대교는 전에 못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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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9.01.26 18:56:16

시골뜨기 님이 동행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인근 섬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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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Nomad

2019.01.26 18:43:07

호기심을 워낙 자극하셔서 언젠가 넉넉하게 시간을 내어서 여유롭게 드라이버를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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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9.01.26 18:58:16

가족과 함께 가도 좋고, 교우들과 함께 가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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