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53) 7:23

모세의 율법을 범하지 아니하려고 사람이 안식일에도 할례를 받는 일이 있거든 내가 안식일에 사람의 전신을 건전하게 한 것으로 너희가 내게 노여워하느냐?

 

유대인들에게는 할례도 중요했고, 안식일도 중요했다. 두 가지 규정 모두 그들이 하나님과의 약속에 근거를 둔 민족이라는 증거였다. 그들은 이 두 규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자신들의 삶 자체로 여겼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 규범이었다. 문제는 이 두 규범이 상호 충돌한다는 사실이다. 할례받아야 할 날이 안식일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할례를 강행하면 안식일을 범하는 일이 되고, 할례를 안식일 다음 날로 미루면 할례 규정을 범하는 것이다. 안식일에도 할례가 보편적으로 실행된 걸 보면 유대인들은 할례를 안식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거나 할례 문제에서만은 안식일에 아이의 몸에 칼을 대도 그것이 안식일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아니라는 관례가 정립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독교 신앙에서도 서로 충돌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하나님의 사랑과 심판은 충돌한다. 하나님의 사랑이 무한하다면 모든 사람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으며, 용서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성경은 하나님의 심판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심판은 사랑의 심판이라고 우리가 말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사랑과 심판의 충돌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예수의 신성과 인성도 충돌한다. 예수의 본질이 신이라고 한다면 그는 인간적인 고통도 느끼지 말아야 하고, 신적인 능력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 기독교인 중에서 영지주의에 속한 어떤 이들은 예수의 인성을 극단적으로 부정했다. 예수가 인간과 똑같은 몸으로 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가현설(docetism)이라 한다. 초기 기독교는 이들을 이단으로 축출했다.

기독교 신앙에서 서로 충돌하는 문제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걸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규정과 개념들은 전체가 아니라 그 전체에 속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분은 서로 모순되거나 충돌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사랑이라는 표현도 맞고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표현도 맞다. 이런 충돌하는 표현이 전체를 가리키는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는 중이다. 그 과정이 곧 신학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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