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117- 애벌레

조회 수 909 추천 수 0 2022.08.12 08:32:40

() 117- 애벌레

장마를 거치면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사과나무 한쪽이 말라비틀어졌다.

자세히 보니 애벌레가 잔뜩 엉겨 있었다.

한두 마리는 가끔 봤지만

무더기로 모여서 잎을 갉아 먹는 광경은 처음이다.

이름하여 매미나방애벌레.

저놈들이 나중에 매미나방이 된다.

작년에는 흰가루병이 난리를 치더니

올해는 고추 벌레와 애벌레가 난리다.

내가 게으른 탓이다.

저런 애벌레가 자칫 징그러워 보이겠으나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 나름 예쁘다.

예쁨의 기준이 각자 달라서

무조건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저놈들도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건 분명하다.

미안한 마음으로 저 친구들을

모조리 떼어내서 땅에 묻었다.

애벌레(일명 송충이?)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아래 사진을 패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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