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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08- 독한사전
내 서재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조용히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독한사전’이다. 지금은 독일어로 된 책을 별로 읽지 않기도 하고 인터넷 사전이 편리해서 저 한독사전을 손에 드는 일이 거의 없다. 한때는 내 손을 떠나지 않던 친구다. 1983년 독일에 갈 때부터 짧은 유학을 끝내고 돌아와서 몇 권 독일어 신학책을 번역할 때도 늘 내 곁을 지켰다. 내 분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손에 들면 무게감이 느껴지고 감촉도 좋다. 다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글자 폰트가 너무 잘아서 이제는 읽으려고 해도 읽을 수가 없다. 안경을 써도 시원치 않다. 저런 글씨를 50대 초반까지만 해도 안경 없이 읽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날을 잡아 화장하듯이 한 장씩 뜯어서 불에 살라야겠다. 잘 가라. 언젠가 나도 따라가마.
언젠가 나도 따라가마.. 마지막 귀절이 슬프네요..^^
저도 화장 시킬 것들을 좀 찾아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