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31) 6:53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위 구절에서는 예수의 호칭이 인자로 나온다. 인자는 직역으로 사람의 아들(son of men)이라는 뜻이다. 예수에 대한 호칭은 여러 가지다.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그리스도, 다윗의 자손, 선한 목자, 큰 대제사장, 심판자 등등이다. 그중의 하나가 인자다. 성경 시대 사람들과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렀다는 말은 예수를 경험한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서 예수에 대한 성격 규정이 달랐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 어떤 사람을 목사, 교수, 저술가, 신학자로 부르는 경우와 비슷하다. 예수라는 인격체는 하나지만 그에 대한 경험은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다. 구약성경에도 하나님에 대한 호칭은 여럿이다. , 엘로힘, 엘 샤다니, 야웨, 아도나이 등등이다.

인자는 유대 묵시문학 전통에서 온 호칭이다. 앞에서도 짚었지만, 묵시문학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심판하고 새로운 세상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고쳐서 쓸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심판할 자를 가리켜 그들은 인자라고 불렀다. 요한복음 기자가 예수를 인자라고 부른 이유는 예수가 세상을 심판할 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로마 제국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지 않았고, 굴복하지도 않았다. 로마 제국도 역시 예수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각이 과연 타당한가? 현실을 부정하는 열광주의자는 아닐까?

예수가 로마 제국을 심판하는 방식은 칼과 창이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로마 제국이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예수가 심판자라는 말은 예수를 통해서만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다. 예수가 마술적인 힘으로 로마 제국을 제압하는 게 아니다. 정치와 경제도 궁극적으로 생명을 얻으려는 노력인데, 예수가 생명을 준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로마 문명이 심판을 받는 것이다. 기독교 복음은 결코 공격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승리는 예수와의 관계에서 생명이 완성된다는 신앙고백에 근거한 것이지 무력으로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욕망이 아니다. 그래서 본문은 인자의 살을 먹고 인자의 피를 마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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