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79) 요 8:32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 발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의 하나가 요 8:32절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진리는 곧 자유다. 진리를 알아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 거꾸로 자유롭지 않다는 말은 진리를 모른다는 증거다. 진리는 헬라어 ‘알레테이아’의 번역이다. 이 단어는 망각이나 은폐라는 의미의 ‘레테’에 결여, 부정, 박탈의 기능인 접두사 a가 합성된 단어다. 탈(脫)은폐라는 의미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진리의 원체험은 은폐나 가상을 부수고 원래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세계는 아직 그 실체를 다 드러내지 않았다. 우주 물리적인 세계만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성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법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를 다 아는 게 아니다. 진리는 그것이 드러나는 사건이다.

그리스어 알레테이아는 기독교의 종말론과도 닿아있다. 기독교의 인식론은 종말론적이다. 현재 우리는 모든 것을 부분적으로만 안다. 전체를 알려면 종말을 기다려야 한다(고전 13:9,10절). 종말은 전체가 다 드러나는 순간이기에 그때부터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이를 가리켜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한다. 요한계시록은 그 새로운 세상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 거룩한 환상이야말로 오늘의 어두운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영적 능력이다.

요한복음이 말하는 진리는 당연히 예수다. 예수가 진리인 이유는 예수를 통해서 세상의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이 기록되던 당시에 교회 밖의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저 사람들은 정신 나갔어.’라고 했을지 모른다. 예수를 통해서 어떻게 세상이 탈은폐한다는 말인가? 반복해서 요한복음이 이에 관해서 말한다. 예수에게서 생명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그 대답이다. 세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명 완성이기에 예수를 통해서 생명이 완성되었다면 세상의 목표가 예수를 통해서 성취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유를 얻는다. 이건 그렇게 복잡한 논리가 아니다.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이 완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중간에 그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저앉지 않는다. 중간 과정에서 이미 자유로운 것이다. 우리 인생이 예수를 통해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사람은 죄와 죽음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진술은 예수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진술과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면 예수로 구원을 얻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