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53) 11:43

나사로야 나오라

 

예수는 큰소리로 외쳤다. “나사로야 나오라.” 초상집에 있던 사람 중에 아무로 예상하지 못한 퍼포먼스를 예수가 펼친 셈이다. 나는 앞 구절을 설명하면서 죽었던 나사로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 자체가 여기서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그 집에서 일어났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요한복음 외의 공관복음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당시 기독교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요한복음 기자는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었던 예수에게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생각으로 어디서 전해 들은 전승을 이 대목에 끌어들였는지 모른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고대 근동 지역에서 흔했을 것이다. 우리는 성경 해석의 어려움을 피하기 어렵다. 어려울 때는 그냥 묻어두고 지나가는 게 지혜롭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서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예수의 이 발언을 영적인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 요한복음이 기록된 시대 기독교인들의 실존은 캄캄한 동굴 안에 갇힌 운명과 같았다. 흔한 표현으로 풍전등화의 운명이었다. 당시의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기독교는 유대교의 아류가 되든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웠다. 예수 신앙의 동력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기독교인들에게 나사로야 나오라.”라는 발언은 생명의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예수를 생명으로 믿는 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과 절망의 어두움에서 안식과 희망의 빛으로 나와야 한다.

오늘 우리 개인 기독교인들에게도 이 말씀은 큰 위로다. 시체들이 누워있는 무덤 같은 세상을 우리는 산다. 빈익빈 부익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다. 스마트 폰이 대중화한 뒤로 사람들은 주변을 살피지 않게 되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스마튼 폰 화면에 얼굴을 파묻는다. 앞에 앉은 사람이 얼마나 피곤해하는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강 물이 얼었는지 아닌지도 관심이 없다. 중천에 뜬 보름달을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핏 눈에 들어와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무덤 속의 시체처럼, 또는 좀비처럼 사는 게 아닐는지. 나 자신부터 “나사로야 나오라.”라는 예수의 외침을 영혼 충만하게 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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