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289) 13:27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

 

요한복음 기자는 27(a)절에서 빵 한 조각을 받아든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갔다고 묘사한다. 이미 예수를 배신하기로 작정했던 유다가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뜻이다. 예수는 유다에게 이른다.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 선문답처럼 들린다. 28절에 따르면 그 식탁에 앉은 제자 중에서 예수의 발언이 무슨 뜻인지 아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이어서 29절에 따르면 유월절 축제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라거나 가난한 자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말로 생각한 제자들이 있었다. 이 대목이 독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예수는 빵 한 조각을 포도주에 적셔서 주는 제자가 당신을 팔 것이라고 말한 뒤에 유다에게 빵 조각을 주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유다가 배신자라는 사실을 당연히 눈치챘어야만 한다.

여기에 두 가지 해석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당시 사람들은 텍스트를 대할 때 논리적인 모호성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룟 유다가 예수를 유대교 권력자들에게 넘겨줄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이기에 맥락의 비약은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이다. 다른 하나는 원래 다른 전승이 하나로 편집되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수가 유다에게 빵 한 조각을 주었다는 것은 제자들과 함께 나눈 유월절 만찬 의식 전승을 가리키고,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갔다는 것은 유다의 배신 전승에 속한다. 본래 다른 전승이 요한복음에 한 묶음으로 처리된 것이다.

공관복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유월절 만찬 서사가 이 요한복음에서는 흔적으로만 나온다. 그 흔적이 유다에게 빵 한 조각을 준 것이다. 공관복음에는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면서 이것은 내 몸이라.”(14:22, 26:26, 22:19)라는 언급이 나오지만, 요한복음에는 그런 언급 자체가 없다. 이 중요한 언급을 요한복음이 생략했을 뿐만 아니라 유월절 식사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한 이유는 나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으니 각자가 생각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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