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333)- 존재의 신비

조회 수 951 추천 수 0 2024.10.02 18:57:47

나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집을 한바퀴씩 돈다. 텃밭에서 자라는 무와 배추를 돌보기도 하고,

뒷마당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줍기도 하고, 그냥 좁은 뒤꼍을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대로 본다.

오늘 뒤꼍을 도는데 잡풀 더미에서 갑자가 새로운 색깔이 확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보라색 꽃이다.

아마 잘 알려진 꽃이겠지만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을 거 같다.

10.2.1.jpg

왼편에 어떤 '날것'이 꽃에 정신을 팔고 있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이 순간에 저 '날것'은 무슨 이유로

향기도 없는 저 꽃에 집중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름답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아름답다.

2024년 10월2일 늦은 오후에 저런 색깔로 피어 있는 꽃이나 그 꽃과 하나가 되려는 '날것'이나 

모두 존재의 신비 자체다. 이 순간에 왜 저런 형태를 이룰 수밖에 없는지를 누가 계산해낼 수 있겠나.

누가 예상할 수 있었나. 욥이 자신의 무지를 고백한 이유가 바로 존재의 신비를 깨닫게 된 데에 있었다.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서도 늘 아득한 존재의 신비를 만난다. 

10.1.2.jpg


profile

[레벨:43]웃겨

2024.10.02 22:44:16

소소항 일상에서 만나는 존재의 신비...!

저도 오늘 마당에 서서 햇살을 받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렁거렸는데

존재의 신비로움 때문이었나봅니다.

햇볕이 부쩍 옅어졌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4.10.04 21:56:47

햇살 한줌만으로 가슴이 설레일 수 있다면, 뭣이 부럽겠습니까.

profile

[레벨:30]최용우

2024.10.03 14:18:54

와.. 세상에, 곤드레 만드레 할때 그 곤드레꽃이에요. 어떻게 곤드레꽃이 목사님 마당에 있지요? 

언듯 보면 '엉겅퀴'같은데 맞아요 엉겅퀴인데 '고려 엉겅퀴'라고 우리나라 토종입니다  그래도 '곤드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르죠. 일반 엉겅퀴 보다 조금 작고 나중에 노파가 하얀 머리를 풀에 헤치는 것처럼 하얀 포자가 퍼집니다. 

목사님 마당에는 별게 다 있네요.  아득한 존재의 신비가 맞네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4.10.04 21:59:51

최용우 님은 대단하네요. 저꽃 이름을 밝혀내다니요.

지난 봄에 심은 나물 이름을 확인해보니 곤드레가 있네요. ㅎㅎ

온갖것들이 지저분하게 자라서 실제로 곤드레잎을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제 아내가 저런 것에 너무 관심이 없답니다. 

나도 흉내만 내고 마음과 시간을 많이 제공하지 않으니 

저 친구들이 푸대접을 받는 거지요.

그런데 갑자기 저런 꽃을 피우다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6577 원당일기(365)- 바람역 updatefile [2] 2024-12-13 106
6576 원당일기(364)- 사사기 9:8-15 [2] 2024-12-12 130
6575 원당일기(363)- 에스프레소 file 2024-12-10 139
6574 원당일기(362)- 대림절 2주 2024-12-09 110
6573 원당일기(361)- 부동전 교체 file [4] 2024-12-03 252
6572 원당일기(360)- 마을회관 file [5] 2024-11-29 366
6571 원당일기(359)- 텃밭 늘리기 file [4] 2024-11-27 272
6570 원당일기(358)- 겨울비 file [2] 2024-11-26 237
6569 원당일기(357)- 겨울 준비 file 2024-11-25 164
6568 원당일기(356)- 늙음 2024-11-22 292
6567 원당일기(355)- 외식 file [2] 2024-11-20 297
6566 원당일기(354)- 봄꽃 file [2] 2024-11-18 275
6565 원당일기(353)- 알아맞추기 file [5] 2024-11-14 401
6564 원당일기(352)- 눈 [2] 2024-11-13 308
6563 원당일기(351)- 예기치 못한 기쁨 file [2] 2024-11-11 403
6562 원당일기(350)- 까치밥 file [5] 2024-11-08 446
6561 원당일기(349)- 바느질 file [2] 2024-11-06 407
6560 원당일기(348)- 4시간의 자유 [2] 2024-11-04 577
6559 원당일기(347)- 가을비 2024-11-01 543
6558 원당일기(346)- 쏘다니기 file [4] 2024-10-30 705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