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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집을 한바퀴씩 돈다. 텃밭에서 자라는 무와 배추를 돌보기도 하고,
뒷마당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줍기도 하고, 그냥 좁은 뒤꼍을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대로 본다.
오늘 뒤꼍을 도는데 잡풀 더미에서 갑자가 새로운 색깔이 확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보라색 꽃이다.
아마 잘 알려진 꽃이겠지만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을 거 같다.
왼편에 어떤 '날것'이 꽃에 정신을 팔고 있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이 순간에 저 '날것'은 무슨 이유로
향기도 없는 저 꽃에 집중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름답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아름답다.
2024년 10월2일 늦은 오후에 저런 색깔로 피어 있는 꽃이나 그 꽃과 하나가 되려는 '날것'이나
모두 존재의 신비 자체다. 이 순간에 왜 저런 형태를 이룰 수밖에 없는지를 누가 계산해낼 수 있겠나.
누가 예상할 수 있었나. 욥이 자신의 무지를 고백한 이유가 바로 존재의 신비를 깨닫게 된 데에 있었다.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서도 늘 아득한 존재의 신비를 만난다.
소소항 일상에서 만나는 존재의 신비...!
저도 오늘 마당에 서서 햇살을 받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렁거렸는데
존재의 신비로움 때문이었나봅니다.
햇볕이 부쩍 옅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