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권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전무후무한 대형집회를 계획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교단 총회가 집회 참석을 가결했다.
제목이 <1027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이다.
집회 목적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인데,
그중에서도 동성혼 합헌 반대다.
일부 국회의원이 법을 발의하는 중이고
일정 숫자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국회 통과 절차를 거칠 수 있다.
갈 길이 요원하다.
기독교가 굳이 나서서 이런 집회를 열지 않아도
그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가 알기로 이전에도 여러 번 발의되었으나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의 십자가를 근본으로 하는 기독교가
성 소수자들을 보호하려는 법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패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몇몇 사례를 근거로
역차별 운운하는 것도 유치한 주장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대형집회’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가장 전형적인 기독교 제국주의적 행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대형집회를 열기 전에 우선 금식기도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든지,
사실혼 동성 동반자에게 건강 보험 피부양 자격을 허락한 법원에 대해서
그리스도인 법 전문가들을 내세워 그 잘못을 논리적으로 따지든지,
기독교 내부에서 이를 주제로 먼저 충분한 토론회를 거치든지,
동성애자들을 불러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든지,
뭔가 이 문제로 고민한다는 몸짓이라도 보여줘야 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빈부 격차는 더 심해지고
남북 관계는 더 어려워지고
국내 정치 상황은 더 극단으로 흘러가고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며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마당에
아직 결정도 되지 않는 동성 합헌으로 인한 가정 붕괴를 염려한다는 이유로
이런 대형집회를 서울 한복판에서 열 때인가.
2천년대 들어서서 기독교인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이, 또는 '멘붕'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집회를 만들어내는 동력인지 모르겠다.
목사님.
옳고 그름을 뛰어넘어, 이런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주시니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안타깝지만, 한국교회에 지도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할 능력이 과연 있는 걸까요?
중세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던 이들을 탄압했듯이,
현대교회는 여전히 진화론을 주장하는 자들을 탄압하지 않습니까?
'기득권'에 있어서 어쩌면 저리도 서로가 한결같은지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