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 주일에 진행되는 이벤트처럼
11월 첫째 주일인 어제 나는 서울 샘터교회를 방문했다.
다샘교회 예배 후 한 교우가 동대구역까지 데려다주면
동대구에서 서울역까지 KTX를 타고 가서,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으로 대방역까지 간다.
올 때는 서울 샘터 교우가 서울역까지 데려다주면
거기서 KTX를 타고 경주역까지 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다.
기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략 왕복 4시간이다.
그 시간은 완전한 자유다.
집에서는 가족을 챙겨야 하니까
이런 완전한 자유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어제는 4시간 동안 주로 새롭게 구상하는 책에 담을 대충의 내용을,
일단 가제 <교회 구원>인데,
설교 원고를 출력한 A4 6장 이면지에 적었다.
중간 잠시 졸기는 했으나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12월 말까지는 기차 안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자투리 시간에도 이 작업에 치중한 생각이다.
여러 생각의 조각이 어느 정도 모이면
본격적인 집필은 내년 초부터 시작한다.
경주역에 내리는 시간이 밤 10시 가깝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내리는 승객도 많지 않고
대합실도 썰렁한 편이다.
겨울철이 되면 더 썰렁하다.
대개의 승객은 자기 차를 타려고 주차장으로 가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택시 주차장으로 간다.
이번에도 내가 첫 손님이다.
기사-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
나- 안녕하세요. 영천 북안쪽으로 가주세요.
기사- 그쪽은 가봐서 잘 압니다.
나- 그래도 주소를 내비에 찍는 게 좋을 겁니다. 대원당길 111이요.
기사- 잠깐만요. ‘대원당길’, ‘백십일’, .. 나오는군요.
나-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말고 적당히 달려주세요.
(대답이 없다. 알아들었다는 건지, 까다로운 손님이라고 불편하다는 건지, 속도를 내지 않으면 돈벌이가 안 되니 어쩔 수 없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너무 빨리 달리면 제가 어지러워서요.’라고 보태려다가 그만두었다. 다행히 이 기사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린다. 앞서의 기사들은 우리 동네까지 신호등 하나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보통 120킬로미터 속도를 낸다. 100킬로는 아주 쾌적한 속도다.)
나- (자동차 전용도로 끝나는 지점에서 기사가 잠깐 멈칫하기에) 50미터 더 가서 우회전합니다.
기사- (우리 동네로 들어오자) 여기 한번 와 봤습니다. 저기 절까지 왔습니다.(사투리를 쓰기는 하는데, 정확한 워딩을 내가 옮기지 못한다.)
나- 아, 그렇군요. 바로 저기 바로 앞 광장 버스 회차로에서 세워주시고 돌아가세요. 우리집 앞까지 가려면 골목이 너무 좁아서 돌아 나오기가 힘듭니다.
기사- 네.
나- 여기 카드 있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30,190원이 찍혔다. 택시에 따라서 가격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이번에는 액수가 조금 내려갔다. 백 팩을 다시 짊어지고 쥐죽은 듯이 잠잠한 골목길을 돌아 외등이 켜진 우리 집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제까지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갈지는 모르겠으나 체력이 닿는 데까지 즐겁게 다녀볼 생각이다. 4시간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참 좋네요. 저는 차 안에서 책이든 핸드폰이든 뭐든 글씨를 보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자거나 자는 척 하거나 인데...
이오 이현주 목사님은 옛날 삼척에서 목회를 하실 때 삼척과 서울이 8시간 거리인데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 오가며 차 안에서 '헤셀'시리이즈 8권을 를 번역하셨다고 합니다.
두꺼운 책 8권이나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오두막 일기163】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
엄청나게 쏟아지는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또 어떤 책은 그냥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에 책은 신중하게 골라서 읽어야 한다. 너무 광고에 현혹되면 안된다. 광고 전문가들이 책을 살 수밖에 없도록 얼마나 집요하게 광고를 하는지....
대체로 ‘저자’를 보고 책을 선택하면 실수하지 않는다. 유대인 랍비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을 만난 것은 <어둠속에 갖힌 불꽃>이라는 책을 만나고 난 이후인데, 그분의 책을 몽땅 구해서 읽었다.
유대인들은 왜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였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히 현직 ‘랍비’인 헤셀을 알게 된 것이다. 확실히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예수와 그들이 말하는 예수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책을 읽고 기독교가 일방적으로 주입한 유대인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사라졌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