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창작과 비평> 정기구독을 3년 연장했더니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춰주고 책 선물도 한 보따리 받았다.

'지난 번처럼 이번에서 신간 시집을 보내드릴까요?'라고 묻기에 '예'라고 대답했다.

바람역.jpg

이중에서 천양희 시인의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에 나오는

'바람역'이라는 시를 읽었다. 아래와 같다.


기차 지나간다 바람처럼

바람 지나간다 기차처럼

덜컹거리며 지나간 것이

바람뿐일까 기차뿐일까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

늦은 하루가 지나가고 

왜? 왜? 왜? 하면서

물음표 같은 세월이 지나간다


덜컹거리며 가다가

정거장에 덜컹 박히는 기차


기차는 이따금

굴뚝새처럼 길게 운다


멈추고 싶은 바람이 있어

끝도 없이 지나가는 기차들

그러나

바람역에 종점은 없다


*천양희 시인은 1965년에 등단했다. 내년이면 시력 60년이다.

세월이 바람처럼, 기차처럼 지나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걸 삶의 중심으로 삼는 사람이 드물뿐이다. 

그걸 자기만의 언어로 형상화할 줄 아는 사람이 더더욱 드물뿐이다.

올 한해도 거의 끝나간다. 

우리는 무슨 바람을 느꼈고 무슨 기차를 만났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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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나무

2024.12.14 14:01:26

목사님~ 신학공부 은총.. 강의하실 때 읽어주신 시네요~ ㅎㅎ

이 글을 보니 저도 창비를 정기구독하고싶은 열망이 드네요.

억지로라도 책을 받다보면... 인문학과 좀 더 깊은 우애를 나눌 수 있겠죠??

올려주신 사진만 봐도..... 뭔가 풍요롭고 평온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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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24.12.14 18:16:15

좋은나무 님이 좋은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설교가 저런 인문학적 시야를 갖춘 이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어야겠지요.

복된 대림절 셋째 주일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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