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35) 요 6:57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

57절에는 ‘산다.’라는 표현이 세 번 반복된다. 하나님 아버지는 살아있는 자다. 예수는 살아있는 아버지로 인해서 살고, 예수와 하나 된 이들은 예수로 인해서 산다. 하나님이 살아계시기에 예수가 살아있고, 예수가 살아있기에 우리가 산다. 생명이 세 단계로 설명된다.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아들에게서 제자들에게로 말이다. 여기서 예수가 없으면 제자들은 생명을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생명을 먹고 마심으로써 유지되는 일상만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생명은 훨씬 더 심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신학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종말론적인 생명이다. 만약 지금 많이 먹고 많이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존경받는 자리에 서는 것만을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수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자가 못 된다.

‘살아계신 아버지’라는 표현만 잘 알아도 기독교 신앙이 풍성해질 것이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말은 ‘신은 죽었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경구와 대비된다. 니체로 추정되는 그 철학자는 신이 없다고 말하지 않고 죽었다고 말했다. 니체와 달리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유물론적인 마르크시즘에는 신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늘의 뇌과학자들도 신을 부정한다. 모든 뇌과학자가 부정하지는 않지만 종교 현상을 뇌의 작용으로 본다는 점에서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 나는 신을 부정하는 그들의 견해를 무조건 반박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비판할만한 잘못이 기독교 역사에서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은 기독교의 깊이를 정확하게 모른 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수 믿고 죽어서 천당을 간다는 말,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 하나님이 기도를 일일이 들어준다는 말,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말 등등을 근거로 삼는다. 좀 더 고상한 신앙도 비판의 근거로 삼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죽으면 육체만 사라지고 영혼은 구원받는다는 교리가 그것이다. 신을 부정하는 이들이 기독교 신앙의 깊이를 알면 하나님을 믿지 않을지 몰라도 기독교 신앙을 조롱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말은 지금도 생명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지구는 살아있다. 지구 안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이 생명을 유지한다. 지금 내가 숨을 쉰다는 사실이 곧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증거다. 겉으로 살아있는 것들만이 아니라 죽은 것까지 궁극적으로는 생명 현상에 속한다. 아침 안개와 햇살과 바람과 꽃과 향기와 달빛과 구름이 다 생명 현상, 즉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증거다. 예수는 바로 그 살아계신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솔로몬의 옷보다 야생화의 옷이 더 귀하다는 사실을 보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니, 그리고 하나님만이 생명을 창조하고 보존하고 완성하실 분이시니 우리가 무엇을 걱정하랴!